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뉴스]
[베니스 2004] 박찬욱, “나도 아시아 대표감독”
2004-09-07

"아시아 대표 감독 중 한 명이라는 위치를 확고히 하고 싶어서 연출하게 됐습니다."

<쓰리, 몬스터>로 베니스 영화제에 참석 중인 박찬욱(41) 감독이 공식 기자회견에서 특유의 유머로 현지 언론의 많은 박수를 이끌어냈다. <쓰리, 몬스터>는 한국, 홍콩, 일본 3국이 공동으로 제작한 옴니버스 영화. 박찬욱 감독과 일본의 미이케 다카시, 홍콩의 프루트 챈 감독은 '몬스터'(괴물)로 상징되는 인간 내면의 악마성을 각자의 색깔에 맞춰 연출했다. 올해 영화제에는 비경쟁 부문인 미드나잇 익스프레스(Venezia mezzanotte) 섹션에서 상영된다.

6일(현지시각) 오전 영화제 본부인 카지노 건물의 2층에서 열린 기자회견에는 박찬욱 감독과 프루트 챈 감독이 참석했다. 손을 흔들며 기자회견장에 나타난 박 감독은 회견 내내 여유 있는 모습으로 기자들의 질문에 대답했다. 특유의 유머가 드러난 것은 영화 연출에 참여하게 된 계기를 묻는 질문에 답할 때.

그는 "장편과 단편을 번갈아가며 만드는 것이 유익하고 보람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고 그래서 <올드보이>를 끝내고 단편영화를 연출하게 됐다"고 말한 뒤 "특히 이 계획에 참여하면 자연스럽게 아시아를 대표하는 감독 중 한 명으로 위치를 확실히 할 수 있어서, 좋은 기회를 포기할 수 없었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박 감독은 이어 "<쓰리> 프로젝트에 대해 2년 전에 1편이 있었고 2편에 해당하는 <쓰리, 몬스터>에는 기획 때부터 참여 제안을 받았다"고 소개하며 "하지만 미이케 다카시 감독이 워낙 빨라(빨리 촬영해) 일본 작품이 먼저 만들어졌다"고 설명했다. 세 편의 단편 중 자신이 연출한 <컷>에 대해 그는 "중산층 이상으로 부유한 주인공이 자신의 지위와 계급을 잃어가는 공포를 그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한편 프루트 챈 감독은 "전에는 만들어본 적이 없는 인상적인 프로젝트여서 다른 감독들보다 뒤늦게 참여하게 됐으며 호평받고 있는 두 감독과 같은 프로젝트를 만들게 돼 영광으로 여긴다"고 소감을 밝혔다. 프루트 챈 감독은 <메이드 인 홍콩>으로 홍콩을 비롯한 해외 영화계에서 호평을 받았으며 이후 <리틀청>, <화장실, 어디예요?> 등의 영화를 만들었다.

그는 "처음 만드는 호러 영화"라는 한 기자의 말에 "100% 호러는 아니고 사람의 깊은 곳을 건드리고 있다는 점이 매력"이라며 "특히 여배우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아름다움을 잃는 공포를 다루고 있다는 것이 흥미롭다"고 털어놓았다. <쓰리, 몬스터>는 6일 밤 12시(현지시각) 공식 상영할 예정이다.(베네치아=연합뉴스)

관련 영화

관련 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