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80년대식 흥겨움, <완벽한 그녀에게 딱한가지 없는 것>
2004-11-02
글 : 박은영
마이클 잭슨, 고고장의 화려한 불빛, 그 80년대의 흥겨움을 기억한다면 더욱 즐거울 로맨틱코미디.

근사한 남학생은 반드시 슬로모션으로 등장해줄 필요가 있다. 그 옆에서 두눈을 빛내며 쓰러지는 여학생들은 필수. 무도회장에 갔다면 집단군무 한판 해줘야 맛이 나고, 입술도장을 찍는 기회는 어김없이 두 남녀가 함께 넘어지는 순간에 찾아온다. 왜냐, 이게 바로 복고의 즐거움이니까.

<완벽한 그녀에게 딱 한 가지 없는 것>은 80년대식 흥겨움으로 채워진 로맨틱코미디다. 13살의 제나 링크(크리스타 B. 앨런)는 30살이 되기를 꿈꾼다. 답답한 부모, 괴롭히는 친구들 속에서 유일한 말상대는 옆집에 사는 소년 매트(숀 마케트)뿐. 생일날 ‘천국에서의 7분’이라는 게임을 하던 도중 벽장에 갇힌 제나는 30살이 되게 해달라고 빌고, 다음날 아침 2004년의 30살 커리어 우먼(제니퍼 가너)이 되어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영화 <빅>이 떠오를 법한 설정에 곳곳에 화려한 도시생활에 대한 판타지를 <귀여운 여인>식으로 풀어놓은 뻔한 스토리지만, 영화는 2004년의 뉴욕이란 최첨단의 배경 속에 복고적 경쾌함을 배합한 웃음 칵테일로 관객을 공략한다. 마이클 잭슨의 <스릴러>에 맞추어 다같이 몸을 흔들고, 파자마 파티에서 팻 베나타의 를 부르는 장면은 그야말로 이 영화의 ‘힘준 장면’. 이 80년대적 감성은 영화의 재미 요소로만 등장하는 데 그치지 않고, 주인공들이 문제에 부딪히고 이를 해결하는 방식에까지 영향을 끼친다. 배신이 판을 치는 잡지사 <포이즈>의 한가운데서 제나 링크가 선택한 것이 바로 옛 친구 매트(마크 러팔로), 그리고 ‘Classic of 2004’라는 모토인 것만 봐도 잘 알 수 있다.

그러나 너무 순진하게 접근한 나머지 <완벽한 그녀에게 딱 한 가지 없는 것>은 사건을 벌여놓기만 했을 뿐, 제대로 해결하지 못한 상태에서 해피엔딩으로 훌쩍 건너간다. 30살로 되는 설정 자체가 ‘마법가루’(wishing dust)의 힘에 의존한 신기루 같은 이야기였겠지만, 그만큼 해피엔딩 역시 물거품 같은 느낌이다. 30살의 행복한 결혼식으로 마무리 지음으로써 영화는 <빅>의 어린아이가 커다란 어른 옷을 입고 쓸쓸히 걸어가던 그 성장통의 뒷모습은 아예 생략하고 넘어간다. ‘완벽한 그녀에게 딱 한 가지 없는 것’이라는 야심찬 한글 제목이 영화적 내용을 감싸안지 못하고 겉도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래도 애인의 섹시 댄스에 기겁하는 제니퍼 가너의 연기는 졸업파티에서 마시는 펀치 맛처럼 유쾌하다. <인 더 컷>에서 유혹남으로 등장했던 마크 러팔로의 느끼하지 않은 매력과 <반지의 제왕>의 골룸으로 알려진 앤디 서키스의 감초연기도 주목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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