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타로 만의 만화를 원작으로 한 영화는 그야말로 한권의 만화책을 그대로 옮겨온 듯하다. 야구를 소재로 하지만 정상적인 야구 경기는 단 한 장면도 등장하지 않는 이상한 야구 영화다. 배트와 글러브 대신에 사람의 몸이 경기의 도구가 된다. 말하자면 이들이 벌이는 경기에는 나름의 야구 정신은 있으되 규칙을 비롯한 야구의 외형적 조건은 그 무엇도 갖춰져 있지 않다. 마치 ‘야구로 사람을 죽이는 다양한 방법’의 총집합을 보여주는 듯하다. 그러므로 <공포의 외인구단>이나 등에서와 같은 야구에 대한 현실적인 접근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이다. 대신 만화 속에서 방금 튀어나온 듯한 인물들의 비현실적인 외모, 과장된 액션과 대화는 야구에 대한 그들의 열정을 꽤 독특한 방식으로 전달한다. 예를 들어 쥬베이가 야구에 관한 아픈 기억을 회상할 때마다 난데없이 도입되는 뮤지컬 형식이나 야구의 미래를 위해서라면 죽었다가도 기계인간으로 환생하면서까지 돌아오는 인물들, 선수들의 난투극을 관람하던 유일한 관중이 마지막 경기를 보며 숨을 거두는 장면은 황당함과 코믹함을 넘어서는 나름의 진정성을 지닌다. 그러나 끝없는 상상력을 자랑하던 영화가 후반으로 갈수록 팀워크나 우정과 같은 너무도 당연한 진리를 노골적으로 설파하면서 쥬베이의 아웃사이더적인 아우라는 사라지고 엽기적인 상상력은 맥을 잃는다.
“야구를 사랑하는 모든 이들에게”라는 헌사로 시작하는 영화는 사실 야구보다는 B급영화 팬들에게 바치는 영화로 봐야 마땅하다. 영화의 마지막, “야구에 대한 사랑은 선과 악을 넘어선다”는 깨달음의 내레이션 역시 B급영화에 대한 감독 자신의 믿음과 다름없어 보인다. 야마구치 유다이는 이 영화로 2003년 유바리 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영 판타스틱 부문 그랑프리를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