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은 제목마따나 주제를 향해 직구로 정면승부하는 영화다. 머리가 커진 뒤로 내내 아버지를 증오해왔던 딸이 자신을 던져서라도 딸의 미래를 지켜주려는 아버지의 본심을 알게 되기까지를 그리는 이 이야기는, 사실 그리 새로울 것이 없다. 철모르는 딸과 말 그대로 ‘헌신’하는 아버지라는 <가족>의 두 주인공 자리에 각각 아들과 어머니, 사랑하는 남자와 여자, 끈끈한 우정을 나눈 두 친구를 바꿔넣는다 해도 이야기는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 그럼에도 <가족>은 그 뻔하디 뻔한 이야기를 끝까지 밀어붙인다. 보스는 아버지가 대신 돈을 갚았음에도 불구하고 정은의 배신을 용서하지 않고, 가족을 볼모 삼아 정은에게 관할 경찰서의 간부를 상대로 ‘육보시’를 하라고 협박한다. <가족>의 주인공들은 이 작위적이다 싶을 정도로 참혹한 운명의 구렁텅이에 빠진 뒤에야 겨우 서로에 대한 사랑을 처절하게 확인한다. 부녀의 사랑은 살가운 속삭임 한번 없이, 사랑한다는 말 한마디 없이 서로에게 전달된다.
<가족>의 정면승부가 미덕을 발휘하는 지점은 이곳이다. 신인 이정철 감독은 신파의 ‘유혹’을 떨치고 오히려 눈물을 절제시키고 장면을 함축하려 애씀으로써 감정의 집중을 이뤄냈다. <가족>의 백미라 할 수 있는 주석이 정환에게 술잔을 권하는 장면은 이같은 직구 승부의 성과물인 셈이다. 다소 앙상한 캐릭터와 매끄럽지 않은 이야기의 연결은 이 우직함이 만들어낸 얼룩이겠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