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통신원]
[런던] 맥도날드와 함 붙어보까?
2004-09-21
글 : 이지연 (런던 통신원)
모건 스펄록의 <슈퍼 사이즈 미>, 논쟁 속에 영국 전역에서 개봉

마이클 무어의 다큐멘터리영화 <화씨 9/11>이 극장가에서 좋은 반응을 보인 이후 또 하나의 논쟁거리인 화제의 다큐멘터리 <슈퍼 사이즈 미>가 지난 9월10일 영국 전역에서 개봉했다. 마이클 무어의 다큐멘터리영화처럼 분명한 사회적 이슈를 두고 풍자적인 조롱과 웃음을 구사하는 방식을 취하는 이 다큐멘터리영화의 상대는 세계적인 패스트푸드 체인인 맥도널드다.

이 영화와 관련한 가장 큰 화젯거리는 감독 모건 스펄록. 자신이 한달 동안 맥도널드 음식만 먹는 실험을 했다는 것. 이 실험을 위해 그는 세 가지 원칙을 지켰다. 첫째, 무엇이든 맥도널드에서 제공하는 음식(물 포함)만 먹는다. 둘째, 슈퍼 사이즈로 업그레이드하겠냐는 제안을 받으면 언제나 그 제안을 받아들인다. 셋째는 맥도널드 메뉴에 있는 음식들을 최소한 한번씩은 다 먹어본다. 한달 뒤 그는 몸무게가 11kg 늘었고 간이 급속도로 나빠졌다. 이 실험 중간중간에 그의 건강을 체크하던 의사는 진지하게 이 실험을 그만둘 것을 그에게 제안했다고 한다.

지난 선댄스영화제에서 감독상을, 8월 말에 있었던 에든버러영화제에서는 신인감독상을 받은 이 다큐멘터리는 미국, 호주 등지에서도 개봉해 박스오피스에서 선전했다. 이 영화가 여기저기 화제를 일으키고 있는 동안 맥도널드쪽도 그저 지켜보고만 있지는 않았다. 우연의 결과라고만 보기는 어려운 것이, 맥도널드쪽은 샐러드, 과일, 물 등을 메뉴에 포함시키고, 슈퍼 사이즈 오퍼를 메뉴에서 빼버렸다.

영국에서는 영화 개봉 두달여 전부터 신문에 유려한 대응 광고를 내기도 했다. “<슈퍼 사이즈 미>라는 영화를 본 적이 있습니까”라는 헤드라인으로 시작하는 이 광고는, 영화의 우수성을 칭찬(?)하면서, 맥도널드의 음식이 나빠서 비만이나 건강상의 문제를 일으키는 것이 아니라 먹기만 하고 운동을 하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음식을 먹어도 같은 결과가 나타날 수밖에 없다고 반박했다. 영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스펄록은 “미국 관객에게서 마이클 무어도 그렇고 왜 당신도 반미국적인 영화들을 만드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며, “뭔가 잘못되고 있는 것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해결하려고 하는 것이 정말 미국적인 태도라고 생각한다”고 자신의 입장을 설명했다.

올해 초부터 영국 정부가 정책적으로 비만문제를 해결하려고 나서면서 유럽에서 가장 많은 냉동식품을 소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영국 내에서도 패스트푸드 소비에는 민감한 상황이어서, 이 다큐멘터리가 영국에서 얼마만큼 관객의 반응을 얻어낼지 그리고 맥도널드에 대한 어떤 여론을 이끌어낼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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