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뉴스]
재일동포 여배우 김구미자 사망
2004-10-20
글 : 김도훈
에로틱한 아름다움, 어디서 또 만날까

매혹적인 히데코는 더이상 여기에 살지 않는다. 1942년 조선의 어느 해변가 마을을 무대로 한 영화 <애란>(愛亂, 감독 이황림)에서 히데코 역을 맡아 에로틱한 아름다움을 보여주었던 재일동포 여배우 김구미자가 세상을 떠났다. 지난 10월1일 도쿄도 다마시의 한 병원에서 마지막을 맞이한 그의 사망원인은 위암. 향년 45살의 아름다운 나이였다.

김구미자는 일본 나가노현에서 재일동포 3세로 태어나 명성이 높은 신주쿠 양산박 극단에 가입하면서 연기생활을 시작했다. 재일동포에 대한 차별이 지금보다 더욱 깊은 시절이었지만, 그는 자신의 정체성을 숨기지 않으면서 연극 <천년의 고독> 등에 당당하게 주연을 맡으며 활약했다. 김구미자가 한국에 처음으로 이름을 알리게 된 계기는 89년 개봉 당시 유려한 미술과 정사장면들로 화제를 모았던 영화 <애란>이었다. 이 작품에서 그는 젊은 유학생 철민(임성민)에게 연정을 느끼는, 조류학자 요시무로(박영규)의 아내 히데코 역을 맡아 주목받았다. 이후 김호선 감독의 <미친 사랑의 노래>(1990)로 아시아태평양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며 성공적으로 한국 영화계에 이름을 새겼고, 프랑수아 사강의 원작을 각색한 <마음의 파수꾼>(1992)에서 20대 청년(김민종)과 사랑에 빠지는 중년의 작가 역을 맡아 열연을 보여주기도 했다.

1994년에 8·15 특집극인 SBS의 <아키코의 꽃신>에 출연한 것을 제외하면 연기자로서는 소강상태였던 90년대 중·후반 이후 김구미자는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다시 연기의 기지개를 켰다. 이 시기의 대표적인 출연작으로는 일본영화 <토미에 리플레이>(2000)와 이재용 감독의 <순애보>(2000), 올해 5월 일본에서 개봉하고 후에키 유코(유민)와 출연했던 <점프>(ジャンプ)가 있다. 또한 그는 종군위안부 문제를 다룬 영화 <천황의 선물>(제작 천수인디비젼)에 2002년부터 캐스팅되어 본격적인 프로덕션을 기다리고 있었다. 김구미자의 지인들에 따르면, 그는 지난해 6월 위암 판정을 받고 고통스러운 위적출 수술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끊임없는 열정으로 일본에서 드라마와 영화 출연을 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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