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스코프]
<1.3.6> 프로젝트, 환경영화 <깃> 촬영현장
2004-10-11
글 : 김수경
사진 : 오계옥
이야기가 깃든 한 섬의 풍경

일출봉 산자락 아래 성산항에서 15분을 달리면 닿는 곳 우도. 산호초 해변인 하고수동 해수욕장에는 파도가 일렁이고 풀밭에는 소와 말들이 평화롭게 노닌다. 영화 <깃>의 촬영장은 ‘섬 속의 섬’ 비양도. “예전에는 배를 타고 다녔다”는 송일곤 감독의 귀띔대로 지금도 밀물 때면 비양도와 우도가 물길로 갈린다. 그 물길 사이에서 저녁놀을 배경으로 파도치는 등대 앞에서 여주인공 소연(이소연)의 아름다운 솔로 탱고신이 펼쳐졌다.

우도는 <거미숲> 후반작업을 마치고 극도의 피로에 시달리던 송 감독에게 안식을 선사했던 휴식처. 그러나 지금 섬은 다시 촬영을 위한 전쟁터로 변해 있다. 발 근처에는 메뚜기와 여치들이 꼬물거리고 어깨 위로는 잠자리들이 쉴새없이 날아다닌다. 가장 힘든 건 “제주도 사람들도 알 수 없다는” 천변만화하는 우도의 날씨. 팔뚝과 얼굴을 단숨에 그은 강렬한 햇빛이 내리쬐다가 순식간에 소나기가 몰아친다. 소나기와 작열하는 태양이 겹쳐져 여우비도 얼굴을 내민다. 이야기보다 다양한 풍광과 동식물을 보여준다는 점으로도 <깃>에 달린 ‘환경영화’라는 꼬리표는 제격이다. 주인공 현성(장현성)이 공작새를 데려오고 피아노를 치던 소연이 그를 반기는 장면. CG로 하느냐는 질문이 무색하게 돌담길 뒤에서 현성이 공작새를 안고 터벅터벅 마당으로 들어선다. 뙤약볕 아래 9번이나 진행된 고난의 테이크. OK 순간까지 현성의 셔츠는 땀으로 흥건하고 힘이 다 빠진 공작새의 혀가 빨랫감처럼 늘어진다. 촬영장의 귀염둥이 흰강아지 미미는 속도 모르고 화면 속으로 뛰어들어와 공작새 꽁지를 물어댄다.

<1.3.6> 프로젝트 중 한편인 <깃>은 사랑하는 여자와의 과거의 약속 때문에 섬을 다시 찾은 영화감독 현성이 그곳 모텔에서 일하는 소연과 만나는 사랑 이야기다. “일주일간 하루 4시간도 못 자고 찍었다”는 감독의 말처럼 촬영 분량은 이미 100시간을 넘겼다. DVX-100 2대로 촬영된 디지털영화 <깃>은 대부분 롱테이크로 구성되며 다양한 방법론이 시도되었다. 밤장면의 시작인 모텔 옥상에서는 바람과 습기 때문에 소품인 불꽃에 불이 안 붙어 곤욕을 치른다. 앞부분을 갈아보고 라이터 오일도 부어보지만 별 반응이 없다. 오죽 답답했으면 한 연출부는 가스레인지를 안고 온다. 그 와중에도 서울예대 동기인 송 감독과 주인공 장현성의 의견 교환은 여느 평범한 친구들의 속삭임처럼 친근하다. 무엇이든 물으면 ‘그럼’이라고 답하는 그럼 게임을 하는 현성과 소연. 멀리서 비치는 배의 불빛과 타오르는 불꽃, 옥상 아래에서 비치는 조명이 어우러지며 밤은 깊어만 간다. <깃>을 필두로 장진, 이영재 감독이 동참하는 <1.3.6> 프로젝트는 10월22일 제1회 서울환경영화제 개막작으로 공개될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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