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뉴스]
<마이 제너레이션>의 노동석 감독
2004-10-15
글 : 김은형 (한겨레 esc 팀장)
“궁극의 진실 카메라로 다 잘될까”

9일 해운대 메가박스 상영관에서 열렸던 〈마이 제너레이션〉의 관객과의 대화에서 한 관객이 “포스터가 매우 인상적이었는데 그 장면은 영화에 나오지 않아 ‘속았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불평했다. 노동석(31) 감독의 대답이 걸작이었다. “촬영은 했는데 장면이 너무 아름다워서 뺐어요.” 농담 같지만 농담이 아니다. 〈마이 제너레이션〉은 세상의 모든 청춘영화들이 보여주는 젊음에 대한 탐닉과 헌사가 없다. 이 영화에 등장하는 20대 남녀 커플은 어디에나 있으나 어디에도 없는 것처럼 보이는 평범하고 무기력한 청춘들이다. 영화감독을 꿈꾸지만 웨딩 촬영장을 전전하는 남자와 별볼일없는 직장에서도 자꾸 쫓겨나는 여자. 야심이나 반항심도 없이 식물처럼 살아가는 이들은 세상으로부터 점점 고립된다.

무기력한 청춘의 조난신호 같은‥“미세한 삶의 순간들 담아낼 것”

20대를 떠올리면 “늘 하늘이 노랬다”는 노 감독은 영화에 담은 ‘나의 세대’가 “의지나 욕망이 없는 건 아니지만 그걸 실현하는 방법을 모르거나 그 방법이 사회가 수용할 만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점점 더 절망적이 되어가는 것 같다”면서, 이 영화가 “점점 더 삶의 위기로 내몰리는 젊은이들이 보내는 일종의 조난신호로 볼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독문학을 전공한 그는 군복무를 마친 뒤 학교로 돌아가지 않고 시간을 보내다 “너무 외로워서 사람들을 만나려고” 문화센터 영화강좌를 듣다 영화의 매력을 발견했다고 한다. 2001년 영화 아카데미에 들어가 〈초롱과 나〉 〈나무들이 봤어〉(22회 밴쿠버국제영화제 초청작) 두 편의 단편을 만들었으며 〈마이 제너레이션〉은 3500만원의 초저예산으로 완성한 흑백의 디지털 영화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눈물을 흘리는 여자에게 남자가 카메라를 들이대면서 무슨 일 있냐고 묻자 여자는 “카메라 꺼, 그럼 말할게”라고 말한다. 카메라가 꺼지며 영화도 끝난다. 송두율 교수에 관한 다큐멘터리 〈경계도시〉의 마지막 장면을 차용했다는 노 감독은 “궁극의 진실은 카메라에 담을 수 없지 않을까” 하는 고민을 늘 한다. 그럼에도 허우샤오셴이나 아오야마 신지 같은 감독의 영화를 보면서 이들의 영화처럼 “작고 미세한 삶의 진심어린 순간들을 계속해서 담아내는 게 꿈”이라고 한다. “너무 어둡다. 다음 영화는 좀 밝게 찍을 수 없냐”는 질문을 관객한테서 자주 받아 당황스러웠다는 그는 “다음 영화는 〈마이 제너레이션〉의 조금 어린 세대를 그릴 예정인데 이 영화의 남녀보다는 조금 더 ‘연한’ 청춘들의 이야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왜 다시 우울한 청춘이야기인가. 그는 “십만명의 젊은이들이 있으면 십만명의 초상화가 그려지는데 그걸 하나로 묶으려 하니까 단순해진다”며 “한 사람, 한 순간을 얇게 썰어서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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