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승원-김상진(감독) 콤비가 세번째 만났다. 최근 영화계에서 세 작품을 함께 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연극계 출신으로, 장진 감독을 중심으로 해 신하균, 정재영 등이 뭉치는 '장진 사단'과는 또 다르다. 앞선 두 작품 모두 흥행에도 성공했으니 이들의 세번째 만남이 더욱 주목된다. 두 사람이 선보일 영화는 9월 17일 개봉할 <귀신이 산다>(제작 시네마서비스). 2001년 <신라의 달밤>, 2002년 <광복절 특사>에 이은 작업이며, 이번 역시 두 사람의 브랜드에 걸맞은 코미디 영화다.
25일 이화여대앞 한 카페에서 만난 차승원(34)은 힘이 없어 보였다. 운동과 금식으로 다이어트 중이라고 했다. 워낙 운동을 거르지 않는 습관을 가지고 있는데다 '30대 중반이 되니 조금만 방심해도 금방 살이 붙어 아예 마른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새벽 1시에 헬스클럽에서 2-3시간 운동하고, 식사량을 확 줄이는 등 몸매 관리 비상체제에 돌입했다.
'김상진 감독이 연출하고 차승원이 출연한다면 무조건 본다'는 대중들이 많다. 이에 대해 차승원은 "감독님이나 나나 정말 부담된다. 우리 두 사람이 작업한 영화는 '웰메이드 영화'는 아니다. 그러나 보면서 즐거운 기분을 준다. 이젠 재미있는 영화를 넘어서 좋은 영화를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에 부담을 느낀다"고 솔직히 털어놓았다.
차승원으로서는 전작 <선생 김봉두>까지 연이은 흥행 성공을 거뒀다. 영화배우로서 차승원은 독특한 영역을 구축했다. 코믹하면서도 서민적이고, 비현실적 캐릭터마저 리얼하고 인간미 넘치는 역할로 인식되게 한다. <귀신이 산다>에서 그는 모처럼 여배우 두 명과 호흡을 맞췄다. <선생 김봉두>를 제외하곤 대부분 남자배우 투톱의 영화를 해왔다. 여배우도 등장했지만 남성 캐릭터가 강한 영화였다.
"좋던데요"라고 씽긋 웃는 그는 "장서희, 손태영씨와 함께 하면서 새삼 남자와 여자의 역할이 다르다는 생각을 했다. 내가 표현할 수 없는 감성적인 부분을 두 여배우가 채워줬다"고 말했다. 손태영과의 베드신도 찍었다 하니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차승원은 "'9세이상 관람가' 등급을 받을 만큼 농도 묽은, 기대하고 본 분은 어이없어 웃음이 나올 수준"이라며 크게 웃는다.
총 6개월 동안 거제도에서 촬영해 집과 떨어져 있었다. 나중엔 정신적으로 지쳤음을 실감했다. 영화 촬영 후 중3짜리 아들 노아, 17개월된 딸 예니와 일본 오키나와로 7년만에 가족 여행을 떠났다. "왜 돈 벌어야 하는지 알겠더라"며 여행의 즐거움을 떠올리는 그는 "딸 때문에 장난감이 우리집 인테리어"라며 장난스레 말한다. "노아와 집에서 하지 못한 이야기를 해 아빠로서 좋았던 여행이다. 노아가 예니를 사랑스럽게 보는 눈빛도 잊지 못할 것 같다"며 가장다운 말을 한다.
"배우로서, 남편 또는 가장으로서 후회하지 않는 삶을 살고 싶다"는 게 그의 목표. "그런데 요즘 방황하고 있다. 내 삶에 대해, 가치관에 대해"라고 진지하게 말하더니 "공교롭게 여수에서 촬영 중인 후속작 <혈의 누>에서 고민과 방황을 겪게 되는 인물을 맡았다. 처음 도전하는 사극인데 사대부집안 자제라는 엘리트의식에 사로잡혀 있다 큰 고비를 만나게 된다"고 설명한다.
<귀신이 산다>에서는 묽은 베드신 외에 닭들과 한판 승부, 신부님, 스님, 무당 등을 불러 귀신을 쫓는 퇴마(?) 연기 등 차승원의 원맨쇼가 펼쳐진다. 조선서에서 일하는 필기가 집 장만을 꿈꾸다가 우연히 분에 넘치게 싼 아파트를 사게 되는데 한 때문에 그 집을 떠나지 못하고 있는 처녀 귀신과 어색한 동거를 하게 되면서 일어나는 이야기를 담았다.(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