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스코프]
봉만대 감독의 TV영화 <동상이몽> 촬영현장
2004-10-25
글 : 김수경
사진 : 정진환
여성적 에로란 이런 것

울창하게 뻗은 소나무 숲 사이로 비가 추적추적 내린다. 카메라가 움직이면 강우기 아래 남자들이 비를 맞으며 비닐에 싸인 채 허우적대는 한 여자를 생매장하려고 땅을 파고 있다. 휘적거리는 손만 드러난 여자의 비명이 숲속에 울려퍼진다. “컷, 다음 장면 강풍기 준비해주세요.” 봉만대 감독이 외치는 순간 카메라는 배우 미상(김문수)에게 전화를 거는 여주인공 상희(김윤희)에게로 옮아간다. 이곳 경기도 가평군 상면 태농리는 극중 동시녹음기사인 상희의 ‘촬영현장’ 속 촬영현장이다. 강우기에서 흩날리는 빗방울 때문에 김현태 촬영감독은 수건을 마스크 삼아 입을 가리고 HD 카메라 F900 앞에 앉았다. 봉만대 감독의 신작 <동상이몽>은 디렉터스컷을 포함하여 총 6시간 분량 6편의 TV영화 연작이다. 주연 여자 넷, 남자 둘은 감독의 전작 <맛있는 섹스 그리고 사랑>처럼 사실상 신인들로 모두 채워졌다. 이들은 각각의 에피소드에 따라 주·조연을 오가는 롤플레잉 중이다.

<동상이몽>은 영화를 만드는 젊은 남녀들의 삶을 ‘병풍 구조’로 그려낸 영화다. 연작의 네 번째 에피소드이며 영화 속 영화인 <깊은 그림>의 작가, 감독, 배우, 촬영감독, 동시녹음기사가 벌이는 갈등과 일상이 다뤄진다. <땀의 향기> <밀착> <다음 여자> <깊은 그림> <벌거숭이>라는 에피소드마다 새로운 여자배우가 등장한다. 연작의 실마리가 되는 첫 에피소드 <땀의 향기>는 흑백으로 촬영됐다. 마지막에는 주인공들의 분할장면 등을 통해 다섯 에피소드를 묶는 디렉터스컷이 자리한다. “넘쳐나는 남성의 섹슈얼리티가 아닌 여성의 시선에서 그려낸 갈등과 인간관계를 보여주고 싶었다”고 봉 감독은 말했다. ‘남성적 에로’만을 기대하는 관객에게는 실망을 줄지도 모른다고 귀띔하기도.

두 번째 장면은 태농리 49번지 구멍가게에서 이루어졌다. 배우 연실(허영진)이 고민 끝에 나 감독(임정은)에게 전화를 거는 장면. 가게 주인 노부부는 비오는 장면을 찍는다는 말에 평상에 널어놓은 무말랭이를 비닐로 덮느라 바쁘다. “해 떨어지면 가자.” 봉 감독이 조명과 뉘엿뉘엿 지는 해를 번갈아 살피다가 기다리기로 결정한다. 해가 지고 강우기에서 물줄기가 다시 솟아오른다. 빗속에서 처마 아래 공중전화로 뛰어드는 연실.

영화채널 OCN이 제작비 15억원을 전액투자한 HD TV영화 <동상이몽>은 지난 8월24일 크랭크인했다. 전체 분량의 절반을 차지하는 경남 밀양 위량지 세트촬영을 거쳐 현재 95% 이상의 분량을 끝낸 상태. 11월26일부터 <땀의 향기>를 필두로 OCN에서 연속방영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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