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오드리의 이 신념이 직업 환경에서 갖게 된 환상 혹은 착각일지 모른다는 점이다. 그가 맡는 이혼소송이 수십억원이 걸려 있는 머니게임과 다름없지만 그는 이혼의 당위성을 지금의 고객과 잠재적인 의뢰인들에게 그럴듯하게 설파해야 하는 처지니까. 아니나 다를까, 오드리는 누군가의 사랑을 결별시키는 곳에서 누군가와 사랑을 시작한다. 그것도 결혼부터 해버리고 연애를 시작하는 이상한 법칙으로 말이다. 오드리의 눈에 처음 포착된 다니엘(피어스 브로스넌)은 딱하고 한심해 보이는 적수였다. 다니엘은 법정에서 정신 빼놓고 졸거나 차이나타운 한복판에 허름한 사무실을 둔 그저 그런 변호사처럼 보였다. 그렇지만 다니엘은 허허실실 전법에 능한 콜롬보 형사 같은 사내였다. 번번이 뒤통수를 맞아 궁지에 몰리던 오드리는 미인계를 써보지만 오히려 다니엘의 알코올 전술에 걸려들어(혹은 알코올로 위장해) 한 침대를 쓰고 만다. 다니엘도 오드리처럼 정체성이 불분명하다. 이혼 전문 변호사를 쓰레기 취급하며 은근히 냉소적인 ‘혜안’을 자랑하지만 결혼과 연애에 대해선 이상하게 낙관적이다. 하긴 그런 모호함들이 뭉쳐 이들의 인연을 만들어냈을 것이다. 또 하나의 소송에서 맞붙게 된 이들, 또다시 술독에 빠져 장난처럼 결혼식을 해치운다. 다음날 기겁을 하지만 변호사로서의 권위를 지키기 위해 합법적으로 이혼할 때까지 한집살이에 들어간다.
‘사랑에 빠지는 아주 특별한 법칙’이 마치 알코올에 있는 것처럼 오해될 수 있는 게 이 영화의 특이점이 돼버렸다. 멋지게 나이먹는 매력을 폴폴 풍기는 남녀 배우가 이전의 지적인 이미지를 끌어안은 채 논리적으로 설명되지 않는 사랑의 수렁으로 빠져들려면 달리 방법이 없었을지 모른다. 그러니 법칙 따위는 잊어버리고 줄리언 무어와 피어스 브로스넌의 능청에 몰두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