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
“기술과 상상력을 ‘결혼’시키고 싶었다”, 시노다 마사히로 감독
2004-09-10
글 : 김도훈
주안 미디어 문화축제에서 <스파이 조르게> 상영하는 시노다 마사히로 감독

9월3일부터 5일까지 개최되는 인천의 ‘주안 미디어 문화축제’에서 시노다 마사히로(71) 감독의 은퇴작인 역사극 <스파이 조르게>(スパイ ゾルゲ, 2002)가 상영된다. 2002년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올빼미의 성>으로 최우수 감독상을 수상한 일본의 노장 감독. 일본에서 은퇴 뒤의 휴식을 즐기고 있는 그와 서면 인터뷰를 진행했다.

일본과 상하이, 베를린을 거쳐 영화가 완성되기까지 반년의 세월이 결렸다.

영화 자본을 끌어들이는 데만도 힘을 엄청 쏟아야만 했다. 동시에 나는 영화촬영을 도와줄 사람들을 찾기 위해, 이 영화에 대한 나의 열정을 사람들에게 설명해야만 했다. 그것이 내가 혼자서 그 많은 곳을 돌아다녀야 했던 이유다. 나는 이 영화 속에 쇼와 시대를 그대로 복원해낼 필요가 있었다. 그것은 꼭 완성해야만 하는 커다란 과제와도 같았다. 다행히 많은 사람들이 ‘조르게’가 아닌 인간 ‘시노다 마사히로’를 위해 돈을 투자했다.

그렇게 영화를 만드는 것이 당신 나이에 쉽지 않은 일이다.

나는 니힐리스트다. 그래서 나는 그저 일들이 어떻게 되어나갈지 편안한 마음으로 지켜볼 수 있다. 또한, 은퇴 전까지 36편의 영화를 만들었고 그 경험을 바탕으로 뭐든지 극복할 수가 있다고 믿었다. 아마 그것은 영적인 에너지 같은 것이 아니었을까.

쇼와 시대는 당신과 일본인에게 어떤 의미가 있나.

나는 언제나 내가 태어난 쇼와 시대에 대해 이야기하는 영화를 만들기를 원했다. 그리고 태평양 전쟁으로 나아가는 일본을 대표하는 인물로 조르게라는 스파이를 선정했다. 지금 쇼와 시대는, 일본인의 기억으로부터 사라졌다. 그것은 뭐랄까. 일본 사람들이 천천히 잃어가는 감수성과도 같다. 일본인들이 되살려야 할 일본의 정체성이다. 나는 조르게라는 인물로부터 그같은 요소들을 표현하고 싶었다.

많은 CG장면들이 이용되었다.

나는 이 영화를 통해 디지털영화의 기술과 영화적 상상력, 두 가지 요소를 제대로 ‘결혼’시키고 싶었다. 새로운 CG 기술의 발전없이 일본 영화산업의 잠재력은 하향할 것이기 때문이다.

당신의 아내인 이와시타 시마도 영화에 출연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녀는 아무런 동행도 없이 나의 모험을 믿고 따라주었다. 나에게는 너무도 멋진 아내다.

은퇴하기로 결심한 이유가 무엇인가.

만약 내가 아주 개인적인 영화를 만들고 싶어한다면, 그것은 100살이 되어도 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나는 수백만명의 사람들을 위해 영화를 만들었던 쇼치쿠 영화사에서 감독으로 성장했다. 나의 육체와 정신력은 한계가 있다. 나는 수백만명을 위한 영화를 다시 만들 힘을 지니고 있지는 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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