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간판 배우 장 르노와 제라르 드파르디외, 그리고 코믹 도주극의 전문가 프란시스 베버가 뭉쳤다. 프란시스 베버의 전작 <은행털이와 아빠와 나> 시리즈에서와 마찬가지로 영화는 우연하게 벌어지는 상황들의 코믹함과 범죄자들간의 인간적인 교감이라는 두 줄기가 맞물리며 진행된다. 게다가 지나치게 무게잡는 냉혹한 킬러인 루비의 세계와 가벼운 수다쟁이인 퀀틴의 세계가 영화의 두축을 지탱하며 적절한 균형을 부여한다. 이 상반된 두 캐릭터의 만남과 더불어 등장하는 주변 인물들, 예를 들어 멍청한 악당 무리나 정신병원에 입원한 정신과 의사 등은 감초 노릇을 톡톡히 해낸다. 예기치 못한 사건이나 행동으로 웃음을 유발하는 만큼 영화에 논리적인 인과관계나 내러티브의 치밀함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대신 그러한 허술함은 다양한 캐릭터와 두 흥행배우의 연기로 메워진다.
코미디건 비극이건 탈주극의 무게중심은 대체로 공범자들 사이의 관계에 있다. 이 영화 역시 탈주극의 형식을 빌려 서로 상반된 성격의 두 남자가 우정 혹은 애정을 나누기까지의 과정을 보여준다. 이건 ‘남자들간의 진한 의리’와는 사뭇 다른 종류의 우정이다. 자신만의 완고한 세계 속에서 맴돌다 엉뚱한 상황의 반복 속에서 점차 타자의 존재를 느끼기 시작한 외로운 두 남자의 이야기. 그러므로 영화의 결말이 너무 싱겁게 매듭지어지더라도 실망할 이유는 없다. 그들은 완벽한 탈옥도, 부귀영화도, 꿈같은 미래도 결국 얻지 못했지만 심지어 장렬한 죽음을 맞지도 않지만 우정을 얻지 않았는가. 감옥 밖에서 친구를 만들어 감옥으로 함께 되돌아가는, 그러니까 자유를 찾는 대신 친구를 찾아가는 적절히 따스한 버디영화라고 할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