[커버스타]
꿈과 행복의 연금술사, <아이, 로봇>의 윌 스미스
2004-08-05
글 : 김현정 (객원기자)

윌 스미스는 피로라고는 모르는 사람처럼 보였다. 기자들이 모두 모이기도 전에 뛰어들어온 그는 <아이, 로봇> 홍보를 위해 가야만 하는 도시- 런던과 베를린, 스톡홀름, 모스크바, 멜버른, 파리- 이름을 늘어놓으면서 눈을 반짝였다. 매끈한 피부와 아이처럼 종알거리는 수다, 튼튼한 근육을 모두 가진 배우. <아이, 로봇>의 감독 알렉스 프로야스는 그 에너지와 생명력 때문에 윌 스미스를 주연으로 선택했다고 말했다. 밤마다 악몽을 꾸는 형사 델 스프너가 태평하게 농담을 해도 자연스러웠던 건 오로지 윌 스미스 덕분이었을 것이다. “언제나 행복하지만, 또 언제나 특별해지고 싶다”는 윌 스미스는 30분밖에 안 되는 짧은 시간에도 그 에너지를 선명하게 방사하고 자리를 떠났다.

왜 <아이, 로봇>을 선택했는가.

나는 〈5번가의 폴 포이티어> <알리> 같은 예술영화와 <맨 인 블랙> <인디펜던스 데이> 등 블록버스터에 모두 출연해왔다. <아이, 로봇>은 그 두 부류에 동시에 속할 수 있는 영화라고 생각했다. 알렉스 프로야스는, <에너미 오브 스테이트>의 토니 스콧처럼, 서로 다른 요소를 섞어 완성도 있는 영화를 만드는 감독이다. 무엇보다 <아이, 로봇>은 연기력을 요구하는 영화였다. <인디펜던스 데이> 같은 블록버스터가 특수효과를 진정한 스타로 내세우는 것과는 달랐다. 스프너가 자신이 겪은 고통에 관해, 자신이 왜 이런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는지에 관해 이야기하는 장면을 연기하는 일은 매우 즐거웠다.

<아이, 로봇>의 델 스프너는 다소 어두운 캐릭터다. 당신이 연기했던 인물들과는 다른데.

행복하지 않은 인물을 연기하는 일이 너무 힘들었다! 나는 날마다 너무 행복하다고 생각하며 잠에서 깨는 사람인데. (웃음) <알리>의 감독 마이클 만이 내게 가르쳐준 교훈이 있다. 그는 감독은 심리학자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그뒤 나는 시나리오를 받으면 먼저 이 사람이 왜 이런 일을 하는지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배우로서 내 일은 인물의 심리를 이해하고, 그걸 관객에게 전달하는 것이다. 스프너는 살아남은 자의 죄의식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그저 우울한 표정으로 가만히 있을 수만은 없었다. 배우는 행동을 해야 하고, 상처와 죄의식을 밖으로 표현해야 한다. 블록버스터에서는 그 정도까지 연기를 할 일이 거의 없다. <맨 인 블랙> 같은 영화를 찍을 때, 나는 준비를 할 필요도 없었다. 나는 그 캐릭터를 알고 있고, 관객이 무엇을 보고 싶어하는지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이, 로봇>은 농담이나 코미디를 보여줄 영화가 아니었다. 제작사는 내게 돈을 쏟아부었는데 관객은 다른 걸 원하고, 겁이 날 정도였다. (웃음)

당신은 항상 행복하다고 말했다. 당신 인생에서 가장 멋진 점은 무엇인가.

나는 항상 무언가를 꿈꾸고, 그 꿈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한다. 그것이 내가 가진 재능이다. 파울로 코엘료의 <연금술사>를 아는가? <연금술사>는 꿈을 좇는 사람에 관한 정말 훌륭한 소설이다. 어떤 대가를 지불하더라도 꿈을 따라가는 편이, 그렇지 않은 편보다 훨씬 낫다. 당신이 작가라고 생각해보자. 하지만 당신은 런던에 가서 무대에 서고 싶다. 그렇다면 모든 걸 팔아치우고 런던으로 떠나는 거다. 다시 돌아오게 될지 몰라도 그때의 당신은 자신이 누구인지, 이 세상이 어떤 곳인지에 관해 더 나은 감각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스프너는 로봇 팔을 달고 있는데, 이 근육은 진짜인가.

진짜다. (옆에 앉은 기자에게 팔을 내밀면서) 한번 만져봐라. (웃음) 다른 사람들이 점심을 먹으러 나갈 때, 나는 “건강한 몸에 건강한 마음”이라고 다짐하면서 운동을 하러 갔다. 일주일에 4, 5일 정도 꼭 운동을 했다.

다음 영화는 무엇인가.

에바 멘데스와 출연하는 <라스트 키스>라는 로맨틱코미디다. 나는 전형적인 코미디나 로맨스, 액션영화보다는 장르가 뒤섞인 영화를 좋아한다. 재미있으면서도 분노를 품고 있고, 감정이 풍부하고, 싸움도 불사하는 캐릭터를 연기할 수 있는 영화. 그런 영화는 인간의 다양한 면을 더 다이내믹하게 보여준다. <라스트 키스>도 로맨스보다 코미디가 강한, 코미디로맨스라고 부를 만한 영화다.

사진제공 이십세기 폭스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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