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예모 감독의 무협액션 <영웅>(2002)이 뒤늦게 미국 박스오피스를 흔들었다. 미 전역 2,031개 극장에서 개봉한 <영웅>의 첫주말 흥행수입은 1,780만달러 정도. 자막 읽기를 싫어하는 탓에 제3국 영화를 그다지 즐겨보지 않는 미국인들의 특성을 감안하면 <영웅>의 1위 데뷔는 새삼스럽다. 할리우드에 성공적으로 데뷔한 이연걸이 주인공으로 등장하고, <와호장룡>으로 중국 무협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데다가, 경쟁작에 초대형 블록버스터가 없었다는 이점도 분명 있었지만 개봉관수에 따른 흥행수입을 비교해보면 결코 어부지리로 얻은 1위가 아니다.
보통 미국박스오피스에 1위로 데뷔하는 영화의 첫주말 개봉관수는 3,000개 내외. 전주 <엑소시스트>는 2,800여개, 2주전의 <에이리언VS프레데터>는 3,400여개, 3주전의 <콜래트럴>은 3,200여개의 극장에서 동시개봉했었다. <영웅>은 이들 영화보다 대략 1,000여개가 적은 2,000여개의 스크린수를 가지고 흥행수입은 전주 <엑소시스트>와 비슷한 수준을 이뤘고 3주전에 1위로 데뷔한 톰 크루즈 주연의 <콜래트럴>보다 스크린수 비교에 따른 흥행수입은 오히려 더 높다. 그만큼 좌석점유율이 높았다는 얘기다. 장예모는 이미 중국본토에서 검증받은 신작 <연인>을 차기작으로 준비해둔 상태. <영웅>의 성공적인 미국시장 진출로 대륙의 무협바람이 <연인>까지 이어질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한국계 배우 칼 윤이 출연한 <아나콘다스>는 2,900여개 스크린에 개봉해서 1,320만달러의 흥행수입을 올려 2위로 데뷔했다. 알려졌다시피 칼 윤은 007시리즈 <다이 어나더 데이>에 북한군 장교로 출연했던 릭 윤의 친동생. 이로써 한국계 형제배우가 나란히 할리우드에 이름을 올린 첫번째 사례가 됐다. <아나콘다스>는 제니퍼 로페즈, 아이 큐브가 출연했던 97년 흥행작 <아나콘다>의 속편으로 칼 윤은 <사랑할 때 버려야 할 아까운 것들>의 조니 메스너, <블랙 호크 다운>의 매튜 마스덴 등과 호흡을 맞췄다.
엽기친구 세명의 좌충우돌 해프닝을 그린 코미디 <노도 없이>(Without a Paddle)는 870만 달러를 추가하면서 전주보다 한계단 하락한 3위를 기록했다. 흥행누계는 2,800만달러에 조금 못미친다. 게리 마샬 감독의 로맨틱 코미디 <프린세스 다이어리2:왕실의 약혼>은 800만 달러를 추가해 역시 전주보다 한계단 하락한 4위에 올랐다. 전국 누계는 7,500만 달러에 달한다.
지난주 1위를 차지했던 <엑소시스트:기원>은 한주만에 무려 4계단이나 하락하며 5위를 기록했고 톰 크루즈가 킬러로 등장하는 스릴러 <콜래트럴>은 지난주와 동일한 6위를 차지했다. <콜래트럴>은 톰 크루즈의 대변신으로 주목받은 작품이지만 개봉4주차까지 1억불을 돌파하지 못해 초대박 영화가 되기는 힘들듯 하다. 하지만 스크린수도 2,700여개로 꾸준히 많이 유지하고 있고 낙폭도 완만한 편이라 조만간 1억불 달성이 가능해 보인다.
카리브해에서 표류한 두 다이버 커플이 상어와 직면한다는 내용의 <오픈 워터>(open water)는 500만 달러를 추가한 7위로 전주보다 두계단 하락했다. 이 영화는 특수효과를 쓰지 않고 실제 상어떼가 출몰하는 곳에서 촬영을 해 화제가 됐던 작품이다. 그밖에 <에이리언VS프레데터>는 8위, 이제 총 누계가 1억5천8백만 달러에 달하는 <본 슈프리머시>는 9위를 차지했고 이번주 새로 개봉한 <서스펙트 제로>(Suspect Zeor)는 10위로 턱걸이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