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향의 세계와 직업의 세계는 엄연히 다르다. 간과하기 쉽지만 사실 감사용 선수는 직장인 야구계의 일인자였다. 그는 모두가 부러워하는 아마추어 세계의 강자였고, 취미를 직업으로 연결시킨 보기 드문 행운아였다. 사회생활 좀 해 본 사람들은 안다. 적성에 맞는 일을 하고 사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경우인지. 우리는 누구나 꿈꾼다. 하고 싶은 일 맘껏 하면서 돈도 번다면 정말 좋을 텐데! 그러나 이런 희망은 신기루에 가깝다. 취미가 밥벌이의 수단이 되는 순간 천근만근의 무게가 어깨를 짓누른다. 아마추어리즘의 온기는 사라지고, 정글의 법칙만이 기다리고 있는 그곳. 거기가 바로 프로페셔널의 세계다.
우리의 주인공 감사용이 와이셔츠와 넥타이 차림으로 프로 입단 테스트를 받는 장면은 매우 상징적이다. 그는 아마추어의 세계와 프로페셔널의 세계 사이에 넘기 힘든 심연이 있다는 사실을 온몸으로 증거한다. 그 멀고도 깊은 연못을 건너기 위한 통과의례는 참으로 혹독하다. 몸으로 하는 훈련의 문제가 아니다. 이 과정에서 ‘초짜 프로들’이 겪는 가장 힘든 딜레마는, 아마추어 시절에 비해 한없이 초라해진 자신의 위상을 스스로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감사용은 자존심도 내던진 채 선발투수로 나가기를 간청해보지만, 기회는 쉽게 찾아오지 않는다. 결국 영화의 하이라이트에서 감사용은 꿈에 그리던 선발로 출장한다. 20연승을 구가하는 스타 박철순과의 맞대결. 그는 최선을 다한다. 그가 흘린 땀은 정직했으므로 분명히 아름답다. 그렇다면 이제 그는 프로 세계의 오디션을 통과한 것인가? 보편적인 생의 논리에서 통과의례를 겪은 ‘미성숙한 존재’는 그 경험을 통해 존재의 전환을 이루지만, 프로의 세계는 다르다. 프로리거들은 매순간 새로운 통과의례에 직면해야만 한다. 모든 경기가 그들의 새로운 오디션 장이다. 추락하면 끝이다. 경기장에 서는 한 그들은 영원히 위태로운 칼날 위를 걸어야 한다.
그러니 ‘꿈을 던진 패전투수’ 라는 이 영화의 카피는 거짓말이다. 프로는 꿈을 던지지 않는다. 그가 던지는 것은 자신의 생존이다. 프로는 묵묵히 제 길을 갈 따름이다. 평균자책점과 ‘몸값’ 만이, 그가 누구인지를 증명해주는 유일한 표식이다. 혈투 끝에 승리와 패배를 나눠 가진 뒤, 박철순과 감사용은 짧은 목례를 나눈다. 그 인사는 같은 길을 걸어가는 동료에 대한 예의의 표현인 동시에, 프로로서의 고독한 삶을 향한 일종의 자기경배다. 현실은 상상보다 훨씬 냉혹하다. 잔인하지만 이 영화의 진정한 교훈은 꿈을 성취하기 위해 노력하라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그냥 가슴 속에 묻어두라는 것인지도 모른다. 프로세계에서 버티는 동안 감사용 선수가 느꼈던 행복과 불행의 시간에 대하여, 나는 알지 못한다. 내가 아는 것은 다만, 동경하던 길에 들어선 순간 가혹한 현실 앞에 내던져진 한 젊은이의 초상이다. 어쨌든 그는 제 몫을 열심히 살아냈고, 승부의 차원을 넘어선 그것은 이미 운명의 영역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