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해운대 메가박스 상영관에서 열렸던 〈마이 제너레이션〉의 관객과의 대화에서 한 관객이 “포스터가 매우 인상적이었는데 그 장면은 영화에 나오지 않아 ‘속았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불평했다. 노동석(31) 감독의 대답이 걸작이었다. “촬영은 했는데 장면이 너무 아름다워서 뺐어요.” 농담 같지만 농담이 아니다. 〈마이 제너레이션〉은 세상의 모든 청춘영화들이 보여주는 젊음에 대한 탐닉과 헌사가 없다. 이 영화에 등장하는 20대 남녀 커플은 어디에나 있으나 어디에도 없는 것처럼 보이는 평범하고 무기력한 청춘들이다. 영화감독을 꿈꾸지만 웨딩 촬영장을 전전하는 남자와 별볼일없는 직장에서도 자꾸 쫓겨나는 여자. 야심이나 반항심도 없이 식물처럼 살아가는 이들은 세상으로부터 점점 고립된다.
무기력한 청춘의 조난신호 같은‥“미세한 삶의 순간들 담아낼 것”20대를 떠올리면 “늘 하늘이 노랬다”는 노 감독은 영화에 담은 ‘나의 세대’가 “의지나 욕망이 없는 건 아니지만 그걸 실현하는 방법을 모르거나 그 방법이 사회가 수용할 만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점점 더 절망적이 되어가는 것 같다”면서, 이 영화가 “점점 더 삶의 위기로 내몰리는 젊은이들이 보내는 일종의 조난신호로 볼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독문학을 전공한 그는 군복무를 마친 뒤 학교로 돌아가지 않고 시간을 보내다 “너무 외로워서 사람들을 만나려고” 문화센터 영화강좌를 듣다 영화의 매력을 발견했다고 한다. 2001년 영화 아카데미에 들어가 〈초롱과 나〉 〈나무들이 봤어〉(22회 밴쿠버국제영화제 초청작) 두 편의 단편을 만들었으며 〈마이 제너레이션〉은 3500만원의 초저예산으로 완성한 흑백의 디지털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