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뉴스]
<연인>의 장예모 감독, 장쯔이, 유덕화, 금성무, 정소동 무술감독 내한 인터뷰
2004-08-11
글 : 고일권
사진 : 이혜정
“대의도 필요없다. 모든것을 내던질 대상은 바로 사랑”

장예모 감독의 <영웅>에 이은 두번째 무협 대작 <연인>(원제 <십면매복>)의 공식기자 회견이 11일 오후 3시 서울의 한 호텔에서 있었다. 장예모 감독뿐만 아니라 주연배우 장쯔이, 금성무, 유덕화에 정소동 액션감독까지 모두 참석한 이날 회견장에는 수많은 국내외 취재진이 몰려 세계적인 스타들의 방문열기를 실감케했다. 지난 7월 중국에서 개봉해 현재까지 <영웅> 이후 두번째 역대 흥행작인 된 <연인>은 장르와 스케일, 특유의 색감 등에서 볼때 <영웅>과 연장선상에 있다. 하지만 장예모 감독은 "<영웅>이 대를 위한 소의 희생을 다뤘다면 <연인>은 사랑을 위해 모든것을 내던지는 사랑 이야기"라고 말해 두 영화가 내용적으로 서로 상반된 위치에 있음을 강조했다.

해적판으로 인한 중국내 흥행 악영향을 의식해서인지 이날 기자회견장에는 10분 정도의 하이라이트 필름만 공개되었다. 액션, 무희, 소리, 색상, 사랑의 5가지 주요 테마별로 이루어진 편집본은 세련된 이미지, 뛰어난 색감, 현란한 액션을 보여주기에는 부족함이 없지만 장면을 전체 맥락에서 고려할 수 없어 얼마나 유기적으로 조화가 되었는지는 모를일이다. 게다가 가장 뛰어난 장면만을 추려낸 편집본이니 장면 하나하나를 놓고 왈가왈부 할수 있는 성격도 아니다. 하지만 전작 <영웅>보다 스케일적으로 뒤지지 않을 것이라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연인>의 배경은 한창 쇠락을 거듭하고 있는 9세기의 당나라. 반군과 정부군의 전쟁이 바람잘날 없는데 반군 중에서도 가장 이름난 반란조직이 바로 비도문(House of Flying Daggers)이다. 성의 관리인 리우(유덕화)와 진(금성무)은 이 비도문의 우두머리를 잡아오라는 명을 받고 계획을 짜던 중 맹인 무희 메이(장쯔이)가 이 조직과 밀접한 관계가 있음을 알아낸다. 메이를 심문하던 리우는 그녀가 입을 열지 않자 진을 '풍'이라는 떠돌이 무사로 변장시켜 메이를 감옥에서 구출해내 신임을 얻은 후, '비도문'의 은신처로 동행하게 하는 책략을 꾸민다. 계획은 성공을 거둬 진과 메이는 비도문의 은신처까지 긴 동행을 하지만 그 과정에서 둘 사이에 미묘한 사랑의 감정이 싹트게 된다.

이 운명의 러브 스토리를 장예모가 감독하고 유덕화, 장쯔이, 금성무가 주연했다는 사실만으로도 큰 화제거리. 하지만 <연인>의 수려한 스탭진은 미공개된 필름에 한층 궁금증을 자아낸다. 제작은 <와호장룡>과 <영웅>을 제작했던 빌 콩의 에드코 필름이 맡았으며 <영웅>의 세계적인 무술감독 정소동이 다시 합류했고, 코카콜라와 아르마니 향수 등으로 광고계에서 명성을 떨친 자오 샤오딩이 카메라를 잡았다. 첸 카이거의 <패왕별희>로 아카데미 후보에 오르고 <시황제 암살>로 칸 영화제 미술상을 받은 후오팅샤오가 미술을, 구로자와 아끼라 감독의 <란>을 통해 아카데미 의상상을 거머쥔 에미 와다가 의상을, 왕가위의 <화양연화>에서 음악을 맡았던 시게루 우메바야시가 음악을 맡은 것도 주목할만한 점. 거기다 세계 3대 소프라노 중의 하나인 캐슬린 배틀이 주제가를 불러 안팎으로 '최고'들만 꾸렸다.

