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덕화와 장학우를 투톱으로 내세운 <강호>는 화면 가득 거친 사내들의 사랑과 우정, 그리고 엇갈린 운명이 비장하게 펼쳐지는 영화다. 그러나 <강호>의 감독 황정보(30)와 시나리오 작가 두치랑(25)을 대면하고, 그들의 영화를 연결시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저 밝고 앳돼 보이기만 하는 두 사람. 독립영화인 장편 데뷔작 <푸보>로 제작자 증지위의 눈에 띄어 기라성 같은 배우들을 거느린 채 자신의 첫 메이저영화를 만든 감독과 “홍콩에서 누아르영화의 시나리오를 쓴 최초의 여자, 혹은 최연소 작가”로 기록될 시나리오 작가가 지닌 비장의 무기는 바로 젊음이었다. 그간의 작업이 아닌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질문할 때, 그들의 얼굴에는 한층 활기가 더해졌다.
대배우들과 함께하는 작업이 부담스럽지는 않았나.
황정보 l 처음엔 스트레스를 많이 받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막상 부딪혀보니 굉장히 행복한 경험이었다. 유덕화나 장학우 같은 배우들이 신인감독인 나를 정중하게 대하는 것을 보고 용기를 얻기도 했다. 예전에는 내가 좋아하는 콜라 하나도 직접 사먹었어야 했는데, 이번에는 누군가가 사다주기도 하고…. (웃음) 나름대로 뿌듯했다.
<강호>는 당신의 데뷔작이다. 이전에는 어떤 일을 했었나.
두치랑 l 방송 작가 등의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증지위로부터 제안을 받았다. 그가 먼저 <강호>의 아이디어를 제시했고, 내가 나머지를 채워서 시나리오를 완성했다. 그전에도 시나리오를 쓴 적은 있었지만 돈을 받고 쓴 것은 이것이 처음이다.(웃음)
혹시 어린 시절 우상이 유덕화 아니었나.
황정보 l 내 우상은 유덕화가 아니라 <강호>의 제작자인 증지위였다. 예전에 그가 알란 탐, 장만옥과 함께 나왔던 <쌍생고사>를 볼 때는 처음부터 끝까지 줄줄 울었다. 감독과 배우로 만난 유덕화는 모든 것을 다 아는 듬직한 배우다. 그는 자신이 주연일 때와 조연일 때 어떻게 다른 연기를 해야 하는지 알고 있다. (보도자료를 가리키며) <강호> 포스터에 쓰인 이 영화제목도 그가 직접 써준 것이다.
20대 여성이 쓴 이야기라고 보기에는 상당히 남성적이고, 성숙한 이야기다.
두치랑 l 인물들 역시 내 주위의 일반인들과 결국은 같은 것을 느낄 것이라고 생각했고 나라면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행동할까를 고민했다.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앞으로의 계획은.
두치랑 l 액션, 공포, 멜로 등 계속해서 새로운 것을 해보고 싶다. 일단은 프루트 챈 감독의 차기작 시나리오를 준비 중이다.
황정보 l 감독 제의가 들어오면 언제든 응할 생각이다. 하지만 매년 한편 정도는 내가 꼭 하고 싶은 영화를 만들고 싶다. 다음 영화는 일종의 스릴러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