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통신원]
[베이징] <연인>, <영웅> 누르고 중국 대륙 평정
2004-08-18
글 : 이홍대 (베이징 통신원)
독점적인 배급 덕분에 1억5천만인민폐 흥행, <영웅> 기록 따돌려

올 여름 중국 영화시장을 평정한 승자는 예상대로 장이모의 <연인>이 되었다. 지난 7월16일 개봉하여 상영 18일째인 8월2일까지 흥행 성적은 1억5천만인민폐로 이미 <영웅>이 세운 1억4천만인민폐의 기록을 앞질렀다. 중국에서 입장수익 1억5천만인민폐의 개념은 평균 입장료 4천원으로 600만명의 관객을 동원한 것으로 해석된다. 국토의 면적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스크린 수(전국 2200여개)를 고려하면 대단한 수치이다.

영화 개봉 뒤 언론 매체와 일체의 접촉을 피하던 장이모는 <연인>의 흥행 대성공 보도 이후 지난 8월6일 베이징 <청년신문>과 가진 인터뷰에서 “우리가 찍은 것은 상업영화이기 때문에 관심을 쏟은 것은 영화의 흥행이다. 흥행만이 상업영화의 성패를 검증하는 유일한 기준이라고 생각한다”며 흥행에 대한 자신의 관점을 분명히 나타냈다. 8월3일부터 소상영관 위주의 2차 개봉에 들어간 <연인>은 여전히 하루 평균 3만여인민페의 입장수익을 올리며 앞으로 5천만인민폐의 입장수익을 더 거둬들일 것이라는 전망을 낳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연인>의 흥행 대박은 개봉 전 언론 매체를 통해서도 언급됐듯이 경쟁자 없는 시장의 ‘독점’에서 이루어진 것이다. 일례로 베이징의 가장 큰 복합상영관인 화성영화성에서는 <연인>의 개봉 주, 5개의 전 상영관을 <연인>에 내주었다. 얼마 전 같은 곳에서 상영됐던 한국영화 <내 여자친구를 소개합니다>는 단 1개의 소상영관에서만 개봉하였다. 이러한 <연인>의 떳떳하지 못한 흥행 성공에 중국의 각 언론 매체와 평단은 비난의 목소리를 낮추지 않고 있다.

덧붙여 한결같이 흥행 성공에 반하는 작품의 질을 지적하고 나섰다. 이런 현상은 마치 2년 전, 중국 언론의 ‘<영웅> 죽이기’ 현상을 다시 보는 듯하다. 국내 영화 상영 허가의 전권을 쥐고 있는 정부기관인 영화국에서는 이례적으로 국장, 부국장 등이 <남방도시신문>과의 인터뷰를 응하고 최근 끊임없이 불거져나오는 <연인>에 대한 특혜조치에 대한 자신들의 입장을 표명했다. ‘<연인>의 극장가 독점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한편의 영화 성공이 중국 전체 영화 산업화에 기여할 수 있겠는가?’, ‘흥행의 우위가 작품 질의 우위와도 연결되는 것인가?’ 등 그동안 중국사회 각 방면에서 야기됐던 의문에 영화국쪽은 ‘정부가 특정영화에 특혜라니 말도 안 된다’, ‘독점의 모든 책임은 배급사인 중영그룹에 있다’, ‘관객이 이토록 좋아하는 영화를 비판하는 태도를 이해 못하겠다’는 등으로 해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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