스케일은 장대했으나 이념적으로 퇴행했다는 평가를 받은 <영웅>에 이어 장예모가 정치색을 배제한 액션과 러브 스토리만을 그렸을지도 궁금한 점. 국내에서 200만을 동원한 <영웅>을 넘을지도 관심사다. 어쨌거나 모든 확인은 9월 극장 개봉후에나 가능하다. "삼계탕이 그렇게 맛있는줄 몰랐다"는 장쯔이를 비롯해 감독 장예모, 배우 금성무, 유덕화, 무술감독 정소동의 인터뷰를 아래에 싣는다.

각자 한국에 온 소감을 말해달라

장예모 : 다시 만나 반갑다. 한국관객이 <연인>을 많이 사랑해주면 고맙겠다.

정소동 : 굉장히 새로운 것을 보여주려고 많은 노력을 했다. <연인>에 대한 아낌없는 사랑 부탁드린다.

금성무 : 한국은 이번이 세번째 방문이지만 바쁜 일정 때문에 매번 1~2일 정도밖에 못있었다. 그래서 한국에 대한 깊은 인상이 없어 아쉽다. 이번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싶은데 다음에 기회가 되면 다시 방문해 맛있는 한국음식을 먹으며 찬찬히 둘러보고 싶다.

유덕화 : 오늘 새벽 5시에 공항에 도착해서 호텔까지 일사천리로 왔다. 한국에서 차가 안막히는걸 본건 오늘이 처음이다.(웃음) 여전히 팬들이 환호해줘서 고맙고 늘 곁에 있는 팬들께 깊이 감사드린다.

장쯔이 : 올때 한국 비행기를 탔는데 스튜어디스가 어찌나 상냥하게 잘 챙겨주는지 정말 감동이었다. 그리고 회견장에 들어오기전 스탭들과 모두 함께 '삼계탕'을 먹었다. 그렇게 맛있는건지 몰랐다(웃음).

관객들이 어떤 시각에서 이 영화를 봤으면 좋겠나. 그리고 제작전에 흥행성공에 대한 예측을 어느정도 했나.

장예모 : <영웅>을 본 관객이라면 매우 상반된 영화임을 눈치챌 것이다. <영웅>이 개인적 협의를 통해 대를 위한 소의 희생을 다뤘다면 <연인>은 사랑을 위해 대의마저 버리고 모든 것을 내던지는, 기본적으로 사랑 이야기이다. 그리고 감독인 나는 영화작업시 스토리, 즉 영화에만 모든 관심을 집중시킨다. 흥행 여부에 대한 판단은 제작자나 투자자가 주모면밀히 판단할 일이다.

장쯔이가 주연을 맡은 <연인>은 9월에 한국에서 개봉하고, 뒤이어 10월에는 이 개봉한다. 장예모 감독, 왕가위 감독 모두와 작업을 해봤는데 두 감독의 연출 스타일은 어떻게 다른가.

장쯔이 : 기본적으로 두 감독의 성격이 매우 다르고 촬영과정 또한 상이하다. 하지만 모두 뛰어난 감독임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고, 배우인 나는 두 감독을 통해 정말 많은 것을 배울수 있었다.

<영웅>과 동시에 기획한 영화인가. 두 작품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다른가.

장예모 : 두 영화는 시나리오를 동시에 진행했고, <영웅> 촬영도중에 <연인>의 시나리오를 탈고했다. 동시에 두편을 진행해서 서로 상반된 느낌의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두 영화 모두 '미(美)'를 강조한다. 정소동 감독과 나의 작업관은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것이다. 이점이 중국 무협영화가 외국영화와 다른 점이라고 생각한다.

장쯔이는 <영웅>과 <연인> 두 편 모두 출연했다. 작업에 임했을 때 차이점을 말해달라.

장쯔이 : <영웅> 촬영시에는 기본적으로 '배운다는 자세'로 임했다. 양조위, 장만옥, 이연걸 등 뛰어난 배우들이 어떻게 작업하는지도 궁금했고 그들을 통해 많이 배울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작업하면서 장예모 감독이 끊임없이 용기를 복돋아줬다. <연인>을 작업할때는 금성무와 유덕화가 '춤'을 비롯해 많은 것을 가르쳐줬다(장쯔이는 <연인>에서 무희로 나온다). 두편 모두 배우로서 많은 것을 배울수 있는 기회였다.

