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뉴스]
배우 고수, 한석규의 바통 이어받아
2004-10-11

영화 <썸> 22일 개봉 앞둔 고수 인터뷰

영화 <접속> <텔미썸딩>으로 잇따라 장윤현 감독의 성공적인 '페르소나'였던 한석규(40). 장윤현 감독은 전작 두 편에서 모두 한국영화계에 새로운 스타일을 선보였고, 1990년대의 톱스타 한석규는 그 중심에 서 있었다. 그런 장감독이 이번에 세번째 영화 <썸>을 들고 나왔다. 5년 만이다. 역시 데자부 현상을 소재로 한 독특한 느낌의 영화다. 이 영화의 주인공은 고수(26)다. 영화에서는 '초짜'인 그가 한석규(40)의 바통을 이어받은 것이다. 게다가 덩치도 크다. 총제작비가 65억원 규모다. 고수는 안 그래도 지금 무척 떨린다. 개봉 카운트다운에 들어간 고수를 만났다.

7개월을 하루같이 살았다

<썸>은 달랑 24시간 동안 벌어지는 이야기다. 형사인 고수에게 사건 해결을 위해 주어진 시간은 고작 24시간. 그런데 이의 촬영에는 무려 7개월이 걸렸다. 배우들은 7개월을 하루같이 살아야 했던 것. "가장 문제는 헤어스타일이었다. 늘 똑같은 스타일을 유지해야 했기에 매일 같이 다듬었다." 고수는 <썸>에서 데뷔 이후 최초로 파격적인 헤어스타일을 선보였다. 레게파마 비슷한 부스스한 스타일. 늘 단정한 모습이었던 그이기에 그 자체만으로도 영화에 대한 기대감을 갖게 한다.

"이 헤어스타일을 결정짓는데 2주일이 걸렸다. 모두가 달라붙어 이 머리 저 머리를 해봤는데, 이걸로 결정했다. 처음에는 스스로도 무척 이상했는데 나중에는 익숙해졌다." 영화에 쏟은 7개월은 이 헤어스타일이 상징한다. 그 때문에 그는 영화에서 벗어나기 위한 작업으로 촬영을 끝내자마자 머리카락을 싹둑 정리해버렸다.

영화 첫 경험

영화 촬영현장을 처음으로 경험한 고수는 "첫 촬영날 조금 당황했다. 아무리 기다려도 슛이 안 들어가더라. 오죽하면 내가 분장팀을 찾아가 분장을 해달라고 했을까. TV는 후다닥 찍고 이동하는데…. 결국 오후에 시작한 첫날 촬영현장에서 난 아무것도 안 하고 다음날 해 뜨는 것을 봤다. 나중에는 기다리는 법을 터득했다"며 웃었다. "데뷔 때부터 영화를 동경했다. 촬영을 끝낸 후 '잘 했을까' 걱정했는데, 주변에서 '고생했다'고 얘기해줘 너무 고마웠다."

극도로 예민한 연기

고수는 <썸>에서 극도로 예민한 상태를 연기했다. 사건 증거물인 100억 대의 마약이 경찰호송 중 탈취당한 사건을 수사하는 형사 역을 맡은 고수는 미궁에 빠진 사건 때문에 극도로 예민해진 상태를 표현해야 했다. "24시간 내내 늘 눈을 부라리며 추적하는 연기를 해야 했다. 또 사건을 해결하는 마지막 날이라 주인공은 피곤하고 지친 상태였다. 음모와 배신에 멜로까지 가미돼 있으니 처음에는 도대체 어떻게 표현해야 하나 정말 부담스러웠다. 밝은 신이 거의 없다. 그 때문에 관객 역시 영화를 볼 때 긴장하게 될 것이다."

이 대목에서 고수는 마치 촬영현장에 다시 서 있는 기분인 양, 말하는 것 자체가 힘겨워 보였다. 그는 극중 캐릭터 때문에 영화 촬영 기간에는 실제 생활에서도 다소 다운되는 느낌이었다고 했다.

액션 스타 탄생?

고수는 <썸>에서 몸을 돌보지 않았다. 진짜로 위험한 카스턴트 정도만 빼고는 모든 액션 장면을 직접 했다. 20대1 싸움 장면도 소화했다. "TV 드라마에서도 조금씩 액션은 있었으나 이번처럼 본격 액션은 처음이다. 카스턴트에서도 얼굴까지 잡히는 장면에는 내가 직접 했다. 정말 재미있었다."

장윤현 감독에 대한 전적인 신뢰

장윤현 감독은 대작을 스크린 신인 고수에게 맡긴 이유에 대해 "기존 배우들 중에는 이 영화에 어울리는 배우를 찾을 수 없었다"고 밝혔다. "감독님에게 선택됐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너무 기쁘고 감사했다"는 고수는 "감독님이 처음에는 시나리오를 안보여주셨다. 그 때 '감독님이 시나리오에 자신 있구나'라고 느꼈다. 감독님을 전적으로 믿고 따랐다. 지치고 힘들 때는 감독님의 눈빛만으로도 위안을 받았다"며 웃었다.

"데자부를 소재로 하루 안에 현실이 2개 존재한다는 소재라는 설명을 듣고 계속 감독님과 얘기했다. 나중에는 '이럴 수밖에 없구나', '이렇게 될 수도 있구나'라는 생각에 스스로 영화에 대해 감동까지 받게 되더라. 데자부를 믿지 않던 주인공이 어느 순간 그것을 믿게 되면서 찌릿한 감정을 느끼는 부분이 특히 그랬다."

서울=연합뉴스, 사진=씨네21 데이터베이스

관련 영화

관련 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