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기의 맞대결!’이라고 하면 좀 과장이겠지만, 최근 할리우드에서는 시리즈로 인기를 누린 캐릭터들끼리의 대결을 영화로 만들려는 움직임이 활기차다. 지난해 미국에서 개봉한 뉴라인시네마의 <프레디 vs 제이슨>이 7400만달러의 흥행수익을 낸 것에 이어 이십세기 폭스의 <에이리언 vs. 프레데터>는 지난주 1억1430만달러의 개봉주말 흥행 성적을 올렸다. 이들 사례에 용기를 얻어 현재 뉴라인시네마는 <이블 데드>의 주인공 애쉬를 끼운 <프레디 vs 제이슨 vs 애쉬>를 후속편으로 준비 중이고, 디멘션필름은 <할로윈>과 <헬레이저>의 캐릭터를 짝지어 <마이클 마이어스 vs 핀헤드>를 준비하고 있다.
이런 종류의 영화를 기획, 제작하는 프로듀서들은 특히 어린 관객이 캐릭터끼리의 우열 다툼을 보고 싶은 욕구가 있다고 믿는다. 이십세기 폭스 프로덕션의 대표 허치 파커는 “에일리언과 프레데터의 대결을 소재로 한 비디오게임이 72만장 이상 팔렸다”면서 “비디오 게임과 코믹북쪽에서는 이런 식의 대결구도를 만드는 게 이미 오래된 일이다. 슈퍼볼 게임처럼 볼 수 있는 영화를 만드는 것”이라며 PG-13등급을 받은 영화의 상업적 기획 의도를 분명히 했다. 폭스의 또 다른 관계자는 <에이리언 vs. 프레데터>가 기존의 <에이리언> 시리즈와 <프레데터>의 DVD 판매를 촉진시킬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영화 개봉에 맞춰 폭스는 1987년작 <프레데터>를 스페셜 에디션 DVD로 만들어 시장에 내놨고, 비벤디유니버설게임즈도 새로운 <프레데터> 게임을 출시한 상태다.
그러나 이런 기획이 스튜디오 내부에서 100% 환영받는 건 아니다. 폭스 스튜디오의 전 사장인 빌 메커닉은, 여전히 개별 시리즈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는 각각의 캐릭터를 맞붙이는 일이 결국 두 시리즈를 다 죽이는 일이라고 보고 영화 제작을 반대했었다. <슈퍼맨>과 동시에 추진했던 <배트맨 vs 슈퍼맨> 프로젝트를 워너가 중도에 포기한 것도 “해리와 샐리가 만나기도 전에 이혼부터 시키려고 하느냐”는 내부의 반대 의견을 물리치지 못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