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부터 침체기에 들어간 듯했던 영국 영화계가 지난 9월 말부터 개봉하기 시작한 새롭고 다양한 영화들과 새로운 층의 감독, 배우들의 부상으로 활력을 되찾고 있는 듯하다. 지난 9월 중순 개봉한 영국의 중견 거장감독 켄 로치의 <다정한 입맞춤>(Fond Kiss…, Ae)과 이제는 영국을 대표한 감독으로 자리잡은 마이클 윈터보텀의 <코드 46>(Code 46)이 그 문을 열었다면, 그뒤를 잇고 있는 것은 다양한 장르·비장르영화들을 내놓은 신예감독들.
켄 로치의 새 영화는 스코틀랜드 글래스고를 배경으로, 무슬림 아시아 이민 2세가 가톨릭 백인 여성과 사랑에 빠지면서 겪는 갈등에 관한 이야기. 마이클 윈터보텀의 영화 <코드 46>은 촉망받는 영국 여배우 사만사 모튼과 팀 로빈스가 출연한 미래세계를 배경으로 한 SF영화다. 그뒤를 이어 개봉한 영화는 새롭게 주목받는 영국 감독 셰인 메도스의 영화 <데드 맨스 슈즈>(Dead Man’s Shoes). 셰인 메도스는 <어 룸 포 로미오 브라스>(A Room for Romeo Brass)(1999), <원스 어펀 어 타임 인 더 미들랜드>(Once Upon a Time in the Midlands)(2002) 등을 만들었다.
<데드 맨스 슈즈>는 ‘매드 맥스가 미들랜드로 가다’라는 평을 받는 어두운 복수극. 이 영화의 주연을 맡은 배우 패디 콘시딘은 요즘 영국에서 촉망받는 또 다른 감독 폴 폴리코스키의 뛰어난 데뷔작 <라스트 리조트>(Last Resort)에서 호연을 보여주었고, 22일 개봉하는 그의 차기작 <마이 서머 오브 러브>(My Summer of Love)에도 출연하는, 영국 영화계에서 독톡한 개성과 연기로 새롭게 자리잡아가는 배우다.
최근 할리우드영화 <킹 아더>에서 아더 왕으로 출연하기도 했던 매력적인 배우 대니얼 크레이그가 출연하는, 스타일 있는 스릴러영화 <레이어 케이크>도 박스오피스에서 선전하고 있다. 1999년 <우리는 파키스탄인>(East is East)이라는, 이민 아시안 가족 안에서 벌어지는 세대 갈등을 따뜻한 코미디로 연출해 주목을 끌었던, 연극연출가 출신의 대니얼 오도넬이 새롭게 내놓은 영화는 <인사이드 아임 댄싱>(Inside I’m Dancing). 이 영화는 몸을 자유롭게 움직이지 못하는 장애가 있는 두 젊은이에 대한 역시 따뜻한 코미디영화다.
좀더 메인스트림의 영화들이라면, 워킹 타이틀의 로맨틱코미디 <윔블던>이 박스오피스에서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 이외에도 <브리짓 존스의 일기>의 속편과 대니 보일의 어린이 영화(?) <밀리언즈>(Millions)가 곧 개봉할 예정이고, 베니스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과 최고여자배우상을 수상한 마이크 리의 <베라 드레이크>(Vera Drake)도 곧 개봉할 예정이어서 영국 영화계는 다른 어느 때보다 풍성하고 흥분된 분위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