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뉴스]
한국 맥도널드, 이메일을 통해 <슈퍼 사이즈 미> 공식 언급
2004-11-05
글 : 고일권
“여러분~ 한가지 음식만 먹으면 탈나요”

모건 스펄록 감독의 <슈퍼 사이즈 미>(11월 12일 개봉) 개봉을 앞두고 한국 맥도널드에서 처음으로 공식적인 반응을 보였다. 맥도널드 햄버거만을 하루 세끼, 한달동안 먹는 모건 스펠록의 힘겨운 투쟁을 담은 이 다큐멘터리의 촬영중에도 미국 맥도널드의 방해공작이나 공식논평은 없었다. 다만 이 영화가 선댄스 영화제에 공개되어 큰 반향을 일으키자 그때서야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은 맥도널드는 주요 스폰서로 있는 방송국에 영향력을 행사해 매체사들이 이 영화에 대해 냉랭한 반응을 보이게끔 하는 우회전략을 취했었다.

하지만 이 영화가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에 초청되고 감독까지 내한해 이슈가 되자 영화 개봉을 앞둔 한국 맥도널드는 자사 홈페이지 회원들에게 이메일을 발송해 처음으로 <슈퍼 사이즈 미>를 거론했다. ‘특별기고-진정한 건강은 다양한 음식을 골고루 섭취하는데서 온다’라는 제목의 에스더클리닉의 여에스더 이름으로 발송된 이 이메일은 자세히 보면 한국 맥도널드가 영화 <슈퍼 사이즈 미>에 대한 공식논평 이름으로 발송한 것은 아니다. 신문으로 치면 사설이 아닌 외부칼럼니스트를 통해 간접적으로 발언하는 형식이다. 하지만 햄버거의 해악을 누구나 인지하고 있는 현상황에서 한국맥도널드 공식논평으로 햄버거를 옹호할수는 없는 상황이니만큼 이 이메일이 영화에 대해 한국 맥도널드가 취할수 있는 공식적인 입장이라고 생각해도 무방해 보인다.

이메일이 얘기하고자 하는 바는 한마디로 말해 ‘과유불급’. 아무리 좋은 음식이라도 한가지만 집중해서 먹는다면 탈이 난다는 얘기다. 그 실례로 칼슘과 영지버섯을 과다섭취하면 각각 혈압상승과 간 손상을 초래한다고 말하고 있다. 따라서 무엇보다 영양소의 고른 섭취와 적절한 운동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런데 <슈퍼 사이즈 미>의 모건 스펠록 감독은 햄버거로 하루 5000kcal의 열량을 섭취했고 이는 미국성인 일일 권장 섭취량의 두배에 달하는 것이기 때문에 당연히 몸에 손상을 가져왔다는 것이다. 즉, ‘햄버거가 나쁜 것이 아니라 햄버거만 먹는 식습관이 나쁜것’이라는 얘기다. 그러면서 자장면이나 탕수육, 삼겹살, 갈비구이만 한달동안 먹어도 결과는 똑같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여기까지는 일면 수긍이 간다. 실제로 햄버거만 한달동안 먹는 사람은 없을 것이며 다른 음식도 그렇게 먹으면 당연히 몸에 손상이 갈 것이라고 쉽게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몸손상의 차이에 대해서는 함구하고 있다. 예를 들어 밥과 된장찌게만 한달동안 먹으면 몸손상이 그렇게 심할까. 설사 자장면, 탕수육만 한달동안 먹어도 햄버거와 비교해 동일한 몸손상을 가져올까. 논쟁적인 부분이지만 이메일은 여기서 한걸음 더 나아간다. 아이들에게 햄버거를 무조건적으로 나쁜것이라고 설파하는 식의 교육은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그런다고 해서 아이들이 패스트푸드를 안먹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그속에서 건강에 좋은 식단을 고를수 있는 안목을 키워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런데, 패스트푸드에 건강에 좋은 식단이 있을까. 실제로 한국판 <슈퍼 사이즈 미>를 제작중인 환경정의 시민연대의 윤광용씨는 요즘 봇물처럼 나오는 패스트푸드의 웰빙식단 샐러드도 병행해서 먹는다. 하지만 체지방은 늘었고 간수치는 악화됐다.

과유불급. 맞다. 뭐든 지나치면 좋을게 없다. 하지만 분명 햄버거를 즐겨먹는 사람은 자장면을 즐겨먹는 사람보다 위험에 더 노출되어 있다. 더 큰 문제는 거대산업체인 패스트푸드업계가 아이들을 대상으로 엄청난 광고비를 매년 쏟아붓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중에서도 장난감 패키지 세트를 만들어 물량광고로 아이들을 현혹하고 있는 맥도널드가 패스트푸드속에서 좋은 식단을 고를 안목을 아이들에게 길러주라고 얘기하는 것은 모순적이다. <슈퍼 사이즈 미>는 수백만의 관객을 동원할만한 영화가 아니다. 어느 정도 세간에 관심은 끌겠지만 이 영화 한편으로 골리앗 업계가 위기에 빠질까. “영양소를 골고루 섭취하자”는 새마을운동 같은 구호를 내세울 바에는 차라리 침묵하는 편이 더 낫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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