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
이재용 감독의 <사랑의 기쁨> 연출부 막내 박순
2004-10-07
글 : 김수경
“내공이 부족해서 아직은 소극적인 스크립터죠”

단편 <사랑의 기쁨> 촬영 뒤 이재용 감독은 이렇게 말했다. “<순애보>를 찍을 때 일본인 스크립터는 영화를 120편이나 했던 사람이었다. 임권택 감독님보다 더 많은 작품을 한 셈.” 한편 <사랑의 기쁨>의 스크립터는 연출부가 처음인 박순(29)이다. 국어교육을 전공하다가 “종합예술이라서 영화를 택한” 그는 비디오 가게에서 일한 것을 계기로 영화계로 뛰어든다. 독립영화협회 제작 워크숍 47기이기도 하다. 현장에서는 유난히 굳어 있었고, 촬영장을 벗어나면 분위기 메이커였던 그가 말하는 충무로 입문기.

비디오 가게에서 일한 계기로 영화를 시작했다던데

‘영화마을’이다가 ‘비디오카페’로 바뀌었고 1년 정도 일했다. 기억에 남는 일은 비디오를 빌리러 온 배우 김호정씨에게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를 안 본 상황에서 잘 봤다고 공치사를 했다가 서늘한 분위기가 연출되었다. 보고 나서 후회했다.

<사랑의 기쁨>에 참여한 동기.

전 사장님이던 이진숙 PD님 소개로 <한도시 이야기>에 참여했다. 거기서 이재용 감독님을 알게 되었다. 현장경험을 하고 싶다고 말씀드렸을 때가 마침 이 작품 프리프로덕션 첫날이었다. 운이 좋았다.

필모그래피가 쟁쟁한 베테랑 스탭들과 일하는 게 부담이 되지는 않았나.

부담스럽기보다는 일단은 굉장히 기뻤다. 애들끼리 헤매는 영화만 하다가 모든 분들이 날아다니니까 어떤 면에서 황홀했다. 학생영화나 독립영화는 다른 매력이 있지만 진짜 프로페셔널이란 이런 거구나 했다.

촬영 중 기억에 남는 일.

극장장면에서 혼자 앉아 있는 관객으로 단역 출연했다. 약간 비딱하게 혼자 영화를 보는 설정인데 홍경표 촬영감독님이 거기 뒤에 앉아서 그렇게 영화를 보면 변태처럼 보인다고 해서 촬영장이 웃음바다가 되었다.

자신이 경험한 스크립터란 자리.

소극적이려면 한없이 소극적이고, 적극적이려면 한없이 적극적인 자리다. 나는 더없이 소극적이었다. 스크립터가 적극적으로 나오면 감독이 편해질 수 있는데 그런 내공은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더블액션 등 여러 상황에서 고려해야 할 부분이 많은데 조감독은 모니터를 못 보니까 스크립터가 더 쉽게 감독을 도울 수 있다. 나야 한없이 위축돼서 받아적기도 바빴지만. (웃음)

다음 계획은.

시나리오를 써서 차근차근 단계를 밟고 싶다. 쓰는 중이다. 현장경험을 쌓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자기 생각을 정리하고 공부를 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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