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재욱이 모처럼 일을 낼 전망이다. 그가 출연한 KBS 2TV 미니시리즈 <오!필승 봉순영>(극본 강은경, 연출 지영수)이 방송 2주만에 23.1%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시청률 두 조사기관인 닐슨미디어리서치와 TNS미디어코리아 모두 똑같은 수치다. 늘 MBC와 SBS의 사극과 시대극에 밀려왔던 KBS 월화드라마가 두 방송사를 압도하기는 근래 드문 일이다. <오! 필승 봉순영>의 선전에는 안재욱의 활약이 가장 눈에 띈다. 안재욱은 한때 식상하기까지 했던 비슷한 패턴의 연기에서 벗어났다. 좌충우돌하면서도 때론 귀엽고, 때론 진심으로 상대역인 채림앞에 서 있다.
전작 <천생연분>부터 조금씩 어깨에 힘이 풀리더니 <오!필승 봉순영>에서는 마음껏 '놀기' 시작한 것. 안재욱은 "내가 편하게 연기할 수 있는 캐릭터를 만났다. 이제 가식적 인물을 연기하고 싶지 않다"며 "감독님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순수하면서도 패기에 찬 오필승이란 인물을 만들어내고 있다"고 말했다.
<저 푸른 초원 위에>이후 모처럼 국내 드라마에 출연한 채림도 결혼후 달라진 면모를 보이고 있다. '예쁜 척'하려는 연기톤에서 벗어나 머리를 풀어헤치고 막무가내로 소리지르는 등 우아함과는 거리가 먼 자연스러운 설정으로 시청자들을 편안하게 한다. 안재욱과 <엄마야 누나야>에서 호흡을 맞춘 박선영도 안재욱을 그림자처럼 보살피는 배역을 맡아 매력있는 캐릭터로 설정해가고 있다. 하지만 다른 역을 해도 매번 비슷한 역할을 연기하는 듯 보이는 류진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오!필승 봉순영>은 코믹 멜로 드라마다. 마치 <사랑을 그대 품안에>와 비슷한 구도. 신데렐라 대신 왕자가 있고, 여자주인공은 백화점 점원에서 시대 변화에 맞춰 할인점 직원으로 바뀌어 있다. 권해효, 박광정 등 연극 배우 출신 조역들이 감초연기를 했듯이 연극계 간판 배우 강신일이 그 역할을 하고 있다. 3회가 끝나고 난 후 타이틀이 올라갈 때 과거에 벌어졌던 일을 흑백화면으로 보여주고, 간혹 등장하는 빠른 편집이 참신하다.
'어느날 눈 떠 보니 재벌가의 후계자가 돼 있더라'는 황당한 설정이 메시지를 던져주는 데는 빈약하지만 마치 로또처럼 누구나 한번쯤 인생의 대박을 꿈꾸는 허황된 욕심을 채워주며 시청자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