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뉴스]
<본 슈프리머시> 주인공 ‘맷 데이먼’ 인터뷰
2004-08-10
글 : 고일권
“자동차 추격신 덕분에 운전실력이 엄청나게 늘었죠”

첩보영화의 트랜드가 변하고 있다. 냉전시대를 배경으로 한 첩보물은 결국엔 이데올로기 싸움이었다. 악을 응징하기 위한 선은 매번 최첨단의 특수장비를 동원하고 섹스어필한 첩보요원은 그 현란한 장비들을 휘두르면서 자유세계를 수호했다. 오늘도 신출귀몰한 첩보요원들이 있기에 세계가, 지구가 돌아가고 있음을 감사해하면서 그들이 아니었으면 지구는 벌써 골백번도 더 멸망했으리라는 생각에 가슴을 쓸어내리곤 했드랬다. < 007 >로 대표되는 첩보영화의 계보는 그렇게 십수년동안 명맥을 유지해왔다.

그런데 이 영화, <본 슈프리머시>는 좀 다르다. 스파이 영화의 외형을 띠고 있으면서 그 현란한 최첨단 장비하나 선보이지 않는다. 날것 그대로의 액션이 화면에 가득하다. 만년필 폭탄도, 미사일 쏘는 자동차도 없다. 더 기이한 점은 주인공 ‘본’이 읖조리는 독백이다. “나는 누구인가.” ‘정체성 찾기’라는 화두가 첩보영화의 단골메뉴는 아니었지만 <본 아이덴티티> 시리즈는 이점을 중요 모티브로 삼고 있다.

2년전에 등장했던 <본 아이덴티티>는 초대작이 아니었음에도 큰 성공을 거두었다. 맷 데이먼은 이 영화 한편으로 새로운 액션영화의 아이콘으로 자리잡았다. 올해 미국에서 개봉한 <본 아이덴티티>의 속편 <본 슈프리머시>도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아이, 로봇>의 오프닝 성적을 추월했다. 이렇게 불과 두편만에 <본 슈프리머시>는 상품성 있는 첩보영화 시리즈가 되었다. “자신을 너무 잘 아는” 제임스 본드와 “내가 누구인지도 모르는” 본. 앞으로 첩보영화의 트랜드가 어느쪽으로 흘러갈지 궁금하다. 개봉주에 미국에서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던 <본 슈프리머시>는 8월 20일 국내관객들을 찾아갈 예정이다. 이에 앞서 주인공 맷 데이먼과의 인터뷰를 싣는다.

편집자 주

2년 전, <본 아이덴티티>에 관해 얘기하면서, 단호하게 속편엔 출연하지 않을 거라고 얘기하였는데?

분명히 그렇게 말했었다.

그런데, 속편에 출연하게 된 동기는?

그 말은 속편이 전편보다 좋은 작품으로 나올 수 없다면 출연하지 않겠다는 말이었다. 그동안 너무 많은 속편이 실패를 하였기 때문이었다. 영화 역사상 전편보다 성공한 작품은 오직 세편으로 구약보다 신약이, 톰 소여 모험보다 허클베리 핀이, <대부>보다 <대부2>가 더 성공한 경우뿐이다.

누가 그런 말을 해주었는가?

집안과 잘 아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가능하면 속편을 하지 않겠다고 하였다. 그런데 <본 슈프리머시>에 출연을 하게 된 것은 다음과 같은 두 가지 이유가 있었다. 우선, 감독 폴 그린그래스가 영화에 참가한다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그와 함께 영화에 관하여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작품에 임하는 그의 의도와 열성적인 자세를 알 수가 있었다. 또한 나는 <블러디 선데이>를 가장 좋아하는 작품 중의 하나로 항상 마음에 두고 있었기 때문에 그와 함께 일하게 된다는데 싫다고 말할 이유가 전혀 없었다. 다음으로는 각본이었다. 영화 전체를 구성하는 3개의 중요한 요소가 되는 순간들이 있는데 그것은 속편을 만드는데 있어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생각했다.

<본 슈프리머시>의 정의를 어떻게 내리겠는가? 복수 혹은 속죄의 의미라고 생각하는가?

복수로 시작을 하지만 결과적으론 속죄라고 할 수 있다.

속죄를 연기한다는 것은 감성적인 연기를 요구하였을 텐데, 그러한 부분이 연기하는데 있어 감정 연기에 영향을 주었는지?

그렇지는 않았다. 배역 성격상 주인공은 아주 강한 성격이었다. 그래서 그런 감성적인 기분이 들 때에는 다른 곳으로 유인해 버렸다.

전편에선 다른 나라에서 추격신을 촬영하기 위하여 허락 받는데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고 하는데 이번에도 같은 문제가 있었나?

이번에는 전편보다 수월하였다. 하지만 파리는 여전히 촬영하는데 아주 어려웠고 촬영하기 위해서는 6주 전에 허락을 받아야 했으며 심지어 차를 주차하는 것까지 허락을 받아야 할 정도였다. 하지만 베를린은 아주 쉬웠으며 5개월 간 촬영을 하였다.

이런 종류의 영화를 촬영 하고 나서 무엇이 가장 남는가? 전문가와 같은 운전실력 아니면 격투실력과 같은 것인가?

<리플리> 촬영때는 피아노를 배웠지만 그 이후론 써 먹을 일이 전혀 없었다. 하지만 이번 작품을 통해 배운 운전기술은 실생활에 활용할 수 있어 아주 좋은 기회였다. <본 슈프리머시> 이후 이전 보다 훨씬 나은 운전실력을 갖게 되었다는 것을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영화 속의 자동차 추격 장면을 대부분 내가 직접 연기하였기 때문에 운전실력이 많이 향상한 것 같다.

역할을 선정하는데 있어 어느 것이 가장 큰 매력적인 요소이며 어떤 점이 최종적으로 결론을 내리게 하는지?

항상 3가지 점이라고 할 수 있는데 각본, 감독 그리고 배역이라고 할 수 있다. 3가지를 다 충족시키지 못할 때에는 2가지만으로도 결정을 내리긴 하지만, 항상 3가지가 만족하여야만 결정을 내린다.

마지막으로 영화속에서처럼 기억상실증에 걸린다면 가장 지우고 싶은 기억은?

영화 속에서처럼 기억 상실증에 걸릴 수 있다면 한가지 정말 나의 인생에 있어 지우고 싶은 황당한 기억이 하나 있다. 정말 기억하고 싶지 않은 사건이라 기억을 더듬고 싶진 않지만……. 아! 5~6년 전 이었을 것이다. <굿 윌 헌팅>시사회가 대통령 공식 휴가 장소인 캠프 데비드에서 대통령을 위한 시사회가 있었다. 나는 주인공으로서 행사에 참가를 하였고 시사회를 마친 후 화장실에 들렸는데 당시 대통령인 클린턴 대통령이 화장실에 있는 것이었다. 순간 나는 ‘대통령을 화장실에 만나다니’ 하는 황당함에 어찌 할 줄을 몰랐다. 나는 그저 화장실 구석에 숨어 대통령이 빨리 나가길 기다릴 뿐이었다. 하지만 대통령은 볼일을 보고 나자 손을 씻고는 외부에 손님을 맞이하기 위하여 얼굴을 다듬는 등 오랜 시간을 보내었다. 나는 대통령에게 방해가 되지 않기 위하여 오랫동안 숨소리도 못 내고 컴컴한 구석에 갖혀 있어야만 했었다. 그 순간 만큼은 어느 순간 보다 황당한 순간이었다.

인터뷰 자료 제공 U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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