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스코프]
이재용 감독의 인터넷 멜로 단편 <사랑의 기쁨> 촬영현장
2004-10-11
글 : 김수경
사진 : 이혜정
“손발 맞을만하니까 끝이네”

감독 이재용, 촬영감독 홍경표, 프로듀서 오정완. 크레딧만 보면 제작비 60억∼70억원 규모의 대작영화가 머리 속에 떠오른다. 그러나 <사랑의 기쁨>은 다음 인터넷 옴니버스영화에 참여한 감독 5인 릴레이의 마지막 바통을 이어받은 이재용 감독의 멜로 소품이다. 디지털과 단편이라는 개인적으로 새로운 시도에 대해 묻자, 홍경표 촬영감독은 “그저 간편하고 움직이기 편해서다. 좀 겸연쩍다”라고 싱겁게 반응했지만, <순애보> 이후 근 4년 만에 재회한 이 감독과 그의 호흡이 빚어내는 꼼꼼한 촬영 세팅과 군살없는 카메라워크는 장편영화 작업의 긴장감을 그대로 담아낸다. 테이크마다 ‘스피드, 롤링, 레디, 액션’을 돌림노래를 부르듯이 외치며 자로 잰 듯 현장을 뛰어다니는 촬영팀. <챔피언> 이후 한솥밥을 먹어온 팀워크의 위력이 그대로 발휘된다.

단편이라도 이재용 감독의 스타일리시한 감각은 작품 곳곳에 고스란히 녹아 있다. 블랙과 메탈릭 실버로 구성되는 차갑고 묘한 느낌을 주는 남자주인공의 좁은 방이나 박승철 헤어스튜디오를 삽시간에 사이버네틱한 카페로 바꿔놓은 설정이 그러하다. 남자주인공 조현재의 설명에 따르면 <사랑의 기쁨>은 “사랑의 아픔을 겪은 한 남자가 약간 삭막한 느낌으로 다시 사랑을 찾아가는 이야기”다. 그가 극중에서 만나는 여자는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에서 그와 호흡을 같이 했던 이소연이다. 2일 동안 강남을 누비는 <사랑의 기쁨>의 촬영 동선은 흡사 연애의 축소판이다. 스포츠 하이라이트처럼 영화 속 프로그램은 사람들에게 사랑의 고통이나 기다림이 배제된 연애의 절정만을 제공한다. “당신을 위해 고통없는 사랑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한 ‘사랑의 묘약’ 프로그램이 주인공들에게 행복을 가져다줄지는 누구도 단언할 수 없다.

둘쨋날은 남자가 프로그램에 접속하는 실내장면이 봄영화사 사무실에서 집중적으로 촬영되었다. 강봉성 녹음기사가 중저음의 목소리로 “슛 들어갑니다. 잠시만 조용히 해주세요”라고 정중하게 말하면 DVX-100 카메라가 서서히 움직인다. 회벽으로 이루어진 3∼4평의 좁은 공간에서 남자가 모니터를 응시하고 있다. 하나하나 손동작을 묘사하면서 초 단위로 템포를 재며 진행하는 이재용 감독. 유리에 반사되는 빛과 모니터의 밝기를 점검하면서 설정을 조절하는 스탭들. 숨소리와 지나가는 자동차 소리만 들릴 정도로 고요한 현장이다. 마지막 외부장면을 위해 청담동 사거리로 뛰쳐나온 스탭들. 새벽 4시 즈음에 “이제 슬슬 옛날처럼 손발 맞을 만하니까 촬영 끝이네”라는 홍 감독의 너스레와 함께 촬영은 막을 내렸다. 이재용 감독의 <사랑의 기쁨>은 11월8일부터 다음에서 인터넷 상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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