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타]
<퀸카로 살아남는 법>의 린제이 로한
2004-09-16
글 : 박은영
심상치 않은 ‘내공’의 아이돌

빨강 곱슬머리에 주근깨투성이 얼굴, 예쁘지는 않지만 밝고 착하고 지혜로와서, 곁에 두고 친구하고 싶은 아이. 동화가 유난히 편애하는 캔디류의 캐릭터에서 ’예쁘지는 않지만’을 빼고, 귀엽고 섹시한 외모를 더하면, 린제이 로한이 된다. 세상 참 불공평하다 싶을 텐데도, 그에게 열광하는 건 또래나 동생뻘의 소녀들이 압도적이다. 이제 겨우 열여덟살인 그의 최근 ‘소녀 영화’ <프리키 프라이데이> <퀸카로 살아남는 법>이 북미 지역에서 벌어들인 수익은 도합 2억달러. 이는 힐러리 더프, 올슨 자매 등의 라이벌 하이틴 스타들이 오르지 못한 경지다. 능동적이고, 터프하고, 섹시하면서도, 어딘가 모르게 만만해 보이는, 자칭 ‘만인의 친구’ 린제이 로한의 힘은 이 정도다.

린제이 로한은 미국인들에겐 어린 시절부터 지켜봐온 ‘이웃집 소녀’나 다름없다. 세살 때 포드 자동차 광고로 얼굴을 알렸고, 10살 때 드라마 <어나더 월드> <가이딩 라이트>로 연기를 시작했다. 낸시 마이어스의 가족영화 <페어런트 트랩>에서 따로 성장한 쌍둥이 자매의 1인2역을 맡아 야무진 연기를 선보였고, 그 인연으로 디즈니의 TV용 영화에 연달아 얼굴을 비췄다. 그가 깜짝 놀랄 만큼 성숙해 보인 건 ‘몸이 바뀐 모녀 이야기’ 인 <프리키 프라이데이>부터다. ‘무늬만 딸’인 보수적이고 깐깐한 엄마로의 변신을 그려내는 ‘모험’을 거쳐, 린제이 로한은 ‘아이돌 스타’의 꼬리표를 떼어냈다.

<퀸카로 살아남는 법>은 린제이 로한에겐 또 다른 시험대였다. 순진무구한 왕따 편입생이 전교생이 동경하고 또 혐오하는 퀸카클럽에 다가가면서, 그들을 능가하는 교활한 퀸카로 거듭나는 과정을 코믹하게 그린 이 영화에서, 그는 여러 번 ‘변심’하고 또 ‘변신’하는 어려운 과제를 자연스럽게 풀어보였다. <프리키 프라이데이>에 이어 <퀸카로 살아남는 법>에도 린제이 로한을 캐스팅한 마크 워터스는 그가 성인 배우 못지않은 ‘내공’을 지녔다고 칭찬한다. “전편에서의 버릇없고 터프한 소녀, 이번 영화에서의 사악한 소녀 모두 실제 린제이와는 딴판인데 그래서 나는 그가 뛰어난 배우라고 생각한다.”

린제이 로한은 지금 미국 소녀들이 가장 닮고 싶어하는 아이돌 스타이기도 하다. 그가 어떤 옷을 입고 어떤 화장품을 쓰는지, 어떤 차를 타고, 어떤 클럽에 가는지가, 소녀들에겐 중대한 관심사다. 이런 신드롬을 비롯해 린제이 로한은 여러모로 브리트니 스피어스와 닮은꼴이다. 어린 소녀와 중년 남성을 동시에 사로잡은 ‘섹시한 소녀’ 브리트니 스피어스가 아무도 강요하지 않은 ‘순결 선언’을 하는 혼란에 빠진 것처럼, 지금 린제이 로한도 비슷한 걱정을 하고 있다. “나는 아직 영화에서 순결을 잃고 싶지 않다. 그럼 돌이킬 수가 없다. 나는 팬들을 앞질러 성숙하진 않을 것이다.”

린제이 로한의 출연이 예정된 작품은 하이틴드라마 <가십 걸> <드라마라마>, 디즈니 리메이크 <허비> <러브 버그> 등으로 앞으로 몇년간은 ‘소녀들의 친구’로 남겠다는 그의 결단을 읽을 수 있다. <양들의 침묵>의 조디 포스터처럼 어두운 연기에도 도전하고, 연기자로 자리잡은 뒤엔 가수로 데뷔하고, 그 다음엔 연예법을 공부해 스스로 계약서를 검토할 줄 알게 되는 게 목표지만, 가장 시급한 건 ‘비즈니스’를 위해서가 아니라 자유로운 ‘연애’를 위해서 미성년자 딱지를 떼는 일이라고 말한다. 린제이 로한은 그래서, 지금 즐겁게 성장하는 중이다.

사진제공 GAM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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