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배두나(25)가 지난 9일 일본 도쿄 근교의 군마 현에서 일본영화 <부루하자우루스>의 촬영에 돌입했다. 배두나는 연합뉴스의 메신저 인터뷰에서 "새로운 환경에서 작업을 하는 것이 재미있고 신기하다. 짧은 영어와 일어를 섞어가며 의사소통하고 있다"며 웃었다. <부루하자우루스>는 고등학교를 배경으로 한 소녀 밴드의 이야기. 학교 축제를 이틀 앞두고 연습하던 중 보컬이 행방불명되자 한국에서 온 전학생 배두나가 그 대타로 나선다. 제목 <부루하자우루스>는 1980년대 펑크 록밴드 블루 하트(BLUE HEART)에서 따온 것으로 극중 고교생들이 만든 카피 밴드의 이름이다.
여고생 밴드 보컬을 맡은 배두나는 까맣게 머리를 염색하고, 스트레이트 파마를 했다. 그는 "고등학생으로 대강 우겨진다"며 웃었다. 사실 그는 출국 전 은근히 스트레스에 시달렸다. 함께 연기하는 동료 배우들의 나이가 18~19세 인 것. 그 때문에 그는 출국 전 틈틈이 스킨 케어를 받았다. 조금이라도 어려보이기 위한 노력. 배두나는 "같이 찍는 일본 친구들이 내가 스물 네살이라니까 깜짝 놀랐다"며 은근히 자랑했다.
한편 배두나는 "일본에서 김치가 엄청나게 인기라 놀랐다"고 말했다. "대도시도 아닌데, 여기 백화점이나 지하상가에서 김치를 많이 팔고 있다. 사람들이 많이 사간다. 덕분에 매일 '한국' 김치를 먹고 있다. 다만 점심에는 촬영장에서 '벤또'를 나눠줘 김치를 못먹어 아쉽다." 배두나가 이 영화와 인연을 맺은 것은 이 영화의 감독인 야마시타 노부히로(30)의 적극적인 러브 콜 때문. 일본에서 떠오르는 신예 감독인 야마시타는 올초 배두나가 영화 <고양이를 부탁해>의 홍보를 위해 일본을 방문했을 때 기자회견장을 직접 찾아왔다. 당시 그의 손에는 <부루하자우루스>의 시놉시스와 그의 전작을 담은 비디오가 들려 있었다.
"영화 출연은 비교적 신속하게 결정지었다. 봉준호 감독님이 그동안 야마시타 감독님에 대해 '일본 신예 감독 중 최고'라고 칭찬한 데다, 비디오로 감상한 감독님의 전작이 너무 재미있었다. 기발하고 반짝이는 것이 아주 좋았고, 그래서 바로 결정했다."야마시타 감독은 얼마 전 내한해 배두나가 출연한 연극 '선데이서울'을 관람하기도 했다.
"감독님이 프로듀서와 함께 연극을 보러오셨다. 그날 같이 노래방에 갔는데 내가 일본곡을 몇 곡 부르니까 '발음이 괜찮다'며 만족해하셨다. 고등학교 때부터 일본 팝에 심취해, 그동안 일본어를 독학해왔다. 그렇다고 잘하는 것은 아니지만, 극중 배역도 한국 유학생이다보니 네이티브 수준을 원하지 않는다." 소위 한류 스타도 아닌 그가 일본 영화의 주인공으로 캐스팅된 것은 분명 주목할 일.
출국 전 "일본 영화계에 대한 환상은 전혀 없다. 우리와 다르다거나 나을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한국에서 했던 작업과 똑같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했던 배두나는 촬영에 돌입하자 "촬영장도 재미있고, 일본 친구들과 시간을 보내는 것도 즐겁다"고 전했다. 그동안 한국 배우가 일본 장편 영화의 주인공을 맡은 것은 1996년 안성기가 오구리고헤이 감독의 <잠자는 남자>에 출연한 경우 정도.
최근 연극을 마친 배두나는 "연극을 하면서 한번도 해보지 않은 새로운 것, 낯선 것에 대한 희열을 맛봤다. 이번 일본 영화 출연도 그런 기대를 갖고 한다"며 웃었다. <부루하자우루스>는 10월 2일까지 촬영이 이뤄지며, 내년 8월 개봉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