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귀여운 부조리 애니메이션, <맥덜>
2004-08-31
글 : 정한석 (부산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
재미있는 등장인물 더하고 슬픈 현실 더하고 허무유머 더해서 만들어진 부조리 애니메이션

2001년 크리스마스 시즌을 맞아 홍콩에서 개봉한 뒤 큰 호응을 이끌어낸 애니메이션 <맥덜>은 2편 <맥덜: 파인애플 빵의 왕자>의 제작과 3편 <맥덜: 우당>을 기획하게 하는 데까지 나아갔다. 현재는 텔레비젼 교육용 프로그램을 준비 중일 정도로 홍콩에서 인기가 있다.

간단하게 말해 <맥덜>은 우선 귀여운 애니메이션이다.

돼지의 모습을 갖춘 주인공들은 징그럽기보다는 충분히 호감이 갈 만한 표정들을 보여준다. 몇개의 챕터로 나눠져 있으며, 둔하고 바보 같지만 착한 아들 맥덜과 억척스럽게 세상을 살아나가는 엄마 맥빙 여사, 이 모자를 중심으로 재치있는 에피소드들을 선보인다. 한 가지 느낌만으로 포획되지 않는 다양한 감성의 전달을 시도한다는 장점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맥덜>이 보여주는 세계는 근본적으로 부조리하다. 영민한 아이에게 보여주기에는 잔인한 구석까지 갖춘 애니메이션이다(<맥덜>의 등급은 전체 관람가이다). 물론 이런 설명은 영화가 표면적으로 난해하거나 공포스럽기 때문에 필요해진 것이 아니다. 그렇다면 도대체 무엇이 부조리하다는 말인가?

“주윤발이나 양조위처럼 잘생긴 아이를 낳게 해달라”는 운명의 기도를 거절당하고, 어쩔 수 없이 운만 좋고 둔한 아이 맥덜을 자식으로 얻은 어머니 맥빙 여사는 변하지 않는 법칙들이 이 세상을 맡고 있다고 믿는다. 정확히 무엇인지 실체를 알지는 못하지만, 그것을 향해 무조건 열심히 살아야 한다고 믿는다. 그중에 맥빙 여사가 아들 맥덜에게 가르치는 것은 부자가 되어야 한다는 교훈이다. “옛날에 거짓말쟁이가 있었는데 어느 날 죽었단다. 옛날에 공부 열심히 하는 소년이 있었는데 커서 부자가 됐단다. 옛날에 말 안 듣는 소년이 있었는데 발목을 삐었단다.” 맥빙 여사는 침대 옆에서 아들 맥덜에게 잘되라고 동화책을 읽어준다. “엄마, 졸려요”라고 하소연해봤자, “옛날에 잠 많은 소년이 있었는데 다음날 죽었단다” 하는 식의 무서운 동화 한줄만 더 들려줄 뿐이다. 아픈 맥덜에게 다 나으면 몰디브 해변으로 데려다준다고 꼬셔 약을 먹이더니, “다 나으면 가기로 했잖아요” 하고 묻자, “아니, 부자 되면 가기로 했지”라고 거짓말을 한다. “그럼 우리 언제 부자 돼요?” 하고 물으면 무심하게 텔레비전을 보며 “꿈에서나”라고 대답한다.

억척스런 엄마와 순진한 아들 사이의 이 동문서답 사이에서 웃음은 터져나온다. 그러나 그 웃음은 슬픈 것이다. 부자가 되어야만 모든 일이 순조로워지고, 부자는 결코 될 수 없다. 이 모순의 문장이 지닌 변할 수 없는 사실 때문에, 부조리한 현실을 지탱하는 불가능성 때문에, 엽기적인 동문서답은 웃음과 함께 슬픈 감정을 끌어낸다. <맥덜>의 주인공들이 순간마다 구슬프게 보이는 이유이다.

