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권상우(28)는 잇따른 말실수 때문에 입길에 올랐다. 하지원과 〈신부수업〉 관객 수 맞히기 50만원 내기를 걸었고 돈은 계좌이체로 주기로 했다는 그는 한 텔레비전 프로그램의 인터뷰에서 “50만원 때문에 만날 것까지는 없잖아요”라고 말했다. 이게 위화감을 조성한다는 비난을 샀다. 2일 낮 광화문 카페에서 그를 만나자마자 “너무 생각 없는 거 아니냐”는 ‘못된’ 질문부터 시작했다. “맥락을 거두절미한 채 꼬투리만 확대해석하는 것 같다는 느낌이죠. 물론 제가 세련되거나 정교하게 말을 만들지는 못했어요. 그렇지만 그렇게 욕을 먹을 만한 이야기인지는 수긍이 가지 않는군요.”
잇단 구설, 실수는 인정하지만‥
권상우는 솔직하다. 그 솔직함이 때로 튀는 경우도 있지만 지루하게 교과서 같은 대답만 나열하는 배우들보다 그와의 인터뷰는 훨씬 유쾌하고 편하다. “제가 연기는 좀 안돼도 순발력은 있는 것 같아요”라거나 “영화상 제도가 문제도 많고 공정성 시비도 있지만 그래도 다음 영화로 남우주연상 한번 도전하고 싶어요”라고 말하는 그는 분명 ‘솔직함’이라는 무기가 가진 힘을 아는 사람이다.
〈신부수업〉은 권상우의 ‘몸짱’ 매력이 많이 드러나지 않는 영화다. 그는 시종 발목까지 덮는 검은 수단을 입고 등장한다. 신부 서품을 받기 한달 전 영성 강화 훈련에 들어간 신학생이 주임신부의 말썽쟁이 조카 봉희(하지원)를 만나면서 이래저래 당하다가 결국 사랑에 빠진다는 이 이야기에서 그는 모범 신학생 규식을 연기한다. 전작들의 권상우를 떠올린다면 “이 빌어먹을 기집애”라거나 “너 죽을래”라는 대사가 튀어나와야 할 타이밍에 “자매님은 너무 일방적이셔” 등의 ‘예쁜’ 말로 관객들의 옆구리를 간질인다.
연기는 안돼도 순발력은 좀 되죠
“〈동갑내기 과외하기〉 마지막 촬영 때 시나리오를 받았어요. 일단 제가 신부 역을 한다는 게 너무 웃기고 궁금한 거예요. 〈일단 뛰어〉와 〈동갑내기 과외하기〉로 몸짱이나 ‘싸가지’의 이미지가 굳어진 걸 좀 풀고 싶기도 했고요. 그리고 음… 충무로 캐스팅 0순위 하지원씨 덕도 보고 싶었죠. 그래서 제가 이렇게 지원씨 업고 사진도 찍었잖아요.” 〈씨네21〉 표지를 가리키며 그는 예의 장난스러운 웃음을 띤다. 솔직함이 그와 대화를 시작할 때 느끼는 첫 느낌이라면 스스로를 바라보는 냉정함은 시간이 흐를수록 느끼게 되는 의외의 발견이다. “실력보다 운이 좋았다는 다른 사람들의 평가를 인정해요. 자주 지적되는 발음 문제 같은 것도요. 하이틴 스타로 남기에는 이제 나이가 들었고, 그렇다고 연기로 인정받았다고 볼 수도 없죠. 그렇지만 제가 가진 어떤 장점이나 자산을 포기하면서 연기자가 되기 위해 발버둥치고 싶지는 않아요. 새 영화마다 조금씩 성격을 바꾸면서 성장해가는 걸 보여주고 싶은 정도죠.”
솔직함이 내 무기‥쉬는 건 나중에
〈신부수업〉 개봉을 앞둔 그는 요새 잠이 안 온다고 했다. 그에게 이 영화의 흥행 여부는 돈을 벌거나 몸값을 올리는 이상의 의미를 지니기 때문이다. “이번에 터지면 〈동갑내기 과외하기〉, 〈말죽거리 잔혹사〉에 이은 3연타석 안타가 되는 거예요. 저한테는 반짝스타라는 비판에서 벗어나 관객으로부터 믿음을 얻는 배우로 인정받는 계기가 될 것 같아요.” 다음 영화 〈야수〉(가제)에서 권상우는 교복과 학교를 드디어 졸업하고 “깡패보다 더 깡패 같은 형사”로 출연하게 된다. 〈말죽거리 잔혹사〉의 유하 감독과도 한 작품 더 하기로 했단다. 9월부터는 개인적으로 가장 친한 배우인 송승헌과 함께 텔레비전 드라마를 찍는다. 쉴 틈이 없어 보인다. “휴식이요? 나중에 몰아서 쉬려고요. 평생 연기를 하겠다는 생각이 없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하는 동안은 쉬지 않고 일하고 싶어요. 시에프요 열심히 할 맘은 있는데 요새 경기가 안 좋아서 그런지 안 들어오네….(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