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홍콩에서 만들어진 <아저씨 우리 결혼할까요?>는 최근의 ‘<어린 신부> 표절 논란’에서 ‘원본’으로 지적되는 영화다. 과연 두 영화는 캐릭터 설정에서부터 기본 상황까지 상당한 유사성을 보인다. 함께 대형마트를 누비는 장면이야 현대 아시아 대도시의 부부생활이 비슷할 터이니 넘어갈 수 있다 해도, 남자를 짝사랑하는 여교사가 집으로 쳐들어오는 신에 이르면 ‘표절설’이 근거없지만은 않다는 느낌도 받게 된다. 그러나 가족, 학교라는 배경을 활용해 코믹한 상황을 만들어가는 <어린 신부>와 달리 <아저씨…>는 남녀의 감정 흐름에 좀더 집중하는 전형적인 로맨틱코미디영화다.
영국에서 공부하고 있는 30살의 십삼(정이건)은 8년째 석사학위 심사에서 번번이 탈락의 고배를 마셔왔다. 이 절망의 시기에 홍콩에서 18살짜리 요요(채탁연)가 찾아온다. 십삼의 할머니는 집안간의 약속이었던 손자와 요요의 결혼을 살아 있을 때 보고 싶어한다. 도무지 뿌리치기 힘든 상황, 남녀는 ‘1년 뒤 아무 조건없이 이혼한다’는 이면계약서를 쓴 채 식을 올린다. 얼마 뒤 홍콩으로 돌아간 요요 앞에 십삼이 나타나고 두 사람의 본격적인 동거가 시작된다.
<어린 신부>와 달리 애초부터 십삼에게 호감을 가진 것도, “같이 잘래요?”라고 먼저 말하는 것도 여자아이 요요다. 도발적이고 천방지축인 요요와 근엄한 표정을 지으며 ‘요런 꼬맹이가…’라는 식의 태도를 취하는 십삼의 대비는 이 영화의 굵은 줄기다. 다소 밋밋한 이 영화가 빛나는 순간은 요요가 “그건 농담이었지롱~”이라고 이야기할 때다. 첫 관계를 가진 뒤 요요는 십삼에게 “포장지를 한번 뜯으면 그만이지, 다시 포장할 수 있나요?”라고 중의법을 사용해 ‘책임’에 관한 말을 던진다. 십삼에게서 미진한 반응이 나오자, 소녀는 그냥 농담이었다고 말한다. 상처받기 싫고, 꿀꿀해지고 싶지 않으며, 쿨해지려는 요요가 ‘농담이었다’며 몸을 슬쩍 뺄 때마다 영화가 품고 있는 감성의 농도와 습도는 높아진다. 하지만 이런 감성의 상승효과는 오래가지 않는다. 큰 재미도 없는 자잘한 농담이나 어이없는 상황을 강박적으로 보여주지만 않았어도 <아저씨…>는 깔끔한 로맨틱코미디가 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