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감정을 허용하지 않는 딱딱한 레슬러의 분노, <워킹 톨>
2004-09-07
글 : 김현정 (객원기자)
거대한 남자가 거대한 각목을 손에 쥐고 불의에 맞선다. “내가 바로 법이다”라고 결정한 더 록의 분노.

특전대원으로 복무했던 크리스 본(더 록)은 8년 만에 고향에 돌아온다. 그는 아버지의 제재소에서 일하려고 마음먹었지만, 제재소는 일손이 부족해서 이미 3년 전에 문을 닫았다. 새로 생긴 카지노 때문에 마을 사람들은 일은 하지 않고 술과 도박에만 빠져 지내고 있다. 친구들과 함께 카지노에 들른 크리스는 카지노가 속임수를 써서 이익을 늘리고 마약까지 공급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러나 카지노 주인 제리에게 매수당한 보안관은 크리스의 고발을 묵살한다. 분노한 크리스는 친구 랜디(조니 녹스빌)의 도움을 받아 자기 손으로 제리와 그 부하들을 응징하기로 결심한다.

<워킹 톨>은 낯익은 주인공과 스토리에 기대고 있는 영화다. 이 영화의 원안이 된 1973년작 <워킹 톨>은 더티 하리처럼 총과 각목을 손에 쥐고 부패에 대항하는 보안관 버포드 푸서를 끌어들여 두편의 속편과 TV시리즈를 만들어낼 정도로 인기를 얻었다. 실존인물 버포드 푸서가 전직 레슬러라는 점을 생각한다면, 리메이크 버전 <워킹 톨>이 프로레슬러 더 록을 주연으로 캐스팅한 것은 적절한 선택으로 보이기도 한다. 키가 2m에 가까운, 근육으로 지어올린 것 같은 WWE 챔피언, 거대한 육체를 돋보이게 만드는 각목, 단호하고 낭비없는 동작. 액션 그 자체에 충실하고자 한 <워킹 톨>은 안전한 주연과 든든한 원작으로 무장한, 시골 보안관처럼 소박하지만 믿음이 가는 영화가 될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워킹 톨>은 86분이라는 짧은 상영시간이 마치 두 시간처럼 느껴지는 지루한 이야기가 되고 말았다.

<미이라2> <스콜피온 킹>으로 영화를 시작한 레슬러 더 록은 바위처럼 강건해 보이지만, 각목을 무기로 삼는 남자가 가져야 할 날렵함과는 거리가 있다. 그리고 시골 마을의 여유나 유머는 더 멀리 떨어져 있다. 더 록이 마을 주민들의 정서에 호소해서 무죄 판결을 얻어내는 법정장면이 어이없는 것은 그 때문이다. 더 록은 감정을 허용하지 않는 딱딱한 레슬러고, 대본은 그 사실을 이용하거나 보완하려는 어떤 노력도 하지 않는다. 30년 전 버포드 푸서는 마초가 되고 싶어하는 수많은 소년들의 환상을 자극했다. 그러나 30년 뒤 새로 태어난 <워킹 톨>은 힘이 세다고 마초가 될 순 없다는 사실을 잊어버린 듯하다. <잭애스>로 명성을 얻은 조니 녹스빌의 유머감각조차 거북이 등껍질처럼 완고한 더 록의 표정에는 끼어들 틈을 찾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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