금성무와 유덕화의 시대극 출연 소감은?

금성무 : <연인>이 첫번째 무협물이다. 걱정도 많이 했고 세계적인 감독과 작업한다는게 상당한 부담이었다. 하지만 장예모 감독과 많은 토론을 통해 격려를 받자 촬영하면서 자신감이 붙었다. 새로운 액션을 시도하고 새로운 의상을 입어본다는 것 자체가 나에게는 신선한 경험이었다.

유덕화 : 무협물은 오랜만이지만 그 느낌은 여전히 가지고 있었다. 가장 부담스러웠던 것은 표준어를 써야 했다는 점이다. 당나라를 배경으로 한 고전물이기 때문에 현대어가 아니어서 대사 자체를 처리하는데 애를 먹었다. 또 하나. 정소동 감독과 액션작업을 할 때 찍은걸 나중에 보니 실제보다 훨씬 멋드러지게 나오더라. 그래서 다음에도 꼭 정감독과 작업하고 싶다.

정소동 : 여자역할을 맡겨도 하겠나?(웃음)

장쯔이는 맹인 역할을 맡았는데 촬영할 때 시선처리를 어떻게 했는지 궁금하다. 또 앞으로의 연기 변신 계획은?

장쯔이 : 맹인이 어떻게 생활하는지 전혀 알수가 없었으므로 처음에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그런데 감독님이 13살때부터 맹인이 된 분을 소개해줘 함께 생활을 통해 움직임과 느낌을 배웠다. 이런 작업을 2달이상이나 지속했다. 실제 촬영을 했을때는 더 힘들었는데 맹인이면서 춤을 추고 액션을 해야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사랑의 감정까지 표현하는건 쉬운일이 아니었다. 조만간 미국영화에 출연할 예정이다. 전부 영어라서 부담스럽긴 하지만 열심히 해보겠다.

배우들 각자 가장 기억에 남는 대사가 있다면?

금성무 : 대사자체가 시적이고 당나라 시대라 거의 구어체다. 그래서 실제 대사를 할때 '내가 여자친구한테 이렇게 말하나'라는 생각을 하며 어색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 훌륭한 번역을 해줘 고맙다. 기억에 남는 대사가 있다면...음..."내가 돌아온 건 한사람을 위해서!"

장쯔이 : 결말부문의 "당신(유덕화)이 진(금성무)을 죽이면 나도 칼을 빼서 죽겠다"는 대사.

유덕화 : "너희들에게는 끝이 없다". 이건 같이 있을수 없다는 뜻이다.

정소동 무술감독이 액션배우로서 세 사람의 성적을 매긴다면? 그리고 누가 가장 훌륭한 액션배우라 생각하나.

정소동 : (주저하지 않고) 모두 훌륭하다. 유덕화는 TV 드라마부터 영화까지 두루 작업해서 기본기가 탄탄하다. 항상 노력하는 자세, 힘들어도 해내는 자세를 보면 진짜 프로페셔널이라 생각한다. 장쯔이는 <영웅>에서 함께 작업한 경험이 있어서 훨씬 수월했다. 금성무는 액션 영화 경험이 전무했지만 똑똑한 배우라서 금방 따라오더라. 그리고 크랭크 인 전에 세명 모두 각각 북경, 홍콩, 일본에서 연습을 해서 별 어려움은 없었다. 점수를 매긴다면? 모두 100점이다.

마지막으로 각자 인사말을 해달라.

장예모 : 나는 한국영화에 대한 관심이 무척 많다. 흥행작이나 평가가 좋은 작품들은 빼놓지 않고 거의 다 봤다. 중국과 한국이 서로 활발한 교류를 통해 세계영화계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으면 한다.

정소동 : <연인>이 여러분의 마음안으로 들어갈 수 있는 영화가 되길 바란다.

금성무 : <연인>에 많은 사랑부탁한다. 맛있는 한국음식 먹으러 조만간 꼭 오고 싶다.

유덕화 : <연인>은 사랑에 관한 영화다. 영화를 본 사람들이 더 많은 사랑으로 충만했으면 좋겠다.

장쯔이 : 좋은 영화는 국적이 없다. <연인>은 중국영화이지만 한국에서도 많은 사랑 부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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