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뉴스]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의 까다로운 기준
2004-11-04
글 : 박은영
머나먼 외국어영화상으로의 길

내년 2월27일 열릴 제77회 아카데미 영화상의 외국어영화상 부문 출품 내역이 확정됐다. 올해는 그 어느 때보다도 미국 밖에서 기획 제작된 외국영화가 국제적으로 강세를 보였음에도 불구하고 지난해의 56개국에서 7개국 줄어든 49개국에서만 출품을 마친 것으로 나타났다.

출품된 작품들은 칸영화제를 비롯한 유수의 국제영화제에서 주목받고, 자국 내에서도 비평적으로나 흥행적으로 성공한 영화들이 주를 이룬다. 이중 눈에 띄는 작품은 중국 장이모의 <연인>, 이란 바흐만 고바디의 <거북이도 난다>, 일본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아무도 모른다>, 스페인 알레한드로 아메나바르의 <바다 속으로>(사진), 덴마크 외르겐 레스와 라스 폰 트리에가 공동 연출한 <다섯 개의 장애물>, 러시아 블록버스터 <나이트 와치>, 헝가리 님로드 안탈의 <컨트롤>, 멕시코 루이스 만도키의 <순결한 목소리>, 이탈리아 지아니 아멜리오의 <집 열쇠>, 대만 장애가의 , 한국 강제규 감독의 <태극기 휘날리며> 등이다. 올해 처음 이 부문에 출품한 말레이시아 국적의 <전설적인 사랑>, 남아프리카 줄루어 영화 <예스터데이> 등도 신선한 후보들이다.

각 국가에서 대표작 1편씩만 출품하게 돼 있는 외국어영화상 부문은, 물론 응모작 전부를 수용하는 건 아니다. 아카데미 보도 담당자인 존 파블릭은 선정 기준을 이렇게 소개하고 있다. “국적이 확실하고, 해당 지역에서 대표성이 있어야 한다. 한 국가의 개인 자격으로 출품한, 영화산업이 부재한 지역의 영화는 받아들이지 않는다.” 이런 이유로 미국 국적의 감독이 만든 콜롬비아영화는 탈락했고, 이에 콜롬비아 문화성과 미국 배급사 HBO는 반발하고 나섰다. 이 밖에도 출품 기준에 못 미쳐 탈락한 영화들 중에는 월터 살레스의 <모터싸이클 다이어리>, 장 피에르 주네의 <베리 롱 인게이지먼트>, 왕가위의 등이 있다. <모터싸이클 다이어리>의 경우는 아르헨티나, 페루, 칠레, 미국 등의 ‘다국적’ 제작방식으로 국적을 판별할 수 없다는 것이 결격 사유가 됐다. <베리 롱 인게이지먼트>와 은 출품 마감인 9월30일 이전에 자국 내 개봉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이 문제가 됐다. 또한 <스크린 데일리> 인터넷판에서는 스페인에서 페드로 알모도바르의 <나쁜 교육>을 물리친 알레한드로 아메나바르의 <바다 속으로>, 한국에서 출품 자격 문제로 시비가 일었던 <빈 집>을 대신해 <태극기 휘날리며>가 출품된 사실 등 자국 내에서의 ‘예심’이 빚은 혼선을 보도해 눈길을 끌고 있다.

외국어영화상 부문에서 누락된 <모터싸이클 다이어리>와 <베리 롱 인게이지먼트>는 물론, <바다 속으로> <연인> 등의 미국 배급사는 다른 부문의 노미네이션 추진을 위해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유난히 말도 많았고 탈도 많았던 외국어영화상 출품작 선정은 일단락됐고, 내년 1월25일 최종 후보 다섯편을 추려 발표한 뒤에, 2월27일 최종 수상작을 공개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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