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뉴스]
“<썸>은 <텔미썸딩>과는 완전 다른 영화다”
2004-08-31
글 : 고일권
장윤현 감독의 5년만의 복귀, <썸> 제작보고회 현장

장윤현 감독, 고수 주연의 <썸>이 8월 30일 제작보고회를 통해 언론에 처음으로 공개됐다. <썸>은 교통방송국 리포터 서유진(송지효)이 데자뷔를 통해 24시간 후 죽음이 예고된 한 남자를 알게 되고, 바로 그 남자인 강력계 형사 강성주(고수)가 겪는 미스테리 액션을 다루고 있다. 100억대의 마약을 쫓는 형사와 그 형사의 운명을 예감한 여자의 하루를 그리는 다소 독특한 내용의 영화. 이날 진행된 '제작보고회'의 스포트라이트는 영화에 처음으로 출연한 고수뿐만이 아니라 오랜만에 메가폰을 잡은 장윤현 감독에게도 집중되었다. <텔미썸딩>(1999) 이후 5년, 그동안 장윤현 감독은 뭘하고 있었을까. 크레딧에 '감독 장윤현'이 없었던 시간은 5년이었지만 그동안 그는 씨앤필름을 운영하면서 제작에 힘을 쏟았다. 송일곤 감독의 <꽃섬>(2001), 김유진 감독의 <와일드 카드>(2003), 김경형 감독의 <라이어>(2004), 최근 공수창 감독의 <알 포인트>(2004)까지 모두 제작자 '장윤현'의 손을 거친 작품들.

제작경험을 통해 쌓은 노하우를 축적하면서 5년간 호흡을 가다듬은 장윤현 감독은, "오랬동안 영화를 찍지 못해서 영화를 보고 싶으셨던 분들이 계셨다면 죄송하다"고 첫인사를 뗀 후 "<접속>, <텔미썸딩>, 그리고 <썸> 이후에 준비하고 있는 <테슬라>, 이 3편의 의미를 한번에 담을 수 있는 영화가 <썸>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말하자면 전작 <접속>, <텔미썸딩> 2편과 앞으로 찍을 <테슬라>를 모두 합친 영화가 <썸>이라는 것. 그만큼 작품에 대한 애정과 자신이 대단하다.

<썸>으로 처음 스크린 신고식을 치른 고수는 "촬영이 끝나고 나서 영화를 잊고 있다가 동영상을 보니까 성주라는 캐릭터가 떠올라 그때의 느낌이 다시 살아난다, 영화를 만들어주신 감독님께 감사드린다"고 소감을 밝혔다. 교통방송 리포터 역을 맡은 송지효는 "톱배우 자리는 안중에도 없다. 장윤현 감독님 작품을 함께 한 것만으로도 영광"이라며 달뜬 목소리로 말했고 포스터나 동영상에서 모습을 찾아 볼 수 없었던 강성진은 "제가 이 자리에 있는 이유는 중요한 역할을 맡았기 때문"이라며 좌중의 웃음을 끌어냈다.

데자뷔라는 독특한 소재를 미스테리 액션 스릴러 안에 녹아낸 <썸>이, 제작진이 지향하는 웰메이드 영화의 지형도를 그려낼 수 있을지 아래 인터뷰 내용 전문을 통해 다시 살펴본다. 씨앤필름 제작, 시네마서비스 투자/배급의 <썸>은 10월 15일 개봉예정이다.

장윤현 감독, 고수, 송지효, 강성진 인터뷰

“<텔미썸딩>과는 완전 다른, 보고 나면 의문이 없는 종합선물세트 같은 영화다”

먼저 각자 소감을 말해달라

장윤현감독 : 찾아주셔서 감사드린다. 이런 자리가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이 영화를 찍는 동안에도 ‘완성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진짜 다 찍었다. 보여드릴 날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서 작업하고 있다. 오랫동안 영화를 찍지 못해서 (장윤현의) 영화를 보고 싶으셨던 분들이 계셨다면 죄송하다. 이제 계속 열심히 찍겠다.

고수 : 처음 스크린으로 인사를 드리게 되었다. 첫 작품 홍보를 위해 이런 자리가 마련되어서 떨린다. 열심히 최선을 다해서 찍었다. 처음이라 부족한 점이 많다. 잘 봐달라. 앞서 상영된 메이킹과 하이라이트 영상을 보고 괜히 화가 났다. 촬영이 끝나고 나서 영화를 잊고 있었다. 영상을 보니까 시나리오와 성주라는 캐릭터가 떠올랐다. (촬영내내 강성주라는 캐릭터로 살았다. 그래서 늘 화나 있었고 웃음 없는 무표정으로 7개월을 살았다. 그때 생각이 나서) 왠지 모르게 짜증이 나고, 화가 났다.(웃음) 영화를 만들어주신 감독님께 감사의 말씀드린다. 앞으로 열심히 하겠다. 재미있게 봐달라.

