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어린 신부>의 원본? <아저씨 우리 결혼할까요?>
2004-10-12
글 : 문석
성숙한 ‘어린 신부’, 고지식한 ‘늙은 신랑’에게 사랑을 가르치다.

10대 여고생과 열몇살 나이가 많은 남자가 집안 사이의 약속에 의해 부득이 결혼을 올린다. 이들의 결혼생활은 섹스와 애정보다 유아적인 장난에 기반을 두며, 남자가 여자아이의 학교에 교사로 부임하면서 새로운 단계를 맞는다. 학교에서 여자아이는 또래 남자아이를 짝사랑하고 남자는 같은 학교 여교사의 애정공세에 시달린다. 어디서 많이 본 이야기라고?

2002년 홍콩에서 만들어진 <아저씨 우리 결혼할까요?>는 최근의 ‘<어린 신부> 표절 논란’에서 ‘원본’으로 지적되는 영화다. 과연 두 영화는 캐릭터 설정에서부터 기본 상황까지 상당한 유사성을 보인다. 함께 대형마트를 누비는 장면이야 현대 아시아 대도시의 부부생활이 비슷할 터이니 넘어갈 수 있다 해도, 남자를 짝사랑하는 여교사가 집으로 쳐들어오는 신에 이르면 ‘표절설’이 근거없지만은 않다는 느낌도 받게 된다. 그러나 가족, 학교라는 배경을 활용해 코믹한 상황을 만들어가는 <어린 신부>와 달리 <아저씨…>는 남녀의 감정 흐름에 좀더 집중하는 전형적인 로맨틱코미디영화다.

영국에서 공부하고 있는 30살의 십삼(정이건)은 8년째 석사학위 심사에서 번번이 탈락의 고배를 마셔왔다. 이 절망의 시기에 홍콩에서 18살짜리 요요(채탁연)가 찾아온다. 십삼의 할머니는 집안간의 약속이었던 손자와 요요의 결혼을 살아 있을 때 보고 싶어한다. 도무지 뿌리치기 힘든 상황, 남녀는 ‘1년 뒤 아무 조건없이 이혼한다’는 이면계약서를 쓴 채 식을 올린다. 얼마 뒤 홍콩으로 돌아간 요요 앞에 십삼이 나타나고 두 사람의 본격적인 동거가 시작된다.

<어린 신부>와 달리 애초부터 십삼에게 호감을 가진 것도, “같이 잘래요?”라고 먼저 말하는 것도 여자아이 요요다. 도발적이고 천방지축인 요요와 근엄한 표정을 지으며 ‘요런 꼬맹이가…’라는 식의 태도를 취하는 십삼의 대비는 이 영화의 굵은 줄기다. 다소 밋밋한 이 영화가 빛나는 순간은 요요가 “그건 농담이었지롱~”이라고 이야기할 때다. 첫 관계를 가진 뒤 요요는 십삼에게 “포장지를 한번 뜯으면 그만이지, 다시 포장할 수 있나요?”라고 중의법을 사용해 ‘책임’에 관한 말을 던진다. 십삼에게서 미진한 반응이 나오자, 소녀는 그냥 농담이었다고 말한다. 상처받기 싫고, 꿀꿀해지고 싶지 않으며, 쿨해지려는 요요가 ‘농담이었다’며 몸을 슬쩍 뺄 때마다 영화가 품고 있는 감성의 농도와 습도는 높아진다. 하지만 이런 감성의 상승효과는 오래가지 않는다. 큰 재미도 없는 자잘한 농담이나 어이없는 상황을 강박적으로 보여주지만 않았어도 <아저씨…>는 깔끔한 로맨틱코미디가 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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