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흥미로운 생체실험다큐멘터리, <슈퍼 사이즈 미>
2004-11-09
글 : 김수경
맥도널드로 매일 오세요. 듬뿍듬뿍 당신의 수명을 줄여드립니다.

30일 동안 맥도널드 메뉴만으로 연명한다면 그 사람은 어떻게 될까? 뚱보가 될까, 영양실조에 걸릴까? 리얼리티 프로그램 <서바이버>를 보노라면 듣도 보도 못한 먼나라의 허허벌판에 원주민처럼 버려져도 사람들은 꿋꿋이 살아남아 100만달러를 타내고 마는 세상이다. 여자친구와 의사들이 보살펴주고, 3천보도 걷지 않으면서 패스트푸드만 세끼 먹는 일을 어찌 그러한 대모험에 비교하랴. 이러한 여유로운 방심 속에 <슈퍼사이즈 미>가 꼬집고 싶은 고정관념의 틈이 있다. <슈퍼사이즈 미>는 자본주의의 최대 가치인 ‘신속함’과 ‘편리함’이 사람을 죽일 수 있는 흉기라는 사실을 파고든다.

퀸의 명곡 <팻 보텀드 걸>(Fat bottomed Girl)이 우렁차게 울려퍼지고 각종 패스트푸드 봉지를 든 사람들의 일상이 빠른 몽타주로 제시된다. 화면이 급정거하면 병원을 찾아가는 주인공 모건 스펄록이 나타난다. 용의주도한 모건은 영화를 찍는 스탭 수만큼 “맥도널드 식이요법”을 위한 스탭들을 모집한다. 그는 의사 3명, 체력관리 전문가, 영양사를 관리팀으로 포섭하고 엄정한 신체검사를 거쳐 패스트푸드를 ‘온몸으로 받아내는’ 진검승부를 준비한다. 모건이 처음 슈퍼 사이즈 메뉴를 다 먹어치우고 영화 속에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구토를 하는 순간, 갈등은 롤러코스터처럼 가속을 받기 시작한다.

생체실험 다큐멘터리 <슈퍼 사이즈 미>는 흥미로만 따지면 마이클 무어 어느 작품에도 밀리지 않는다. 모건의 발걸음은 맨해튼 소재 83개 맥도널드 지점에서 시작하여 전 미국의 매장으로 뻗어나간다. 비판의 대상도 맥도널드와 배스킨라빈스 같은 대기업, 학교 급식체계, 군산복합체를 연상시키는 미국식료품협회의 로비활동 등 전방위적으로 확장된다. 실험은 종반으로 치닫고 모건의 얼굴에는 서서히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운다. “뚱보 미국인”이라는 가벼운 농담처럼 시작된 이야기는 ‘죽음에 이르는 병’의 징후를 드러내며 무섭게 변해간다. <슈퍼 사이즈 미>는 연대를 촉구하거나 준엄하게 정치학을 들이대는 선언이 아니다. 이 영화는 단선적으로 “비만의 주범은 패스트푸드”라고 단정짓고 한방을 노리는 인파이터이기보다는 가벼운 발놀림으로 사회와 개인의 일상을 아우르며 아웃복서의 잽을 날려댄다. 가랑비에 옷 젖듯이 모건이 변호사, 행인, 점원들의 입으로 들려주는 잽들이 모여 결국 패스트푸드의 실체를 낱낱이 폭로한다. 장정일이 세기말에 읊조리던 “맛이 좋고 영양 많은 미국식 간식”은 그저 ‘명상’이었나보다.

관련 영화

관련 인물