송지효 : 두 번째 영화 <썸>으로 인사드린다. 이런 자리가 처음이라서 굉장히 떨린다. 여기까지 와주셔서 감사드린다. 편집 때 못 가서 궁금한 게 많았는데, 굉장히 잘 나왔다. 예상보다 더 잘 나와서 감독님께 감사드려야 할 것 같다. 눈물이 글썽거렸다. 이제 두 번째 영화인데, 만족하긴 좀 그렇지만, 예쁘게 봐주셨으면 한다.

강성진 : 반갑다. “강성진은 여기 왜 나왔나?”싶으실 것이다. 동영상에서도 보이지도 않고... 섭섭해서 드리는 말씀이 아니다. 중요하지 않은 역할이면 여기 나와있겠나. 나름대로 굉장히 중요한 역할이다. 무엇보다 현장에서 연기를 하면서 처음으로 나보다 후배인 친구들과 작업했다. 말하자면, 연기부 주장이었다. 나름대로 책임을 다해 촬영을 했다. 동영상을 보고 나니 애초에 시작할 때 믿었던 감독님, 스탭들에 대한 확신이 맞아서, 제작진에게 고맙다.

“전작들이 뮤직비디오 같았다면 이번 작품은 하드록이 될 것이다” 라는 말은 어떤 의미인가?

장윤현감독 : 이번 영화는 복잡하고 많은 내 머리속의 생각들이 들어간 영화다. <썸> 이전에 준비하던 작품이 정리되면서 그 전에 만든 <접속> <텔 미 썸딩> 등과 제작이 중단된 영화(<테슬라>), 이 모두를 한번에 담을 수 있는 영화를 생각해서 <썸>을 하게 되었다. 가능하다면 그 세 영화가 담겨져 있는 영화를 꼭 만들고 싶었다.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았다. 한정된 러닝타임이다 보니 소프트하기보다는 빠르고 강하게 표현하게 되었다. 그러다보니 하드록이란 표현이 나온 것 같다.

왜 제목을 <썸>으로 했나?

장윤현감독 : <썸>이란 제목은 <텔 미 썸딩> 때문에 ‘some'으로 연결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연결시킬 의도는 없었다. 영화에 대한 이미지가 없는 전혀 새로운 고유명사를 제목으로 하고 싶었다. 그래서 새로운 단어를 찾으려 하다 나온 단어다. 구체적으로 <썸>이란 영화를 보고 나면 의미가 확실해진다. 중요한 단서로써 이해가 될 것이다.

(고수에게) 영화가 처음인데 구체적인 소감 말해달라.

고수 : 재미있었다. 많이 배웠다. 영화 스탭들로부터 가치관의 변화랄지 앞으로의 인생에 대한 지침을 배웠다. 많은 가르침을 받았고, 많은 생각을 하게 한 작품이었다. 부족한 나를 캐스팅해준 감독님께 감사드린다. (웃음) ‘강성주’라는 캐릭터가 피곤하고, 예민한 상태였다. 영화상으로는 하루, 24시간이지만 실제로는 7개월간 촬영을 했다. 표현에 대한 욕심이 생겼다. 캐릭터를 생각해서 웃음도 자제하고 늘 무표정을 유지했다. 웃어서 인상에서 드러나지 않도록 신경을 썼다. 웃음을 줄였다.(웃음) 운동도 많이 했다.

장윤현감독 : 사실 나도 영화를 두 편밖에 안찍어서 특정 배우들과 하고 싶다는 생각은 별로 안했다. 이번 영화는 시나리오 작업 자체가 힘들었다. 스스로 욕심도 많이 냈고, 오랫동안 찍으면서 대본의 허점을 마지막까지 보완하는 마음으로 찍었다. 두 배우들은 최종 시나리오를 읽지 않은 상태에서 시작했다. 나의 설명과 가이드라인 정도의 시나리오는 있었지만 시나리오가 계속 바뀌었다. 영화 촬영 끝날 무렵 최종 시나리오를 본 것과 다름없다. 일부러 그런 것은 아니지만 이 영화의 내용이나 상황이 복잡한데다 나의 영화가 너무 어렵다는 이야기가 있어서 이번에는 쉽게 찍으려고 노력했다. 그러다 보니까 배우들이 그때그때 굉장히 필요한, 절실한 감정, 마음으로 찍어야겠다...해서. 그런 방식을 택했는데. 드리고 싶은 말씀은 사실... 내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잘해줬다. 앞으로 영화계에서 대성할 수 있을 것이다.

캐스팅 되었을때의 소감을 말해달라.

송지효 : 톱배우들과 작업한 감독님과 같이 작업을 했다고 해서 내가 톱이 되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캐스팅 이후 처음부터 그런 생각은 안중에도 없었다. 장감독님과 함께 하게 된 것만으로도 영광이다. 어려운 작업이었는데 잘 마무리가 되어서 그것으로 만족한다.

영화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고수 : 영화... 음.. 물이다.(웃음) 스스로 신변에 무슨 일이 생기거나 하면 영화를 본다. 힘든 것들을 잊곤 한다. 정말 꼭 필요하다. 꼭 필요한 존재. 물, 인간에게 꼭 필요한 물처럼 영화는 물이다. 약도 될 수 있다. 영화는 재미있다.

