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흔히 알려진 대로 <에이리언 vs 프레데터>(이하 〈AvP>)는 단지 ‘조오련이랑 바다거북이랑 수영하면 누가 더 빠를까?’ 따위의 유치한 발상만을 상업적으로 전환한 것일까? 한편으로는 맞고 한편으로는 틀리다. 왜냐하면 〈AvP>는 정확히 꽤 오래전부터 있었던 비디오 게임의 영화화 버전인 탓이다. <레지던트 이블>과 <모탈 컴뱃>으로 서사구조 앙상한 액션 게임들을 나름 영화로 용도 변경하는 데 장기가 있음을 입증한 폴 앤더슨을 등판시킨 것도 그 때문이다. 그러므로 전설이 된 하나의 시리즈와 의미심장한 또 하나의 시리즈가 가진 양쪽의 기대치를 합산한 만큼의 기대를 하는 것은 애초에 온당하지 못한 것이긴 하다. 그러나 불행히도 게임 각색의 일인자 폴 앤더슨은 적은 예산에, 간출한 러닝타임, 민망한 기획이라는 삼중고에 시달려 본연의 장기를 딱 절반만큼만 발휘한다. 프레데터와 에일리언을 사냥꾼과 사냥감으로 이어붙인 억지 설정에, 되다 만 캐릭터, 정작 심심하기만 한 프레데터와 에일리언의 액션 격돌 등의 재난은 그러니 어쩌면 예고된 인재(人災)랄밖에. 물론 10분마다 구조를 바꾸는 <큐브>식 피라미드를 짜넣고, 알맹이는 없지만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며 주고받는 찰진 캐릭터간 대화에서는 여전한 그의 솜씨를 느낄 수 있기는 하다. 그렇다고는 해도 왜 게임이 아닌 영화를 봐야 하는지가 아리송하기는 마찬가지다. 관객은 여전히 ‘온전한’ 에일리언과 ‘온전한’ 프레데터의 격투를 보고 싶어하거나, 그도 아니라면 최소한 전편들의 환상을 보존하기를 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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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리언>+<프레데터>라기보다는 비디오 게임 〈AvP>의 용도변경 상품. 그나마 폴 앤더슨이 고군분투한다.
몇개의 메가톤급 시리즈들이 종료되면서 잠시 소재 고갈의 위기에 놓인 할리우드에서 내놓은 최근의 인기 방안은 대략 쓸 만한 히트작 뒤늦게 속편 내기 또는 아예 검증된 히트 시리즈 잡종 교배 이렇게 정리되는 것 같다. 전자의 경우가 무려 16년 만에 돌아온 <더티 댄싱: 하바나 나이트>이고 후자의 경우가 <프레디 vs 제이슨>이다. 아마 슈퍼맨과 배트맨도 랑데부를 벌일 모양이라니 확실히 소재 부양 대책이 절실한 모양이다. 하지만 어느 쪽이든 기획이 반 이상 먹고들어가는 상황이고 보면, 감독이 할 바란 고작 말도 안 되고 뻔뻔한 기획을 어떻게 말이 되게, 그리고 덜 민망하게 할 것인가에 달려 있는 정도이다. 게다가 예산까지 조금 손에 쥐어주고 러닝타임까지 간출하라는 오더까지 있다면 그 자율성의 여지는 더 말할 나위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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