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스코프]
얼짱이 얼꽝이 되었을 때, <신석기 블루스> 촬영현장
2004-08-30
글 : 오정연
사진 : 손홍주 (사진팀 선임기자)
이성재의 파격 변신이 돋보이는 <신석기 블루스> 촬영현장

재즈밴드의 라이브 연주로 분위기가 한층 무르익어가는 청담동의 고급 바. 아줌마 파마에 뻐드렁니, 시퍼런 양복에 하얀 양말로 패션을 마무리한 남자가 무대로 걸어간다. 생일을 맞은 여자에게 완벽한 연주를 들려주기 위해 자신만만하게 트럼펫을 집어든 남자는 온갖 폼을 잡으면서 연주를 시작하지만 이놈의 트럼펫, 좀처럼 소리를 낼 줄 모른다. ‘혹시나’ 했던 사람들의 눈빛은 ‘역시나’ 하는 표정으로 바뀌어가고, 좀전까지 메뉴판을 보지도 않고 고급요리의 이름을 줄줄이 읊으면서 잔뜩 세워놓았던 남자의 위신은 땅에 떨어진다. 지난 8월17일 촬영현장을 공개한 <신석기 블루스>의 한 장면이다. 그러나 이러한 영화의 내용과는 달리 주인공 신석기를 연기한 이성재 입장에서 이 상황은 오히려 반대일지도 모른다. 보고 읽어도 혀가 꼬이는 어려운 음식 이름을 한번에 발음하기까지, 숱한 NG로 맘고생을 했던 그이기에, 맘편하게 ‘삑사리’만 내면 되는 연기는 무척이나 쉬운 것이지 않았을까.

이성재가 ‘홀딱 깨는’ 변신을 감행한 것으로 네티즌들 사이에 화제가 됐던 영화 <신석기 블루스>는 완벽한 인생을 살아가던 신석기(이성재)가 사고로 인해 남의 몸, 그것도 천하약골에 절세추남의 몸으로 살게 되면서 시작한다. 그러나 잘 나가던 대기업 법무팀장에서 하루아침에 변두리 상가의 지저분한 사무실을 사용하는 국선변호사로 전락한 그에게도 사랑은 찾아온다. 인원감축안으로 해고당한 뒤, 그에게 변호를 의뢰하는 안내데스크 직원 진영(김현주)이 바로 그 주인공. 그런데 완벽한 외모의 신석기를 짝사랑하던 이 여자, ‘얼꽝’ 버전 신석기에게는 무시와 불신으로 일관한다고 하니 석기가 헤쳐나가야 할 이 사회의 편견은 정말 끝이 없다. 촬영을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자신의 바뀐 외모에 자연스럽게 적응(?)한 이성재와 달리 그의 상대역인 김현주는 바뀐 이성재의 모습에, “처음에는 웃겨서 어떻게 연기할지 걱정”이 많았다고. “이젠 익숙해져서 지금이 더 귀엽게 느껴진다”는 말을 덧붙인다. 별다른 어려움 없는 인생을 살아왔다가 의도치 않았던 외모변신을 ‘당하고’난 뒤, 이 사회의 불합리함에 눈뜨게 되는 이 남자, 신석기는 오는 11월 말 관객을 찾아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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