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잃어버린 일상을 복구하기 위한 세 여성의 시도, <20 30 40>
2004-10-19
글 : 김유진
꿈꾸는 20대의 불시착, 두려움을 감지하는 30대의 연착, 허무를 알아버린 40대의 멈춤.

타이베이 공항. 남편, 딸과의 여행에서 돌아온 40대의 릴리(장애가), 비행을 마친 30대의 스튜어디스 시엥(르네 리우), 말레이시아에서 온 20대의 가수지망생 샤오지에(리신제). 각자의 여정을 마치고 ‘도착’한 그 공항에서 시작된 영화는 일상으로 돌아가려던 그녀들 앞에 낯선 삶을 던져놓는다. 남편의 외도를 확인한 릴리는 이혼 뒤 인생의 허무함을 느끼고, 여러 연인들의 관계를 불만족스럽게 여기던 시엥은 갑작스럽게 겪은 지진으로 외로움과 무기력감에 빠져든다. 샤오지에는 함께 가수데뷔를 준비하는 통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면서 그녀에게 친구 이상의 감정을 느끼는 자신을 발견한다. <20 30 40>은 새로운 일상으로 자연스럽게 연결되어야 할 ‘도착’이 결론적으로 ‘연착’이 되고 ‘불시착’이 되어버린 세 여성의 삶과 사랑에 관한 이야기다. 각각 일상의 위기를 맞게 되는 세 여자들은 나름대로 잃어버린 일상을 복구하기 위한 시도를 펼치지만 역시 삶은 만만치 않다. 그녀들의 어설픈 시도는 때로는 자존심을 때로는 두려움을 자극할 뿐이다.

<심동>으로 이미 멜로드라마의 남다른 연출 감각을 선보인 장애가 감독은 공허와 불안의 공기를 담은 색채나 밀고 당기는 듯한 카메라를 통해 이 영화의 관건이라 할 만한 섬세한 여성의 심리를 효과적으로 전달한다. 이는 배우들의 힘에 기댄 바가 큰데, 릴리 역을 맡은 감독 자신을 비롯하여 시엥 역의 르네 리우나 <디 아이>의 히로인 리신제가 연기하는 그 미묘한 감정선은 진짜 일상을 사는 한 여자의 모습이다. 또한 작곡가로 등장하는 <무간도>의 황 국장 황추생이나 <연인>의 느끼함을 세월에 어느 정도 부식시켜버린 양가휘 등은 그 출연만으로도 반가운 얼굴들이다. 그러나 배우의 연기와 심리묘사, 자잘한 에피소드에 박힌 유머만으로 영화에 무게감을 더하는 것이 쉽지는 않다. 시공간을 공유하는 세 주인공간의 밋밋한 교차나 응집력이 떨어지는 편집은 다소 아쉽게 느껴지며, 이혼 뒤 슬픔을 나이트클럽이나 연하의 애인과의 데이트로 해소하는 40대 후반 릴리의 모습이나 사랑을 갈구하면서도 두려워했던 30대 시엥이 찾은 갑작스런 사랑에 감정이입을 하기에 약간의 괴리가 있다. 일상을 그린 영화일수록 드라마가 이끌어낸 공감대가 필연적인 법. 이러한 점에서 <20 30 40>은 중요한 부분을 놓쳐버린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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