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개봉 2주차에 3500만달러의 수입을 올리는 성공을 구가한 장이모의 <영웅>은 엄밀히 말해 할리우드가 투자한 공동제작 영화가 아니라 미라맥스가 구매한 영화다. 그러나 자국시장에서 성공한 외국어영화가 미국시장에서도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할 수 있음을 보여준 <영웅>으로 말미암아 스튜디오가, 현지 자본과 손잡고 공동제작하는 ‘로컬영화’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지고 있다.
<버라이어티>에 따르면 현재 로컬영화에 가장 야심이 큰 스튜디오는 소니와 워너. 워너의 경우 지난 1년간 수입영화와 공동제작 영화를 합쳐 10개국 출신의 외국어영화 19편을 배급했다. 이는 2003년의 15편에 비해 4편이 늘어난 수치. 워너는 첫 중국어영화로 두기봉과 위가휘의 <턴 레프트, 턴 라이트>를 아시아시장에 배급할 예정이며 프랑스에서는 오드리 토투와 장 피에르 주네가 다시 손잡고 만드는 5천만달러 예산의 <아주 긴 약혼>과 3천만달러급 패러디물 <더블 제로>를 제작하고 있다. 오스카 후보 지명을 받은 <아마로 신부의 범죄>에 고무된 소니는 멕시코에 프로덕션을 열었다.
두 스튜디오 외에도 폭스가 영국과 독일에서 활동하는 2명의 공동제작 컨설턴트를 고용했다. 공동제작 프로젝트에 대한 세제 혜택이 큰 브라질의 경우 2003년 자국영화 흥행 베스트10 중 9편의 제작사 크레딧에 할리우드 스튜디오가 이름을 올렸다. 공동제작에 할리우드 스튜디오가 투자하는 돈은 대개 200만달러에서 1천만달러 사이. 할리우드의 박스오피스 기대작 예산이 1억5천만달러를 넘나드는 것에 비하면 미미한 리스크다. 그러나 수익 역시 크지 않다. <버라이어티>에 따르면, 워너의 경우 1년간 7500만달러에서 1억달러를 공동제작에 투자하고 1억2400만달러를 거둬들였다.
그러나 돈은 메이저 스튜디오들을 로컬영화 제작에 끌어들이는 유인 중 작은 항목에 불과하다. 더 큰 모티브는 참신한 재능 및 기획의 발굴과 해외사업 입지 강화. 소니의 가레스 와이갠 부사장은 로컬영화 공동제작의 동기를 “외국의 재능있는 영화인과 친분을 맺고 배급 편수를 확충하는 데 있다”고 <버라이어티>와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폭스의 영화 구매 담당 부사장 토니 새포드도 “공동제작으로 돈을 많이 벌면 좋겠지만 더 중요한 것은 지역시장에서 전략적 관계를 강화하고 리메이크 아이템을 확보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여기에 더해 할리우드가 로컬영화에서 취하는 긴요한 이득은 각국 쿼터 장벽의 극복. 할리우드영화 수입 편수를 엄격히 통제하는 중국시장의 경우 공동제작은 스튜디오들이 중국시장에서 입지를 유지하는 유효한 수단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