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예스 브레인’ 코미디, <노브레인 레이스>
2004-09-21
글 : 임범 (대중문화평론가)
제리 주커 이름값하는 ‘예스 브레인’ 코미디

텔레비전 프로그램 한 코너의 이름을 빌린 제목과 코미디언 정준하가 얼굴을 들이미는 포스터 때문에 <노브레인 레이스>는 막가파 영화처럼 비칠지 모른다. 그러나 제리 주커 감독에 녹록지 않은 배우들이 포진해 있는 이 영화는 반듯한 짜임새를 가지고 제대로 웃기는 코디미영화다. 라스베이거스의 한 호텔 카지노에서 슬롯머신을 당기던 이들 가운데 6명이 호텔 사장이 참석하는 파티에 초대된다. 거기서 사장은 사물 보관함 열쇠 6개를 나눠주며 뉴멕시코의 실버시티역 1번 사물함에 현금 200만달러가 든 가방이 있으니 먼저 가서 가지라고 한다. 초대된 이들 가운데 몇은 그 말을 안 믿고, 몇은 “바보 짓 안 하겠다”며 버티다가 실버시티를 향해 사막길을 달려간다.

원제 ‘Rat Race’는 영한사전에 ‘무의미한(극심한) 경쟁’이라고 번역돼 있다. 그 뜻이 돈에 눈이 멀어 미친 듯 달려가는 이들의 경주에 어울리지만, 정작 경주 결과에 돈을 벌고 잃는 이들은 따로 있다. 돈 많고 할 일 없어 내기 중독증에 걸린 전세계의 갑부들이 이 호텔에 모여 누가 돈을 챙길지에 내기를 건다. 열쇠 6개엔 위치 추적장치가 달려 있어 호텔방의 대형 지도에 경주상황이 중계된다. 그 상황판이 마치 쥐들이 경주하는 경기장을 연상케 한다.

예상할 수 있듯 경주자들은 지적인 변호사부터 <덤 앤 더머>를 연상케 하는 얼간이 형제까지 성격, 나이, 인종이 다양하다. 다종다양한 인간들이 모여사는 미국 사막엔 별의별 이벤트가 벌어질 터. 경주자들의 개성에 맞춰 이 이벤트를 일대일 대응시키는 조합이 재치있다. 토실토실하면서도 탄탄한 근육질의, 아줌마들이 좋아할 타입인 쿠바 구딩 주니어는 60년대 드라마의 루시처럼 가꾼 루시 열혈팬 아줌마 군단과 동행하게 되고, 도무지 정치에 무관심할 것같이 생긴 존 로비츠는 친나치 박물관과 반나치 집회를 오가며 죽을 고생을 한다. 내기중독증 갑부들은 맛깔난 양념을 친다. 심심하니까 하는 일이 내기다. 억지스럽게 우연이 겹치는 경우도 많은데, 제리 주커는 그럴 때일수록 정신없이 몰아붙인다. ‘점점 빠르게’와 ‘점점 세게’가 합쳐 상승효과를 낼 때 폭소를 참기 힘들다. 코미디의 리듬을 잘 알고 마무리도 깔끔하게 한다. 예상과 달리 가장 기대를 했던 로완 앳킨슨이 좀 썰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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