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뉴스]
<주홍글씨> 감독, 배우 인터뷰 및 시사회 현장 스케치
2004-10-21
글 : 고일권
“가슴속에 낙인처럼 남는 영화였으면 좋겠다”

지난 19일 오후 2시와 8시에 각각 서울극장과 메가박스에서 <주홍글씨> 언론시사회와 VIP 시사회가 열렸다. 오랜만에 메가폰을 잡은 변혁 감독의 스릴러, 한석규/이은주/성현아/엄지원 등의 초호화 캐스팅, 부산국제영화제 폐막작이라는 세간의 기대 때문인지 현장은 수많은 관계자들로 붐볐다. VIP 시사회 현장에는 곽경택, 김기덕, 김태용 감독과 김정은, 소유진, 김주혁, 정준호, 전인권, 바다 등 배우와 가수들도 대거 참석했다.

예술영화 경향이 짙었던 데뷔작 <인터뷰>(2000) 이후 4년만에 기지개를 편 변혁감독은 <주홍글씨>를 통해 상업영화쪽으로 일단 방향을 틀었다. <이중간첩>(2002)이 큰 반응을 얻지 못하고 후속작으로 촬영중이던 <소금인형>이 제작사 사정으로 중단되는 등 좌고우면을 거듭하던 한석규도 <주홍글씨>로 화려한 재기를 노린다. 변혁감독이 한마디로 정의한 <주홍글씨>는 ‘탐욕에 대한 지독한 보고서’. 이은주는 이 ‘지독한 보고서’가 “사람들의 가슴속에 낙인처럼 깊이 남았으면 좋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변혁감독과 주연배우의 인터뷰 내용 및 VIP 시사현장에 참석한 스타들의 면면을 아래에 담는다.

각자 영화를 보고 난 소감을 말해달라

변혁감독 만들어 놓고나서 여러 차례 봤는데도 또 보기가 힘들다.(웃음)

한석규 기술시사 때 보고, 부산영화제 폐막식 때 보고 오늘로 세번째 봤다. 보면 볼수록 ‘괜찮은 영화구나’하는 생각이 든다(웃음). ‘좋은 사람들과 작업했다’는 생각도 많이 든다.

이은주 감독님처럼 볼때마다 힘들까봐 한번밖에 안봤다. ‘가슴 속에 깊게 낙인 찍히는 그런 영화’로 남았으면 하는 바램이다.

성현아 오늘로 두번째 봤다.편견없이 좋은 시선으로 영화를 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엄지원 부산에서 처음 영화를 봤을때는 복합적인 감정들 때문에 이성적으로 영화를 보는게 어려웠는데 오늘 그나마 정신을 차리고 본것 같다.

배우들 각자 가장 힘든 씬은 무엇이었나

한석규 트렁크씬이다. 관객들이 그 씬을 보고서 ‘지옥’이라는걸 느꼈으면 하는 기분으로 찍었다. ‘지옥에 잠깐 들어갔다 나왔다’는 생각도 든다.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벅찬 씬이어서 하루만에 끝냈으면 하는 생각이었는데 무려 3일을 찍었다(웃음). 그러다보니 연결과 리듬감을 고려해야 해서 힘들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힘든게 재밌다. 바로 그런 즐거움 때문에 계속 이렇게 연기를 하고, 영화를 하지 않나, 그런 생각이 든다.

이은주 나도 물론 트렁크씬이다. 정말 사람이 이렇게 힘들어도 되나 싶을 정도로, 딱 죽고 싶은 심정이었다. 아마도 지금까지 모든 필모그라피를 통틀어, 아니 앞으로 연기생활 하면서도 가장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성현아 트렁크씬을 보는 나도 정말 힘들었겠다는 생각이 드는데 당사자들은 얼마나 힘들었을지 상상이 안간다. 그정도 노고에 비할바는 안되지만, 남편이 죽고 나서 하루종일 서럽게 울어야 했는데 그게 많이 힘들었다.

엄지원 수현을 연기하면서 힘들었던 점은 두가지였다. 처음 만져보는 첼로를 첼리스트처럼 연주하기 위해 손마디에서 피가 날 정도로 연습한 점. 그리고 수현의 대학생 시절을 표현해 내는 감정들이 굉장히 벅찼다.

변혁감독 촬영을 하면서 새벽에 일찍 일어나는 습관이 생겼다. 특히 트렁크씬 찍을 때, 다른 사람도 마찬가지겠지만 엄청난 스트레스가 있었다. 콘티를 다 짜놓고 그대로 찍으면 되는 그런 분량임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이렇게 찍으면 돼”라고 하며, 다 계획된 척, 의연한 척 했지만 속으로는 은주씨 못지 않게 떨면서 갔던 기억이 난다. 계곡에서 구출신 찍을 때, 새벽에 친구들한테 “기적이 필요하다, 아무 것도 모르겠다.”고 문자까지 보냈다.

소설과 비교해서 영화 <주홍글씨>에는 어떤 것을 의도하고 싶었나.

변혁감독 쉽고 짧게 답하겠다. 두 작품은 내용적인 유사성은 적고, 주제적인 유사성은 있다. 탐욕에 대한, 사회적인 금기에 대한, 그것에 대한 대가를 다뤄보고 싶었다. ‘욕망에 대한 보고서’, ‘탐욕에 대한 지독한 보고서’. 이런 식으로 정리해볼 수 있을 것 같다.

이은주씨와의 베드씬에 대한 집에서의 반응은 어땠나. 그리고 이 영화가 10년째의 10번째 작품인데 앞으로 보여줄 숨겨둔 모습은 무엇인가.

한석규 아직 처는 영화 못봤다. 시나리오는 봐서 궁금해 하고 있다. 처보다 큰애가 더 걱정이다. 큰 애가 영화 보면 어쩌나.(웃음) 어차피 베드씬은 이은주와 한석규가 아닌 가희와 기훈이고, 그 두 인물의 베드씬이라고 봤으면 좋겠다. 10년전 94년에는 <서울의 달>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10년후에도 계속 영화를 하고 있는, 현역생활을 하는 선수라면 더 바램이 없겠다.

마지막으로 관객에게 전해주고 싶은 말은?

한석규 작은 에피소드 하나 얘기하겠다. 서울극장 앞에서 리어카 행상을 하시는 아주머니들이 “그동안 왜 그렇게 얼굴 보기 힘들었어? 너무 반갑네!”하시며 몹시 반겨주시더라. 나에게는 매우 의미있는 에피소드다. 아주머니들은 나에 대한 추억이 많아서 정말 밝은 모습으로 격려해 주셨다. 전에도 어떤 인터뷰에서 말한적 있는데, 배우와 관객에게 있어서 영화는 서로 추억을 만들어가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동시대의 관객들과 계속 좋은 추억을 만들었으면 하고, 내가 배우를 관두고, 아니 죽고 나서라도 후대의 관객들과도 좋은 추억을 가지고 있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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