그러나 맥빙 여사는 맥덜을 사랑한다. 맥덜이 열심히 연습하는 만두치기(중국의 전통놀이)가 올림픽 정식 종목이 될 수 있게 해달라고 안 되는 영어로 올림픽 집행위원회에 편지까지 보낼 정도이다. 당연히 엄마 역시 아들에게 몰디브를 구경시켜주고 싶지 않겠는가? 하지만, 그것은 현실 불가능이다. 돈이 없다. 그 순간에 그들 모자에게 꿈을 이룰 수 있도록 해주는 방식은 역시 부조리하다. 꿈에서나 부자가 될 수 있다고? 그래야 몰디브에 갈 수 있다고? 그럼 꿈을 보여주지. 맥덜은 엄마와 함께 케이블카나 다니는 시내의 공원을 다녀올 뿐이지만 그곳이 몰디브였다고 믿게 된다. 그렇게 행복을 찾는 부조리한 믿음은 여러 장면에 나눠져 있다. 그런 장면들은 납득할 수 있을 만한 설명을 덧붙이기보다 환상 속에서 즐거워하는 맥덜의 즐거운 동심을 보여줌으로써 충분한 동의를 만끽하게 한다. 그렇게 <맥덜>은 부조리한 세상에 부조리한 방식으로 대처하면서 희망을 잃지 않는다.

<맥덜>에는 두 목소리의 화자가 등장하는데 한명은 어린 맥덜이고, 또 한명은 어른 맥덜이다. 그러면서 <맥덜>은 어른의 시점에서 과거를 상기하는 방식으로, 어린아이가 미래를 향해서 소망을 품는 방식으로 동시에 진행된다. 뚜렷하게 그 둘 사이를 구분짓는 경계는 없다. 그것은 마치 길을 걷는 맥덜 모자에게서 뻗어나와 도시를 가로질러 홍콩의 하늘 어딘가로 올라가 내려다본 뒤에 다시 그들에게로 되돌아오기를 되풀이하는 조감숏의 형식적 의미와도 일치한다. 그렇게 화면은 그 도시 안에 살고 있는 맥덜 모자와 그들이 살고 있는 세계를 부지런히 오가면서 보여준다. 마치 과거와 미래를 부지런히 오가면서 삶에 대해 이야기하듯이. 그건 역시 실망과 희망을 오가는 <맥덜>의 방식과도 같다. <맥덜>은 그렇게 독창적인 캐릭터들과 그들의 부족함의 현실과 그 부족함을 채워주는 소망의 이미지를 통해 부조리한 이 세계의 어두운 면을 따뜻하게 보여주는 기술을 터득한다.

:: 토 우엔 감독 인터뷰

“우리의 성공은 기적에 가깝다”

<맥덜>에는 두 목소리의 화자가 등장하는데 한명은 어린 맥덜이고, 또 한명은 어른 맥덜이다. 그러면서 <맥덜>은 어른의 시점에서 과거를 상기하는 방식으로, 어린아이가 미래를 향해서 소망을 품는 방식으로 동시에 진행된다. 뚜렷하게 그 둘 사이를 구분짓는 경계는 없다. 그것은 마치 길을 걷는 맥덜 모자에게서 뻗어나와 도시를 가로질러 홍콩의 하늘 어딘가로 올라가 내려다본 뒤에 다시 그들에게로 되돌아오기를 되풀이하는 조감숏의 형식적 의미와도 일치한다. 그렇게 화면은 그 도시 안에 살고 있는 맥덜 모자와 그들이 살고 있는 세계를 부지런히 오가면서 보여준다. 마치 과거와 미래를 부지런히 오가면서 삶에 대해 이야기하듯이. 그건 역시 실망과 희망을 오가는 <맥덜>의 방식과도 같다. <맥덜>은 그렇게 독창적인 캐릭터들과 그들의 부족함의 현실과 그 부족함을 채워주는 소망의 이미지를 통해 부조리한 이 세계의 어두운 면을 따뜻하게 보여주는 기술을 터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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