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감스럽게도 로니 우(<백발마녀전>으로 잘 알려진 우인태)가 연출을 맡은 <프레디 vs 제이슨>에선 그런 재기발랄하고 짓궂은 유희의 정신도, 슬래셔 무비 전통에 대한 애정을 기반으로 한 장르적 이해도 찾아볼 수 없다. 그야말로 영화 자체가 악몽 같다고 해야 정확할 것이다. 프레디(로버트 잉글런드)는 “엘름가의 아이들이 너무 보고 싶어 죽겠어!”라고 외치며 살인마 제이슨(켄 커징거)의 육체를 빌려 이 세상으로의 귀환을 꿈꾼다. 하지만 영화가 진행될수록 천방지축 날뛰는 프레디와 묵묵히 칼을 휘두르며 때로는 천진해 보일 정도의 어설픈 제스처를 취하는 제이슨 커플을 보고 있노라면, 마치 코믹액션 버디무비를 보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착각이 들 지경이다. 애초의 의도대로 서로가 서로의 장점을 파워업시키는 것이 아니라 완전히 상쇄해버리며 돌이킬 수 없을 정도의 난센스 코미디가 되고 마는 것이다. 자신을 잊지 말고 계속 무서워해달라고 애걸하다시피 하는 프레디의 소망은, 실소를 금할 수 없을 정도로 엉성하게 쓰여지고 촬영된 영화와 함께 공허한 울림으로만 남는다. 영화는 언제나 그렇듯 다음 편을 예고하는 여운을 남기지만, 그 순간 드는 생각은 단 두 가지다. 다시는 이런 영화를 보고 싶지 않다는 것, 공포의 아이콘 프레디와 제이슨을 이런 식으로 끌어내어 그들을, 그리고 우리의 추억을 난도질하지 말아달라는 것. 그건 정말 프레디와 제이슨을 두번 죽이는 꼴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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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마들끼리 치고받고 싸우다보니 코미디가 되어버렸다
슈퍼맨과 배트맨이, 원더우먼과 캣우먼이, 뤼팽과 홈스가 한 작품 속에서 대결한다면 누가 이길까? 팬들이 원하는 바대로 원작을 비틀거나 전혀 다른 식으로 내용을 전개시키는 팬픽(fan fiction)은, 대중의 욕망이 직접적으로 투사되는 인터랙티브한 소통의 가장 명징한 예로서 자유분방한 패러디와 카니발적 특징을 자주 보여준다. 그렇다면 80년대 슬래셔 공포영화의 쌍두마차인 <나이트메어> 시리즈의 프레디 크루거와 시리즈의 제이슨이 함께 등장하는 팬픽의 경우는 과연 어떨까? 꿈과 현실의 경계를 지워버렸던, 슬래셔 자체의 장르적 특징보다는 바로 그 환상적인 면모 때문에 암묵적인 공포를 확산시켰던 프레디, 그리고 공포영화 속 익숙한 주인공으로 ‘소외된 이의 분노’를 체현하는 존재인 하키 마스크맨 제이슨. 꿈의 지배자와 현실의 지배자가 한 공간에 존재할 때 공포는 배가 될 것이라는, 단순한 양의 합산에 의거한 상상으로 팬픽을 써내려간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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