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
<내 머리속 지우개> 메이크업 아티스트 키야 리
2004-08-12
글 : 김도훈
사진 : 오계옥
“내추럴한 메이크업엔 선수죠”

경남 합천의 어느 산 중턱에 있는 <내 머리속 지우개>의 촬영 현장.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땀구멍 하나하나로 땀이 솟구쳐 오른다. 내리꽂히는 태양 아래서 좀비처럼 흐느적대는 기자들과 스탭들 사이로 원기충천 발랄한 여자가 한 명 눈에 들어왔다. 커다란 선글라스와 머리띠를 하고서는 ‘알프스 소녀 하이디’인냥 팔짝거리며 온 촬영장을 맨발로 뛰어다니는 그녀의 이름은 키야 리(Kiya Lee)(40). <내 머리속 지우개>의 메이크업을 담당하고 있는 ’메이크업 아티스트’였다.

어떻게 <내 머리속 지우개>에 참여하게 되었나.

이재한 감독이 미국에서 화보를 촬영할 때 함께 작업한 적이 있다. 외국 배우들이 선호하는 내추럴한 메이크업에 자신이 있었고, 이를 좋아했던 감독이 눈여겨보고 있다가 불러준 것이다.

미국에서 어떤일을 했나.

한국 사람으로는 최초로 그곳 영화판 노동조합에 가입했다. 사실 미국은 조합의 일원이 아니면 일을 할 수가 없는 곳이다. 그곳에서 나는 3개 국어를 구사한다는 장점이 있었고, 일이라면 휴일도 마다하지 않았기 때문에 인기가 있었다.

한국에 돌아와서 일하는 게 어떤가.

3년 전에 향수병 때문에 돌아왔다가 적응을 도저히 못해 돌아간 적이 있다. 이제는 일하는 시스템에도 적응이 되어서 한결 편하다. 밤새서 작업하는 것도 이젠 아무 문제 없고(웃음).

그래도 한국에 인맥도 없었을 텐데.

처음에는 너무 힘들었다. 포트폴리오 들고 다니면서 인맥 없이 혼자 뚫어야 했으니까.

미국과 한국의 메이크업 방식이 좀 다르지 않나.

음, 미국이나 일본은 자연스러운 메이크업을 선호하는데 아직까지 한국은… 영화 보면 침대에서도 빨간 립스틱 바르고 있기도 하고. 좀더 자연스러운 메이크업이 제대로 쓰여야 하지 않을까.

한국 메이크업계에서 일한다는 것은 어떤가.

나이 많은 사람이 별로 없다. 외국에 가 보면 베테랑들은 거의 40이 넘은 나이다. 우리도 경력자들의 오랜 경험을 더욱 인정해주어야 하지 않을까. 그리고 시스템이 제대로 만들어져 있지 않아 처음 시작하는 사람들이 힘들어하는 경우가 많다. 제대로 된 조합 같은 것이 있을 때가 되었다고 본다.

영화판에서 일하기 전에도 여러 가지 재미있는 경력들이 있다던데.

박찬호가 미국에서 나이키 광고 찍을 때 이 사람 메이크업을 하기도 했고, 김중만 사진작가와도 함께 작업을 좀 했다. 일본에서 잠시 일할 때는 CD 커버 촬영을 위해 가수인 아무로 나미에의 메이크업을 한 적이 있다.

그럼 계속 수고하시길 바란다.

잠깐! <내 머리속의 지우개>에 청소부 아줌마로 단역 출연도 했다. 손예진씨와 둘이 나오는 장면이니 눈여겨 봐달라(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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