연출작 세 작품 중 스릴러가 두편이다. 스릴러의 매력은?

장윤현감독 : 관객들이 극장에 와서 영화를 볼 때 가능하면 관객이 영화와 대화하기를 원한다. 보여지는 (영화의) 그림을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다음 화면에 대한 예상과 영화속의 문제를 풀어나가는 것. 우선, 내가 그러한 영화보기를 좋아한다. 관객들도 좋아하지 않을까 싶어서 스릴러를 만들게 된다. 범죄 찾기와 사건, 상황들은 관객도 고민하고, 생각하게 되고 영화가 끝나면 영화를 만든 사람과 함께 고민할 수 있어서 좋다. 이번에는 <텔 미 썸딩>에서 아쉬웠던 부분들을 떠올리다 보니 자연스럽게 스릴러로 하게 되었다.

주유소 습격사건 이후 강한 인상을 남기는 캐릭터를 맡았다. 이 작품을 관객들에게 어떻게 설명하겠나.

강성진 : 답변 차례가 다가올수록 가슴이 옥죄어온다. 답변하기 어려운 질문을 주셨다. <썸>이란 작품을 한마디로 단정 짓지는 않겠다. 지금 드리는 말씀은 나의 교만이 아니다. 감독, 스탭, 배우들 모두 감히 국가대표급 구성이다. 최근 한국 영화에서 ‘큰 물건’이 없었는데, 웰메이드 필름에 대한 갈증이 있으셨던 관객들에게 해소가... 되는 (고수를 보며)‘물’이다. (좌중 웃음)

<접속>에는 키스씬 없는 멜로를 <텔미썸딩>에서는 귀신없는 스릴러를...이 영화에 없는 것은 무엇인가?

장윤현감독 : 없는 것은 있는 것 빼고 다 없다. 있는 것은 없는 것 빼고 다 있다. 종합 선물세트 같은 작품이다. 멜로, 스릴러 그리고 약간의 상상력도 있다. 그런 요소들이 두 시간만에 아주 빠르게 진행이 된다. 차이점은 그런 게 아닐까 한다. 종합선물세트를 받아본 적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무엇이 나올까 무엇이 맛있을까, 기대하시기보다는 선물세트 안에서 찾으셨으면 좋겠다.

<알포인트>와 겹치는 부분은?

장윤현감독 : 일단, 제작사가 겹친다.(웃음) 그리고 둘 다 내가 기획했음으로 그것도 겹친다.(웃음) 그러나 <알포인트>는 <썸>과 전혀 다른 의도로 기획된 작품이다. 촬영장소, 스탭, 배우 모두 다르다. <알포인트>는 전쟁과 공포를 섞었다. <알포인트>의 반응을 보면 관객들의 질문과 의문이 많다. <텔미썸딩 2>라고들 한다. 그건 나와 공수창 감독이 함께 해왔기 때문인 것 같다. <썸>은 절대 <텔미썸딩3>가 아니다. 완전 다른 영화다. 보고나면 의문이 없을 것이다. 극장을 나가면서 관객들이 “아, 기분 좋다”라고 할 수 있길 바란다. 그렇게 될 수 있도록 열심히 후반작업중이다.

제작도 했다. <꽃섬>을 송일곤 감독과 함께 디지털로 작업했다. 관객은 많이 안 봤지만, 상은 많이 탔다.(웃음) 김유진 감독과 함께 <와일드 카드>를 만들었다. <살인의 추억> 때문에 혼이 났지만 손해는 안 봤다. 최근 <동갑내기 과외하기>를 만든 김경형 감독과 <라이어>란 작품을 만들었는데 잘 모르게 지나갔다.(웃음) 그런 작품들 하면서 내 작품을 기획했다. 당시 SF를 한번 해보겠다고 생각해서 준비를 하다가 SF라는 장르가 기술이나 자본 등 여러 가지로 준비가 많이 필요해서 미루고, <썸>을 준비해서 이렇게 만들게 되었다. 5년동안 보이지 않게 이래저래 열심히 뛰어다녔다. 하지만, 역시 연출만큼 재미있는 것이 없다. 그래서 앞으로는 제작도 하겠지만 가능한 연출을 많이 하려고 한다. 다음 작품을 준비중이다.

마지막 인사말을 부탁한다.

장윤현감독 : 제작보고회란걸 처음 해서 어떤 느낌일지 참 궁금했다. 다 찍고 나서 소개하니까 약간 겁이 난다. 새로 찍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어쨌든 열심히 했다. 내 생각대로 찍혀지긴 했지만, 어떻게 전달이 될지 어떻게 평가하실지 궁금하고, 무섭고, 두렵다. 지금 남아있는 작업기간 동안 최선을 다할 것이다. 관객들이 사랑하는 영화를 만들기 위해 영화를 만든다. 많은 관객과 만날 수 있도록 여러분이 중간에서 다리를 놔주시길 부탁드린다. 와주셔서 대단히 감사드린다.

인터뷰 자료 제공 씨앤필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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