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뉴스]
이보영, “부산 사투리요? 노래를 했죠.”
2004-10-07

영화 <우리형>으로 스크린 데뷔하는 당찬 신인

"부산 사투리요? 노래를 했죠." 원빈과 신하균. 아무리 영화라지만 이 두 남자의 사랑을 동시에 받는다는 것은 분명히 행운일 것. 게다가 그것이 스크린 데뷔작이기까지 하니 기쁨은 두배다. 주인공은 이보영. 아직은 동명의 영어 강사가 먼저 떠오르긴 하지만, 지금의 성장 속도로 보면 조만간 그의 얼굴이 '이보영'이라는 이름에서 가장 앞자리를 차지할 듯하다. 이보영은 8일 개봉하는 영화 <우리형>의 여주인공이다. 남자 영화라 비중은 그다지 많지 않지만, 원빈과 신하균 두 형제의 사랑을 한몸에 받는 까닭에 가만히 있어도 빛나는 역이다.(사진은 <우리형> 시사현장의 이보영)

인천에서 중고등학교를 나온 그는 이 영화를 위해 부산 사투리를 부지런히 익혀야 했다. '사투리 연기가 힘들지 않았냐'고 묻자 대답이 걸작이다. "노래를 했죠. 부산 말을 아예 모르니까 대사의 음정과 높이 등을 암기하며 노래하듯이 대사를 했어요." 그는 인천 토박이로 현재 경기도 김포시에 살고 있다. "일반적으로 부산 사투리라고 생각했던 것은 대구 사투리더라구요. 연극하는 감독님 후배분에게서 집중 지도를 받으면서 노래 연습하듯 했어요." 이 영화에 출연하기 위해 그는 두 달 가까이 오디션에 매달렸다.

"처음에 대사 테스트를 받았고 다시 교복을 입고 대사 테스트를 받았어요. 마지막으로는 원빈·신하균과 '그림이 되는지'가 관건이었죠." 극중 세 사람은 고등학생으로 나와 풋풋한 사랑을 그린다. "꼭 출연하고 싶었는데 막상 오디션에 합격하고 나니까 굉장히 두려웠어요. 잘해낼 수 있을까 걱정했죠."

2003년 4월, SBS 주말드라마 <백수탈출>에서 전격 여주인공으로 캐스팅되면서 얼굴을 알린 이보영은 이후 MBC <물꽃마을 사람들> SBS <애정만세>를 거쳐 현재 SBS <장길산>에 출연 중이다. 줄기차게 TV 드라마로 얼굴을 알려온 것. "<장길산>에 출연하다보니, 요즘 들어 나이든 분들이 많이 알아보세요. 얼마 전까지도 버스나 지하철을 잘 타고 다녔는데 이제는 못할 것 같아요." 그 사이 <우리형>을 찍었고, 이달 말 시작하는 SBS <마지막 춤은 나와 함께>에서도 여주인공이다. 신인의 크는 속도가 무섭다.

"정신없었죠. 특히 지난 6월까지는 겹치기 출연을 하느라 쉬는 날이 없었어요. 그래도 너무 재미있어요." <우리형>의 가장 재미있는 장면 중 하나는 이보영이 꾸몄다. 고교 문예반의 시낭송회 시간에 그가 읊는 '아스피린'이라는 시가 폭소를 자아내는 것. 예쁘장한 여학생이 엉뚱하고 유치한 내용의 시를 천연덕스럽게 읊는 모습이 허를 찌른다. "어휴, 말도 마세요. 세 번만에 OK가 났는데, 그날 전 긴장해서 한 끼도 못먹었어요. 아니나 다를까 촬영 끝나고 집에 가는데 위경련이 일어나면서 얼마나 아팠는지 몰라요. 그만큼 그 장면의 부담감이 컸어요. 관객들이 그 부분에서 웃어줘야 하는데 걱정이에요."

이보영은 2000년 미스코리아 대전 진 출신이다. 그런데 2003년까지 3년 여의 공백이 있었다. 곧바로 연예계에 진출하지 않은 것. "엄마 친구분이 한번 해보라고 해서 얼결에 미스코리아에 출전한 것이었어요. 대학교 4학년(서울여대 국문과) 때였는데 의외로 모든 일이 술술 풀려 대전 진으로 도 뽑혔어요. 하지만 그때만 해도 연예인이 될 생각이 전혀 없었어요. 한 1년간 학과 사무실과 집으로 연예기획사들로부터 집요하게 전화가 왔지만 모두 거절했어요."

그러다 왜 뒤늦게 연예계에 들어왔을까. "주변에서 '니가 생각하는 것보다 연예계가 나쁘거나 힘든 곳은 아니다'고 설득하는 분들이 많았고, 저도 진로를 놓고 고민하다가 한번 해보자고 결심했죠. 진짜 생각한 것만큼 힘들지는 않은데요?" 2002년 가을 방송국 아나운서 시험에 응시했을 정도로 정갈한 이미지의 이보영은 "김희애, 고두심 선배님처럼 좋은 연기자가 되고 싶어요"라며 웃었다.(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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