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1학년 때 동아리에서 연극 시작. 14년 뒤 <닫힌 교문을 열며>로 영화에 첫 출연, 3년 뒤에는 <너에게 나를 보낸다>로 장편 데뷔, 97년 TV 출연 시작. 박재동 화백의 부인으로도 잘 알려진 김선화(47)씨가 차근차근 활동반경을 넓혀온 과정이다. 현재 봉준호, 장문일, 권종관, 최동훈, 김동원 등 자신이 출연했던 단편영화의 감독들이 한명씩 장편감독으로 데뷔하면서, 한층 두터워진 충무로 인맥을 자랑하는 김선화씨. 최근에는 <신부수업>에서 ‘미저리’ 수녀로 출연하면서 허인무 감독의 데뷔전을 도왔다.
여태껏 출연한 단편영화가 20편이 넘는다.
처음엔 나도 영화를 공부하는 입장이어서 학생들과 함께 작업하는 것이 좋았다. 그렇게 단편영화쪽에 쭉 출연을 해오다가 어느 날 최동훈 감독이 “선생님이랑 같이 작업하고 싶어하는 친구들이 많은데, 출연료 때문에 엄두도 못 낸다더라”는 말을 하는 거다. 아니 내가 언제는 거액을 받고 출연을 했다고, 어차피 사정들 뻔히 다 아는데 되는 대로 받으면 되지, 싶어서 영상원 학생들한테 직접 공개 편지를 전달했다. “좋은 작품 있으면 출연료 상관없이 출연할 의향이 있다”고. 그리고는 그날 오후 3시에 당시 영상원 학생이었던 허인무 감독이 <가화만사성>을 들고 연락을 했다.
출연을 거절하는 경우도 있나.
촬영이 바로 내일인데 출연해달라는 식의 무리한 부탁이 아니면, 시간이 허락하는 한 거의 거절하지 않는다. 여태껏 내가 받았던 단편 시나리오들은 하나같이 좋은 것들이었고….
가장 기억에 남는 단편작업은.
45살 때 서른아홉 먹은 노처녀로 출연했던 <특집! 노래자랑>. 이것도 허 감독 단편이었는데 너무 재밌었다. 의상도 푹 파진 옷이어서 나름대로 파격적이었고.
장편 데뷔하는 감독들이 단편작업 때와 비교해서, 기분을 상하게 한 적은 없었나.
(한참 생각하다가) 없었다. 우리 딸이 <해적, 디스코왕 되다> 현장에 왔다가 나랑 워낙 친했던 김동원 감독이 나한테 반말을 섞는 걸 보고 화를 낸 적은 있었지만. (웃음) 함께 일했던 감독들이 장편 데뷔하는 걸 보면 참 기특하고 흐뭇하다.
영화, TV를 늦게 시작한 편인데, 예쁘고 젊은 배우들이 부럽지 않나.
나도 젊었을 때는 예뻤으니까 괜찮다. (웃음) 내가 원래 낙천적이고, 손금을 봐도 “시련을 시련이라 여기지 않고 이겨내는 스타일”이란 말을 듣는다. 앞으로 좋은 일이 더 많을 것이고, 지금도 나는 ‘내일은 무슨 일이 일어날까’ 생각하면서 하루하루가 설렌다.
나만의 더위 퇴치법.
원래 더위나 추위를 안 타는 편이다. 여름에도 에어컨 때문에 긴팔을 입고 다니고… 실내에 있다가 에어컨 있는 밖에 나가면 너무 따뜻하지 않나? (너무나 부러워하는 기자에게) 시련을 시련이라 여기지 않으면…. (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