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뉴스]
MBC 새 수목드라마 <12월의 열대야>
2004-10-27
글 : 김진철 (한겨레 기자)
“독하고 아픈 사랑을 선택한 용기에 반했어요.”

문화방송 새 수목드라마 〈12월의 열대야〉에서 엄정화가 남편과 자식까지 버리고 젊은 남자와 지독한 사랑에 빠지는 결혼 10년차 주부 역을 맡았다. 드라마 출연 계획이 없었는데 대본에 끌려 출연을 결정했다는 그는 자신도 불나방처럼 모든 것을 버리고 뛰어드는 사랑을 해보고 싶다고 했다. ‘또 불륜 드라마냐’는 비판을 예상했는지 “여러 삶의 모습 중 하나로, 영화나 소설 보듯 공감하면서 봐줬으면 한다”는 부탁도 잊지 않았다.

〈12월의 열대야〉는 어쨌든 불륜 이야기다. 기존 드라마와 차이가 있다면 ‘바람’의 주체가 아내라는 것뿐. 남편과 시가 사람들의 냉대 속에서도 씩씩하게 살던, 푼수끼 다분한 주부가 우연히 아픔 많은 젊은 남자를 만나 ‘치명적인 사랑’에 빠진다.

순진한 유부녀 엄정화-젊은 남자 김남진.“억압된 여성의 감정·자아 풀어놓을 것”

연출자 이태곤 피디는 “‘센 드라마’를 하고 싶은 생각에서 출발했다”며 “냉대하는 가족에 둘러싸여 겨울 같은 환경에 놓였던 주인공 영심이 젊은 남자를 만나면서 열정적인 사랑으로 불면의 밤을 맞게 돼, 제목을 로 정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불륜보다는 아무것도 모르는 순진무구한 여자가 젊은 남자와 뜨거운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라며 “가부장적이고 권위주의적인 사회에서 여성의 감정이나 자아, 사랑은 철저히 억압돼 왔는데 바람난 여성을 남성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경쾌하면서도 무게 있게 다뤄 보겠다”고 말했다. 같은 시간대 경쟁 드라마인 한국방송 〈두 번째 프러포즈〉와 같이 불륜을 소재로 해서인지, 차별성 강조에 애를 썼다.

불륜이라는 소재의 부담을 덜기 위해 코믹 요소도 가미했다. 주로 엄정화가 코믹 연기에 나선다. 조용한 시동생의 결혼식장에서 혼자 큰 소리로 운다거나, 자리를 피해 식장에서 뛰쳐나오다 한복을 입은 채 두 손을 들고 넘어진다거나 하는 모습은 시트콤으로 보일 만큼 ‘오버’ 일색이다. 문제는 코믹한 캐릭터가 어떤 방식으로 뼈아픈 사랑의 비극적인 상황을 소화해낼 것인가다. 자칫 잘못하면 ‘코믹’과 ‘비극’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놓칠 수도 있다. 제작진이나 출연자도 이에 대한 고민을 감추지 않았다.

엄정화는 “오버하는 연기와 그렇지 않은 연기 사이에 경계 설정이 너무 힘들고, 감정을 누르기가 어려운 부분도 있다”고 털어놨다. 이 피디는 “감정의 스펙트럼이 혼재돼 음악 선정이나 연출이 고민스럽지만, 영심의 캐릭터에 주안점을 두고 후반부 비극적인 부분에까지 영심의 가벼움을 가져가 밝은 톤을 유지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낮은 시청률을 기록했지만 작가주의 드라마로 자리매김했다는 평가를 받은 〈아일랜드〉의 후속작임과 동시에, 현재 수목드라마 시청률 1위인 한국방송 〈두 번째 프러포즈〉의 경쟁작이기도 한 〈12월의 열대야〉. 흔하지만, 쉽게 시선을 끌 소재와 설정으로 안정적으로 갈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불륜에 물린 시청자들이 웃음이라는 포장에 어떤 반응을 보일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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