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스코프]
이문식의 첫 주연작 <마파도> 촬영현장
2004-10-01
글 : 오정연
사진 : 이혜정
할매들의 총각 성희롱 현장

지도에도 없는 작은 섬, 마파도에 두 건달이 잠입한다. 외진 섬에서 독수공방하던 다섯 ‘할매’들에게 이들은 그야말로 선물, 아니 머슴이다. 나름의 비밀 임무를 띠고 있는 이들의 사연을 아는지 모르는지, 몇십년 만에 남자구경한 할매들, 남정네의 힘을 빌려 온갖 궂은일들 처리하느라 시간가는 줄 모른다고. 급기야는 벌건 대낮에 장정들의 웃통을 벗겨놓기에 이른다. 지난 9월10일 모습을 드러낸 <마파도>의 촬영현장은 덕분에 온통 물바다였다.

고된 노동을 끝낸 충수(이문식)과 재철(이정진)에게 뼛속까지 시려오는 등목을 선사하기 위해 진안댁(김수미), 마산댁(김형자), 여수댁(김을동)이 팔을 걷어붙였다. “어쭈, 王자 나왔는데~.” “어이구, 등짝이 축구장해도 쓰겄네.” 삼베옷과 몸뻬 차림의 두 남자를 둘러싼 할매들의 음담패설(?)은 끝날 줄을 모르고, 등목을 빙자한 ‘더듬음’의 수위도 점점 높아진다. “저건 농도가 좀 짙다”라며 지켜보던 스탭들이 수군댈 무렵, 멀리서 촬영을 지켜보던 동네 할머니들이 혀를 찬다. “아이고, 젊은이들이 생고생이네….” 한편 자꾸만 불만을 표시하는 충수에게 진안댁이 물을 퍼붓다 말고 바가지로 머리를 때리는 장면 때문에 이문식의 뒤통수는 고난의 연속이다. 시원스레 박살나야 하는 바가지가 물에 젖어서 좀처럼 깨질 줄을 몰랐던 것. 몇번의 NG 끝에 성공적으로 바가지가 깨어진 뒤, 이들의 옥신각신이 즐거운 오후의 물장난으로 마무리된다.

친자매, 혹은 오랜 친구들처럼 서로 익숙한 연기자들과 그들의 막내아들뻘되는 두 남자배우가 만났기 때문인지 시종일관 유난히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촬영이 진행되고 있는 <마파도>는 <행복한 장의사> 등에서 조연출을 맡았던 추창민 감독의 데뷔작이고, 숱한 조역들을 도맡았던 이문식의 첫 주연작이기도 하다. 또한 김수미를 제외한 나머지 베테랑 여자 연기자들에게는 실로 오랜만의 스크린 나들이라고 제작진은 귀띔한다. 이름부터 심상찮은 섬, <마파도>의 정체는 내년 1월쯤 밝혀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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