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러보다 더 섬뜩한 공포와 슬픔을 전해주는 걸작’이냐 ‘정말 불친절하고 아무것도 결론 내리지 않는 무책임한 영화’냐. 구스 반 산트의 신작 <엘리펀트>에 대해 일반 네티즌들의 평이 엇갈리고 있다. <엘리펀트>는 작년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과 감독상을 동시에 수상하면서 절대적인 비평적 지지를 받았던 작품. 하지만 일반 관객들의 엇갈린 반응처럼 정성일, 전찬일 두명의 평론가도 이 영화에 대해 매우 상반된 입장을 보였다. 지난 8월 24일 대학로의 한 극장에서는 공식적인 지지입장을 밝힌 정성일과 비판적인 입장을 견지한 전찬일이 공개적인 논쟁 토론을 벌였다.
비판적 견지를 보인 전찬일은 단지 구스 반 산트가 그저그런 메이저 영화에서 훌륭했던 초심으로 돌아갔다는 이유로 영화가 과대평가 받았을 뿐이며 하나도 새롭지 않을 뿐 아니라 음악의 사용, 롱테이크의 사용, 비전문 배우의 기용 등등의 스타일적 실험 또한 억지스럽고 작위적인 결과를 낳았다는 견해를 보였다. 또한 왕따 소녀, 흑인소년의 죽음이 전시되는 것과 사건을 벌인 알렉스와 에릭의 범행의 원인을 어설프게 제시한 것도 매우 위험하고 어설픈 원인 규명이라고 비판했다.
따라서 구스 반 산트가 그런 오류를 피하고자 어떤 식으로든 이런 것이 원인이었다는 식의 설명을 피하고 각각의 아이들(가해자까지 포함하여)이 가장 아름다웠던 순간으로 자꾸 되돌아감으로써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만드는 <엘리펀트>의 방식이 이런 사건을 다루는 윤리적으로 가장 옳은 방법이라고 평가했다.
이번 <엘리펀트> 논쟁은 피상적인 관객 동원 수치로만 영화가 재단되고 평가받는 현재 풍토에서 평론가와 관객이 사전에 영화에 대한 교감을 나눴다는 점에서 의미있는 시도이다. 호불호가 명확하게 갈리는 <엘리펀트>. 이제 판단은 관객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