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명쾌하게 시대착오적인 영화, <프린세스 다이어리2>
2004-10-26
글 : 김도훈
백조가 된 못난이 오리. 무사히 백조의 여왕 자리에 오를 수 있을까?

백조로 거듭난 못난 오리새끼가 남은 여생을 어떻게 보냈는지를 알고 싶은가. <프린세스 다이어리2>는 그 후일담이 궁금한 사람들을 위한 영화다. 전작으로부터 5년 뒤, 여고생 미아는 대학을 졸업하고 여왕자리를 물려받기 위해 제노비아 왕국으로 떠난다. 그러나 제노비아의 시대착오적인 법률에 따르면 오직 배우자가 있는 여자만이 왕위에 오를 수 있다. 하루바삐 중매결혼에 돌입해야 하는 미아는 사랑없는 결혼에 도저히 자신이 없다. 게다가 첫눈에 반한 남자 니콜라스는 왕위를 노리는 또 다른 왕위계승 후보자였음이 밝혀진다. 기품있는 왕관보다는 그 남자의 엉덩이에 더 눈길이 가는 20대 처녀가 무사히 왕위를 계승할 수 있을까.

<프린세스 다이어리2>는 명쾌하게 시대착오적인 영화다. 전작 역시 ‘못난 오리 백조 되기’의 전형성을 지닌 동화였지만, 미국 고등학교라는 무대에 담긴 냉소적인 현실감각이 있었다. 하지만 화사한 인공세트의 가상왕국이 무대인 후속편은 완벽한 판타지의 세계다. 20살의 과년한 처녀가 결혼을 앞두고 벌이는 영화 속 ‘처녀파티’는 매트리스로 미끄럼을 타고 주스를 마시는 어린 공주들로 가득 차 있다. 맥주와 반나체의 남자 댄서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이토록 완전무결한 순결함은 사랑스러운 만큼이나 기괴하기도 하다. 제작진은 이를 좀 상쇄시켜보고자 여권신장의 테마를 이야기 속에 심는 노력을 기울인다. 미아는 사랑을 포기하고 왕위를 선택했던 할머니 클라리스(줄리 앤드루스)와는 달리, 사랑없는 중매결혼의 굴레 따위는 벗어버리고, 법이 당신을 제약한다면 바꾸어버리라고 외친다. 하지만 이 화사한 속편은 그 이상 나아갈 생각이 없다. 사실 <프린세스 다이어리2>는 전편보다 어린 연령층을 타깃으로 삼은 영화이고, 그러니 이 영화의 정치적 수줍음을 비난하는 것은 손쉬울뿐더러 재미도 없는 일이다. 어차피 조숙한 요즘 10대들은 미아의 거대한 옷장에 들어찬 샤넬풍의 공주옷들을 두고 할머니나 입을 옷이라고 생각하고 있을 테다.

그래도 앤 해서웨이와 줄리 앤드루스의 매력은 명민하게 빛이 나며, 헤더 마타라조(<인형의 집으로 오세요>) 등의 감초연기도 유쾌하다. 그들의 화학작용을 중화시키는 지나치게 건전한 유머와 시대착오적인 내러티브를 걷어내고, 전편과 후편 사이에서 생략된 미아의 대학 생활을 소재로 삼았다면 더 나은 후속편이 만들어졌을 거라는 아쉬움을 지우기가 힘들다. 다만 이 순진무구한 공주 일기에 비하면, ‘로마’에서 잠깐의 ‘휴일’을 즐기고는 또다시 갑갑한 드레스 파티와 중매결혼과 자손생산의 성벽 속에서 늙어갔을 그 옛날 공주의 기행문은 일종의 스너프영화처럼 느껴질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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